▲ 전국 개업 부동산 중개업자 현황. 출처=직방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지난해 개업공인중개사가 10만명을 돌파했다. 2007년 개업 부동산 중개업자 8만명 시대를 연 이후 10여년 만에 10만명을 넘은 것이다. 중개사 10만 시대를 열면서 열었지만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매년 2만명가량이 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시장에 진입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거래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사 시장은 1년에 중개하는 주택건수가 10건도 채 안 되는 레드오션으로 전락했다.  

22일 부동산 정보서비스 직방의 주택매매 거래량을 통해 10만여명의 개업공인중개사의 중개환경 분석에 따르면, 전국 개업 부동산 중개업자 당 주택매매 중개건수는 2006년 13.8건에서 2015년 13.1건을 기록했지만 2017년 다시 9.3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현재 전국 부동산 중개업자는 10만2100명으로 이중 절반이상은 수도권(5만6222명, 55% 비중)에 몰려 있다. 경기 2만6794명, 서울 2만3876명, 인천 5552명의 중개업자(폐업한 사무소 및 소속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은 제외)가 수도권에 편중된 모습이다.

전국에서 연평균 100만건이상 주택매매 거래가 발생한 2006년 주택시장 호황기 당시 개업 부동산 중개사 당 평균 주택거래량 13.8건을 기록했다. 이후 2010년에는 9.6건, 2012년 8.9건에 그치며 개업 부동산 중개업자 당 연평균 주택매매거래가 10건을 채 넘기지 못했다. 지난 2015년엔 주택매매 거래가 119만3691건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13.1건까지 일시적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7년 주택매매거래량이 다시 100만 건 이하로 떨어지면서 개업공인중개사 연평균 주택매매거래량도 9.3건으로 감소했다. 개업공인중개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주택매매거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역별 개업공인중개사의 연 평균 주택매매 중개거래량 감소폭이 가장 큰 지역은 제주도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경우 2015년 지역 내 개업중개업자 당 연평균 주택매매는 13건에서 2017년 6건으로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울산도 15.5건에서 7.6건으로 50.7% 줄었다. 경남(-43.4%), 경북(-42.2%), 부산(-41.6%) 등지 역시 중개업소당 연평균 중개 거래량이 저조한 모습이다. 반면 세종시는 2015년 3.6건에서 2017년 5.1건으로 41.9% 주택매매 중개거래가 개선됐다.

2017년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개업 중개업자 당 연평균 주택매매 중개거래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으로 연 평균 17.1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강원(14.1건) ▲인천(12.3건) ▲부산(10.6건) ▲전북(10.5건) ▲충북(10.5건) ▲대전(10건) ▲광주(10건)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시기 세종과 제주는 각각 5.1건과 6건으로 연평균 주택매매 중개거래량이 많지 않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세종과 제주는 공공기관 추가이전 기대감이 기존 주택시장보다 분양시장으로 쏠리거나, 서귀포시 제2공항 호재와 제주 신항 개발 기대감이 주택 외 토지 및 수익형부동산으로 다변화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증가한 주택매매 거래량은 개업 중개업자의 중개보수 등 부동산 중개환경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급격히 늘어난 공인중개사는 중개업자의 과잉공급 문제를 낳고 치열한 중개환경을 야기했다. 파주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1 년에 2만여명의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나오고 있고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개업을 생각 한다”면서 “수급조절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먹고 살 것이 없다보니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시장이 과잉공급이란 시장 시그널로 최근엔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이를 두고 정부는 ‘공식적으로 검토한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을 시작으로 위축된 주택경기와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등으로 거래가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업계에서는 중개환경 변화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4월부터 주택매매거래 건수가 감소하는 반면 기존 주택보다 신규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들도 늘고 있어 몇 년간 개선된 주택시장 중개(매매)환경이 다시 위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