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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폭스바겐과 협업 성공한 향수업체 20대 CEO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 “모든 사물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장영성 기자 runforres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8.05.16  12: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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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폭스바겐은 지난달 18일 ‘폭스바겐 리로디드’라는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파사트 GT, 티구안, 아테온 등 5종의 신차를 발표했다. ‘디젤게이트’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선언했던 이날 기자간담회장 한구석에는 향수가 전시됐다. 향수업체 이름은 ‘가르니르 드 퍼퓸’. 가르니르는 폭스바겐과 협업을 통해 5개의 신차를 향으로 표현한 5개의 향수를 전시했다.

전시장 조향사의 조언을 들으며 시향해보니 도로 위에서 마주칠 폭스바겐 신차의 모습이 뇌리에 은은하게 새겨졌다. 특히 시향하면서 들은 향에 담긴 이야기는 올해 변화할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더 선명하게 했다. 폭스바겐의 재건을 담당할 파사트GT의 야심이 느껴지는 진한 향, 베스트셀링 모델에 등극할 정도로 대중성을 인정받은 티구안의 안정감 있는 모습은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향으로 표현됐다.

그렇게 5개의 향을 모두 시향하고 난 뒤 한 가지 사실을 들었다. 이 모든 향을 설명해준 사람은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였고, 올해 겨우 29세라는 것. 폭스바겐이란 거대 그룹과 향수를 론칭하기엔 젊은 나이다. 그는 어떻게 폭스바겐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까. 향으로 공간을 채운다는 뜻을 지닌 ‘가르니르’를 운영하는 김 대표에게 폭스바겐과 협업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 폭스바겐 협업은 어떻게 시작했는가

▲ 지난 폭스바겐 기자회견 행사 주제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뜻을 지닌 ‘뉴 비기닝’이었다. 폭스바겐은 이와 함께 ‘스토리가 있는 차’라는 이미지를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이에 폭스바겐 관계자가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르니르가 ‘스토리가 있는 차’의 콘셉트와 잘 어울릴 것이라고 연락해 오면서 협업을 진행하게 됐다.

- 폭스바겐이 가르니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폭스바겐 기자회견에서 전시된 5개 향수뿐만 아니라 가르니르에서 제작하는 모든 향수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폭스바겐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야기가 담긴 향수’ 때문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야기가 담긴 향수를 이야기로 풀어나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르니르 브랜드 자체가 폭스바겐과 같이 편안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 이 부분도 잘 맞았던 것 같다.

- ‘이야기로 풀어나간 결과’는 무슨 의미인가

▲ 폭스바겐 관계자를 설득하기 위해 향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준비했다. 특히 폭스바겐이란 단어 자체가 ‘국민 차’를 뜻하는 만큼 대중성을 강조한 향을 준비해 회사에 어필했다.

폭스바겐과 파사트GT를 처음 봤을 때 느껴지는 강한 이미지(톱 노트)와 달리 안락한 인테리어(미들 노트)가 완성한 당당한 존재감(라스트 노트)을 만든다며 이를 향으로 구체화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향의 첫인상인 톱 노트에 GT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블랙커런트’를 가미해 세련되면서 달콤한 향을, 안락한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을 연상케 하는 ‘엠버’와 ‘바닐라’의 부드러움을 미들 노트에,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패츌리’와 ‘오크모스’ 향을 조합해 라스트 노트에 담았다.

티구안의 경우 단순히 ‘티구안은 실용적인 소형 SUV다’라는 표현보다 ‘가족’이나 ‘아웃도어’, ‘여행’ 등 키워드에 초점을 두고 젊은 사람들이 캠핑과 여행을 즐기는 액티브한 차를 표현하는 방향으로 향을 준비했다.

폭스바겐 관계자가 시향할 때도 이러한 향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스토리텔링했다. 그 결과 이들은 만장일치로 5개 향수를 제작하자고 했다.

- 굳이 폭스바겐이 향수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처음 폭스바겐 관계자와 대화했을 때 회사는 과거 디젤게이트 사태를 탈피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 각인을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향수를 제작하는 것이다. 폭스바겐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향수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여러 자동차 브랜드가 향수를 론칭하고 있다. 페라리는 ‘페라리 라이트 에센스’, 메르세데스-벤츠의 ‘클럽 블루 프레시’, 포르쉐는 ‘디에센스’ 등 각각 회사를 이미지화한 여러 향수가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폭스바겐은 고유의 대중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향수가 없는 상태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겠으나 ‘스토리를 담은 차’라는 이미지를 새로 부각하길 원했으니 향수가 제격이었다고 할 수 있다.

- 협업을 진행하면서 특별한 일은 없었는가?

▲ 사실 기자회견 바로 전날 향수 5개를 완성했다. 폭스바겐과 작업을 시작한 뒤 기자회견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뿐이었다. 부자재 수급이나 향료 작업, 디자인을 비롯해 컨펌까지 가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밤새 작업에 몰두하고 주변에서 향료수급 등에 도움을 준 결과 시간 내 완료할 수 있었다.

   
▲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가 향수 제조에 사용하는 여러 향료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 가르니르 향수에도 이러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했는데

▲ 가르니르의 향수는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나 인물들의 관계, 배경 등을 나름의 해석을 통해서 향이라는 매개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들은 통상 향수를 뿌렸을 때 머스크 향이나 튤립 향 등 구체적인 단어로 향을 표현한다. 가르니르 향수는 이와 조금 다르다. 가르니르 향은 향수를 구성하는 톱 노트, 미들 노트, 라스트 노트 등 3단계에 이야기를 담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조성하도록 만들었다. 스토리텔링을 이용해서 말이다.

대표적인 가르니르 향수 중 ‘안나’가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를 향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소설을 보면 안나는 무미건조한 삶을 보낸다. 그녀는 우연히 찾아온 사랑을 만나 활기를 되찾지만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안나의 사랑은 비극이었지만 그녀는 비극으로 치닫는 순간까지 철저히 사랑에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향수 ‘안나’는 이러한 그녀의 삶을 담은 향수다. 안나의 무기력했던 과거의 삶은 톱 노트에,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안나를 닮은 바이올렛 향은 미들 노트에, 사랑의 이중적인 모습은 머스크 향으로 라스트 노트에 담겨 있다.

- 사실 다른 브랜드 향수도 의미를 하나씩 지니고 있지 않은가

▲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브랜드 향수는 스토리를 지닌 것은 맞다. 그러나 매장 직원부터 온라인까지 단순히 향에 대한 이야기일 뿐, 향수 고유의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구매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각각의 의미를 지닌 향수가 흑백논리처럼 간단히 표현되기엔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 이에 가르니르는 온라인 유통보다는 구매자에게 향수를 직접 설명하고 전달하는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 향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제작됐는지 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하는 사람이 많다. 이야기는 사물을 구체화하는 것부터 판매 요소까지 관통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가르니르의 행보는

▲ 뮤지컬이나 전시회를 통해 ‘공간을 채우는 향’을 만들고자 한다. 이미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안나 카레니나>에서 가르니르 향수를 선보였다. 현재 상영 중인 뮤지컬 <카르멘>은 서울시무용단과 협업해 향을 전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해 단독 향 전시도 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이후에 팝업스토어를 현대백화점과 진행했는데, 전국 현대백화점 지점에서도 팝업 행사를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젊은 김 대표의 작업장에는 온통 향료의 향으로 가득 찼다. 약 1000개의 향을 한 병에 조합하는 일을 하는 그의 행보는 앞으로 계속될 예정이다. 물론 그가 전하는 향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말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가르니르의 다른 향수를 시향했다. 풍기는 그윽한 향과 함께 그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향의 이미지를 더 구체화시켰다.

   
▲ 김용진 가르니르 대표.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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