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그룹이 22일 창립 80주년을 맞았지만 특별한 행사 없이 사내방송으로 조용한 기념일을 맞이했다. 삼성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에서 오전 9시 전후로 ‘다이나믹 삼성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7분 가량의 영상을 방영했다.

▲ 1938년 대구에서 문을 연 삼성그룹의 모태 삼성상회. 출처=호암재단

영상에는 삼성이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3가지 주요 내용은 △삼성은 사업 보국의 기치 아래 개혁과 도전의 길을 거쳐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지나 초일류 기업에 오름 △100년 삼성을 위해서는 역동적인 에너지와 가치를 공유해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공존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 △새로운 가치를 담아 제품을 만들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하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영상에서는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주요 어록과 업적등이 정리됐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어록 중에는 “사업 자체가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돼야 한다” “1년의 계(計)는 곡물을 심는 데 있고, 10년의 계는 나무를 심는데 있으며, 100년의 계는 사람을 심는 데 있다”등이 등장했다.

이건희 회장 관련해서는 1987년 취임, 1988년 제2의 창업 선언, 1993년 신경영 선언 등의 내용이 나왔다. 이와 관련한 성과로 메모리 반도체 25년 연속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1위, TV 12년 연속 세계 1위 등이 언급됐다.

이건희 회장 어록으로는 “5년, 6년 시종일관 떠들던 질 하나, 한 방향으로 가자는 이것이 안 되는 삼성그룹이다” “극단적으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등이 나왔다.

영상에는 삼성의 미래 방향성도 담겨 있었다. ‘100년의 길, 삼성은 어떻게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각계 전문가의 인터뷰가 등장했다. 타룬 카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케빈 켈러 다트머스대 경영학과 교수가 등장해 삼성의 미래 전략에 대해 제언했다.

카나 교수는 "실리콘 밸리나 다른 기업의 방향성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은 금물이다"라는 말을 전했고, 신 교수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면서 동시에 협력하는 소위 협력적 경쟁이라 불리는 새로운 경영모델로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켈러 교수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거창한 약속은 필요 없다"밝혔다. 

삼성 구성원들 ‘정말 조용한 80주년 이었다’

삼성 구성원들은 이날 이구동성으로 ‘정말 조용한 80주년’이라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영상이 나오지 않았다면 80주년인줄도 몰랐을 정도로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는 반응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 기념일 전부터 알려진대로 특별한 행사는 없고 영상으로만 기념일을 맞이했다”며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라고 밝혔다.

삼성SDS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도 “80주년 기념 영상이 오전에 상영됐는데 그것 빼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고 전했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도 특별한 기념식 없이 영상만 방영됐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창립 기념일에 별다른 행사가 없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면서 “창립기념일을 휴일로 정해 쉬던 것도 수년 전에 없어졌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그룹은 10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10주년기념' 행사를 30년째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삼성그룹 70주년때는 삼성 특검 때문에, 1998년 60주년때는 외환위기로 기념식을 하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재계는 현재 최순실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3심 재판이 남아 있는 등 그룹을 둘러싼 어수선한 분위기를 차분한 80주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창립 기념일 상영된 영상에도 이재용 부회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1938년 이병철 창업주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설립한 것이 효시다. 3월 1일이던 창립 기념일은 이건희 회장이 1988년 3월 22일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면서부터 22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