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허지은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총재 재직 당시 저금리 기조 통화정책으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주열 후보자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이 "총재 재직 당시 한은의 통화정책이 늘 정부정책과 함께 갔으며 소득 확대에도 기대한 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 후보자는 “통화정책이 정부 정책에 휘둘렸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2014년 당시 물가가 0%대에 머물렀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있었던 상황에서 경기 부양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기준금리 인하)기조로 끌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저금리 기조 유지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정부 당시 정권의 눈치를 많이 보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중앙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우리도 지켜나가야 하지만 외부에서 협조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인사의 불필요한 발언으로 한은 독립성이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최근 1450조원을 넘은 가계부채에 대해서 이 후보자는 “유념해야 할 수준까지 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앞으로의 금리 방향에 대해서 이 후보자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보면 금리 방향은 인상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금리 수준이 그대로 갈 경우 경기가 회복하는 수준에서 완화 효과를 내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지금 금리도 충분히 완화적이기 때문에 한두 번 더 올리더라도 긴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은 내부 인사에 부정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이 후보자는 “마음과 취지는 (사심없이) 임했으나 결과를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쪽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한은 내부 인사에 대해서)나름대로 구상하는 것이 있다. 부총재와 상당 부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시 총재로 재임명된다면 보여줄 마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최근 한국GM 철수, 현대중공업의 군산 조선소 폐쇄 등 지역 고용난 문제에 대해 “(한은이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400억~500억원을 긴급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금 조달 외에도 그는 금융중개 지원대출 한도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금융중개 지원대출이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한은이 이 중 일부를 저금리로 지원해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다.

정부의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그는 “재정 확대만으로는 안 된다. 여러가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동시장 개선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의 비효율적 요소를 제거하는 노선으로 가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