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토지공개념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자 재산권 침해는 물론 각종 규제 부활로 사유재산제를 흔드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21일 조국 민정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대통령 개헌안 중 수도(首都)를 법률로 명문화하는 조항 발표와 함께 토지공개념에 대해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조 수석은 구체적인 조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대통령 개헌안은 20일부터 사흘간 국민에게 전면 공개된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소유와 처분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적절히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독학을 통해 시장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문제점들을 지적한 19세기 미국의 헨리조지가 토지공개념의 창시자로 통한다.

국내 부동산 학계 역시 헨리조지의 이념을 따르는 조지스트와 가격을 시장에 맡겨야한다는 시장주의자들로 나뉜다. 토지공개념은 결국 토지소유권이 절대적이라는 사상에 대해 반대하는 개념이다. 세부적으로 토지의 소유권은 개인이 가지고 개발권을 국가가 가지게 되는 것과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 즉 개발이익을 정부가 환수하는 형태로 나타낼 수가 있다. 이 개념을 현실적으로 법제화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시절인 1988년 추진돼 1990년부터 시행된 년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부담금제 등이 토지공개념으로부터 나온 규제다.

이 후 김영삼 대통령으로 넘어와 1994년 토지초과이득세는 위헌 판결을 받았고 택지소유상한제는 김대중 대통령시절 폐지됐다. 현잰 개발부담금제만 일부 적용이 됐다.

토지초과이득세란 개인이 소유한 유휴 토지나 법인의 비업무용지의 가격상승으로 발생하는 초과이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가상승으로 인한 자본이득을 환수하는 셈이다. 택지소유상한제란 서울, 부산, 대구 등 6대 대도시에 1가구가 200평 이상의 택지 취득 시 허가를 얻도록 하는 것과 초과 보유 시 부담금을 물어 원칙적으로 택지를 초과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이다. 모두 재산권 침해 이유로 폐지됐으며 결국 위헌 판결을 받았다.

토지공개념이 이번 개헌안을 계기로 강화가 된다면 위법성 논란으로 추진이 늦춰졌거나 취소가 됐던 부동산 규제들이 헌법 차원의 근간을 마련해 부활할 수도 있다. 

예컨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포함해 ‘가구당 합산하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위헌소지가 없어질 수 있게 된다. 앞서 노무현 정권 당시 가구별 합산 방식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추진했다가 위헌 결정으로 취소됐다. 

'토지공개념' 뜨거운 감자되나... 찬반 격론 움직임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명시되면서 학계를 둘러싼 사회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면 자본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유재산제와 충돌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 개인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확대될 수 있을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장주의자인 건국대학교 손재영 교수는 20일 이코노믹 리뷰와의 통화에서 “이미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공익을 위해 사익 즉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개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을 강화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더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국가가 토지를 더 많이 소유를 하겠다는 것인지 혹은 토지이용 및 개발을 하는데 있어서 국가의 주도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인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공개념을 명시한다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줄 뿐 이해할 수가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 등을 비롯해 국토보유세 등의 부활을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조지스트인 경북대 김윤상 교수 및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교수 등은 지난해 말 불로소득 환수와 함께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2016년에는 토지독점이 빈부격차와 높은 집값의 원인이라며 토지공공임대제를 내세우기도 했다.

한양대 이창무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금시점에서 토지공개념을 세부적으로 어떻게 구체화하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현재도 강한 수준의 규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이 강화가 된다면 헌법상 위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 규제들의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연구기관인 토지자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토지공개념 강화를 헌법에 명시화한 것은 토지공공성이란 철학을 헌법이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는 달리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오히려 토지의 매매와 임대 등을 촉진시키는 것 등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으며 동시에 투기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기가 쉬워져 시장 경제를 보다 더 투명하게 바꿔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