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김윤선 기자]유럽에서 해열진통제의 일종인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의 시판이 중지되면서 국내 제약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서방형 제제는 약물의 효능이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용법이나 용량을 준수하지 않으면 심각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약품이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세트아미노펜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조치를 취할 것을 예고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유럽 집행위원회(EC)가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의 시판 허가를 중지하면서 이와 관련한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서방형, 약물 효과 서서히 나타나 오남용 위험 높아

유럽 집행위원회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제가 일반제제와 달리 약물 방출이 서서히 이루어져 용법·용량 등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간 손상 등 위험이 더욱 커질 우려가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처치법이 확립되지 않아 판매 중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가 아닌 일반 제제는 이번 조치의 대상이 아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대표적인 해열진통제 성분으로 다수의 국내외 제약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판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속방정으로 서방정과는 다르다. 서방정을 한 알엔 65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이 있으며 속방정은 한 알에 300~500mg의 아세트아미노펜을 함유하고 있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를 권장량에 맞게 적절하게 복용했을 때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설명했으며 유럽이 아닌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를 처방하고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감기약 다수, 4000mg 이상 먹으면 ‘간독성’

문제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포함한 약이 진통제 외에도 많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감기약에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자주 들어간다. 아세트아미노펜을 하루에 4000mg 이상 복용하면 간 손상이 올 수 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은 시중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를 즉각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약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에 대한 논란은 수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내 급성 간부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았을 뿐 아니라 간이식,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지난 2009년 공공자문위원회를 열어 아세트아미노펜의 간 독성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2011년 처방약에 아세트아미노펜 용량을 325mg으로 제한할 것을 제조사에 요구하기도 했다.

▲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서방형 제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이알서방정'.출처=한국얀센

편의점 판매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요구도 이어져

아세트아미노펜은 성분 자체보다는 과다복용이 문제가 된다. 때문에 이 같은 논란은 서방형 제제를 넘어서 편의점 안전상비약에 포함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약에도 제제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은 성명서를 통해 보건당국에 “타이레놀이 함유된 안전상비약의 오남용과 부작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면서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효율성보다는 안전성을 중요시해 아세트아미노펜서방제제의 판매를 금지한 이때 우리 정부도 이에 발맞추어 편의점 의약품판매정책을 폐기하고 안전을 중시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제품은 어린이용 타이레놀정80㎎, 타이레놀정170㎎, 타이레놀정500㎎,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100㎖, 판피린티정, 판콜에이내복액30㎖ 등 6개 제품이 있다.

3월 기준 국내에 허가된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서방형 제품은 한국얀센 타이레놀이알서방정 등 18개사 20품목이며, 아세트아미노펜 함유 복합 서방형의약품은 한국얀센 울트라셋이알서방정(트라마돌 복합제) 등 24개사 45품목이 있다. 단일 서방형 제제의 2016년도 생산실적은 약 317억원이며 복합 서방형 제제의 2016년도 생산실적은 약 381억원이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서방형 제제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한국얀센의 타이레놀이알서방정으로 한해 평균 100억원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한미약품의 써스펜이알서방정이 30억원~4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아세트아미노펜 판매 업체, “복용법 지키면 문제없어”

제약업계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에 시판중지 등 관련 조치가 취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타이레놀을 제조하는 한국얀센은 입장문을 통해 “타이레놀의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용법용량대로 복용하면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열 진통제”라면서 “식약처, 의료전문가와 소비자와 협력해 모든 의약품이 적절하고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을 안전하게 복용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을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 관계자도 “복용량과 방법을 잘 지키면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편의점과 같은 곳에서 소비자가 쉽게 약을 구해서 먹을 수 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만 아세트아미노펜을 퇴출한다는 논리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에 대한 유럽 외의 국외 사용현황, 향후 조치사항, 국내 사용실태와 이상 사례 현황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 등의 절차를 거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