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네이버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연사로 선 네이버 한성숙 대표. 출처= 네이버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폭풍우가 다가오고 있다(A Storm is Coming…)”

영화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에서 캣우먼(앤 해서웨이)이 배트맨(크리스찬 베일)에게 앞으로 다가올 변화와 위기를 경고하는 대사다. 변화는 영화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한국 경제에도 과거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대변화가 몰아치고 있다. 5G시대의 도래와 4차 산업혁명, 이커머스의 급성장은 그런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오프라인 위주 유통 구조를 온라인으로 옮기면서 인수합병을 통해 그 규모를 확장하면서 유통업계에 파상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이미 이런 변화의 파도에 올라섰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연평균 20%의 성장을 이뤘고 그 규모 또한 80조원으로 커졌다. 국내 이커머스 아마존발 유통혁명의 파고를 타고 일대 도약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고정고객 확보와 브랜드 확장을 위한 ‘출혈 경쟁’을 계속했다. 어떤 업체는 경쟁업체보다 저렴한 제품과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했고, 어떤 업체는 친절하고 빠른 배송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주력했다. 지금은 주요 업체들 중 신선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은 거의 없다. 경쟁 심화로 업계 서비스 수준은 상향평준화됐다. 그럼에도 그 어떤 업체도 이커머스의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업계는 제각각 ‘다음 수’를 놓고 고심의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자극제는 아마존을 비롯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이들은 인공지능(AI) 기술과 음성인식을 활용한 커머스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들도 다시 한 번 차별화를 요구받고 새로운 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전문 업체, 혹은 이커머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유통 기업들은 앞으로 맞이할 변화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과연 그들은 ‘최후의 생존자’를 가릴 큰 싸움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유통 기업들의 현 상황과 차세대 이커머스 도약 전략을 세 번에 나눠 진단해본다.<편집자주>

“네이버는 더 이상 G마켓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국내 거대 포털 네이버는 그동안 칼을 갈아왔다. 벼리고 벼려서 시퍼런 검광이 나온다. 그리고 이제 그 칼을 뽑아들었다. 지난 2월 21일 열린 네이버 ‘2018 커넥트 컨퍼런스’에서였다. 최인혁 비즈니스 총괄은 “판매자가 주인공이 되는 쇼핑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는 네이버가 온라인 쇼핑 영역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네이버는 이어 지난 1일 자사의 공개형 온라인 쇼핑몰 ‘스토어팜’의 빅데이터 활용 편의성을 개선한 ‘스마트스토어’를 공개했다. 최 총괄이 스마트스토어로 강조한 것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온라인 쇼핑몰이다.

▲ 네이버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 출처= 네이버

그는 “연내 인공지능 스피커로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상품이 노출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쇼핑은 생필품 판매를 시작으로 추후에는 음성기반 간편 결제도 가능하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이커머스 사업 확장은 기존 업체들에게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거대한 자본력과 실력을 갖춘 플레이어가 새로 뛰어드니 달가울 리가 없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 자사의 오픈마켓 ‘샵N’을 오픈했다가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와 11번가의 ‘보이콧’ 등 논란이 일자 서비스를 중단한 예가 있다. “검색 사이트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우월 입지를 활용한 이커머스 진출은 공정거래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네이버는 온라인 상품 판매나 중개 수익보다는 판매자들을 위한 서비스 지원으로 다수의 회원들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둔 쇼핑 플랫폼 ‘네이버쇼핑’, ‘스토어팜’, ‘윈도’를 통한 우회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네이버의 우회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다.

증권업계의 기업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네이버쇼핑은 총 2조800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월평균 거래대금은 6933억원이었다. 2016년 1분기(1~3월)의 월평균 거래대금 2800억원보다 2배 이상 훌쩍 증가한 수치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증권가 추정치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네이버 쇼핑의 가파른 성장 속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손색이 없다.

쇼핑 부분의 선전은 네이버의 실적에도 반영됐다. 지난 1월 네이버가 발표한 ‘2017년 4분기-연간 실적’에 따르면 쇼핑 검색이 포함된 ‘비즈니스 플랫폼부문’의 매출은 전체의 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출액은 5744억원으로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9%, 그리고 2017년 3분기와 비교하면 4.7% 성장한 규모다.

▲ 네이버가 입점 업체들에게 제공하는 마케팅 빅데이터. 출처= 네이버

2018 커넥트 컨퍼런스에서 최인혁 비즈니스 총괄이 전한 메시지는 업계에서 “이제 더 이상 기존 온라인 쇼핑몰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체 검색어에서 3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쇼핑 관련 키워드를 고려할 때 온라인 쇼핑 영역을 대하는 네이버의 태도도 이전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검색 빅데이터, 인공지능 스피커 등 첨단 기술은 네이버 쇼핑 플랫폼의 혁신을 위해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 쇼핑 환경을 조성은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업체들이 추구하는 전략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나 온라인 쇼핑 상품 구성, 배송 서비스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보완하는 서비스 최적화 작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예상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주도권의 열쇠는 ‘기술’이다. 과연 네이버는 기존 이커머스의 견제를 이겨내고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