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각)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독자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석유와 달러의 북한 유입을 막는 포괄적 해상 차단 대책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각) 공해상에서 화물을 환적하다 적발된 선박 사진 앞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백악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북핵 개발을 위한 자금 차단 등을 위한 대북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북한과 중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파나마 등 국적·등록·기항 선박 28척과 해운사 등 기업 27곳, 대만 국적자 개인 1명 등 총 56개 대상이 포함됐다.

새롭게 추가된 제재 명단에는 안산 1호와 유정 2호 등 북한 깃발을 달고 있는 선박 19척과 중국과 홍콩 등 해외 운송회사가 소유한 선박 9척이 포함됐다.

이날 제재조치는 군사행동을 빼고는 가장 강력한 압박조치로 여겨지는 사실상의 대북 포괄적 해상차단(maritime interdiction)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이 소유한 유조선이사실상 모두 포함됐고 석탄 운송에 관여했지만 기존 제재 명단에서 빠진 선박들도 포함됐고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물품을 주고받은 외국 선적 선박들도 들어갔기  때문이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재무부는 전세계에서 북한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선박과 해운사, 기관들을 차단하기 위한 단호한 행동을 포함해 제재회피를 위해 북한이 이용하는 모든 불법 수단들을 공격적으로 겨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조치를 "계속되는 있는 최대 경제 압박  캠페인의 일부"라고 강조하고 "최대 경제 압박 캠페인은 북한 정권이 미국이 금지한 무역을 통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재원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전 공화당 후원단체 CAPC에서 대북제재 조치를 설명하고 있다.출처=VOA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화당 최대 후원단체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것 중 가장 무거운 제재를 지금 막 단행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밝힌다"면서 "한 나라에 대한 전례 없는 가장 무거운 제재들이다.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이자 백악관 보좌관인 이방카 트럼프가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만찬을 한 당일 발표됨으로써 남북해빙, 북미 탐색 대화 기류와 상관없이 최고의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 당국은 앞으로 석유 등 유엔 금지 물품을 밀수하는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차단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에 착수할 전망이다.북한 선박과 제3국 선박의 공해상 불법 환적 행위 차단 등에 맞춘 포괄적 해상차단을 통해 달러와 석유공급을 차단함으로써 북한을 더욱 고립시키고 결국에는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앞서 1월  한국전 유엔 참전국을 포함해 20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한 캐나다 밴쿠버 한반도 안보회의에서 "유엔 제재를 침해하는 북한 선박의 공해상 불법 환적을 막기 위해선 지구적 해상차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선적 유조선이 해상에서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다른 선박과 화물을 옮겨싣는 환적 의심 장면을 포착했다며 3차례나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