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평창겨울올림픽 폐막식(25일) 참석을 위해 25일부터 27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을 만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고문 겸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도 23일부터 나흘간 방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미 접촉 가능성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미국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과 북한, 북한이 2차 평창 외교를 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美국무부, 김영철 방남 허용여부에 "한국과 긴밀하게 협의중"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각) 2010년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 등을 위해 방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그가 (천안함)기념관에 가서 그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져 온 것을 보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인 김영철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안보공원에는 천안함기념관이 있으며 여기에는 파괴된 천안함 선체가 전시돼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해 천안함기념관을 둘러봤다.

노어트 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면서 "한국은 다양한 제재가 해제되고 특정한 개인들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유엔과 협력해왔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의 역할은 한국 정부의 가까운 파트너이자 동맹으로서 협력하는 것이고, 안전하고 훌륭하며 긍정적인 올림픽을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어트 대변인은 '김영철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라는 거듭된 지적에,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의 경우와 차이가 없다”고 답하고 “한국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주도

대남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영철은 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을 겸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인민군 대장을 거쳤다. 현재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국무위원회 위원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김영철은 국방 분야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북한의 주요 무력도발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사건을 포함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농협 전산망 해킹, 소니 픽처스 해킹 등의 도발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김영철은 량강도 출신으로, 만경대혁명학원을 거쳐 김일성군사종합대학교를 졸업했다. 김일성 시기 인민군 소좌, 인민군 소장, 인민무력부 부국장 등의 직책을 거쳤고, 제 1~7차 남북고위급회담 군사분과위원회 북측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김정일 시기에는 인민군 중장, 인민군 정찰총국 총국장, 인민군 상장, 당 중앙위원회 위원을 거쳤고, 제3~7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과 제2차 남북국방장관회담의 북측대표를 역임했다.

전문가들 "미와 의미있는 대화 가능성 희박" 

천안한 폭침으로 우리군인 46명이 목숨을 잃었고 북한은 이를 공식으로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통일부는 그의 방남을 수용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며, 이러한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김영철 등의 방남에 대해 "그야말로 평창 올림픽 평화 개최를 축하하고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영접한 만큼 김영철 통전부장이 온다면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응대할 가능성이 점쳤다.

양 교수는 "이번에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오는 만큼 우리의 국정원장과 김영철 부장, 폼페오 미국 CIA 국장이 협력한다면 김영철이 이방카 선임고문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영철은 대남 고위급 접촉에 여러 번 접촉해 능수능란한 만큼 비핵화 등의 문제가 제기되도 충분히 역공이 가능해 북미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김영철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다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김영철이 강경파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는 통일전선부장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본다”면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군사당국회담 개최 일정, 이산가족상봉 및 기타 인적 교류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실장은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하는 것인 만큼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 우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은 낮아보이고 우리도 이번 기회에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북측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김영철 통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기본적으로 대남 관계자들로 구성돼 있어 미국 대표단과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이 두 차례나 고위급 대표단을 한국에 보내게 되면 한국 정부도 북한에 답방형식으로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남북저상회담과 북핵 문제 등 양국 관심사에 대해 본격 논의를 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