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형 주차장           출처= usnews.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부동산과 교통의 관계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 동안 이어져 온 것 중 하나일 것이다.

도로에서 운하, 철도, 고속도로에 이르기까지 교통의 발달보다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 올린 것은 고대 시대 이후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21세기에도 마찬가지다.

브리짓 벅스턴은 2016년에 남편과 함께 런던 동부의 허스름한 동네에 있는 오래된 집을 구입했다. 올해 오픈 예정인 시내 횡단 고속 철도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집 값은 지난 5년 동안 90%나 올랐다. 도시 전체 인상폭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그러나 이제 자율주행차의 등장이 스트레스 없는 통근과 주차로 인한 번거로움의 종식을 약속하며,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들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자율주행차, 부동산 투자 계산법 복잡하게 한다

미래의 교통에 탑승하기를 원하는 수강생 1만 명이 등록한 온라인 대학 유다시티(Udacity Inc.)에서 자율주행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데이비드 실버는 "자율주행차량에 의해 가장 변혁을 맞는 산업은 부동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는 모든 것이 위치와 교통에 의해 좌우되는 부동산 산업을 완전 뒤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어쩌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버스, 택시 및 배달 밴과 같은 무인 서비스의 초기 시대는 이미 도래했지만 소비자들이 대대적으로 그에 적응하기 까지는 어쩌면 10년 이상 걸릴 지 모른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시골 외곽 지역이 주거지로 개발된 것은, 헨리 포드가 1908년 최초의 대중용 자동차 모델 T를 내 놓은 후에도 반세기나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세계 최대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브룩필드 부동산 파트너스(Brookfield Property Partners LP)의 릭 클라크 회장 같은 투자자들이 교외 지역 투자에 예상보다 덜 적극적인 이유다.

그들은 자율 주행시대가 오면, 즉 차량이 운행되지 않고 대개 95%는 주차되어 있는 오늘날의 상태에서 벗어나 더 이상 오랜 시간 주차해 놓을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면, 주차장으로 쓰였던 공간의 상당 부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대중 교통이 닿지 않아 쳐다보지도 않던 지역이 더 매력적인 땅이 될까, 아니면 벽지의 녹지가 창고를 짓기에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될까.

주차장,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브룩필드가 보유하고 있는 1520억 달러 상당의 부동산 자산 중에는 미국 소재의 쇼핑몰 175개가 있다. 클라크 회장은 그 쇼핑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주차장이라고 말한다.

"수년 동안 이 땅을 보면서 (이제 주차장이 필요 없게 되면) 아파트를 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아니면 효용 가치가 더 높은 다른 것을 지을 수도 있겠지요.”

셰일 가스의 시추가 오래 방치된 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음으로써 석유 산업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것처럼, 미래의 자율주행차 시대는 주변 이웃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탈바꿈 시킬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다이믈러 AG의 연구기관인 무벨 연구소(Moovel Lab)에 따르면, 뉴욕시에서 주차 공간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은 센트럴 파크(Central Parks) 두 개와 맞먹는다. 런던도 하이드 파크(Hyde Parks) 5개 크기의 공간이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자율주행시대가 가져오는 변화는 또 일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곤란을 겪는 사람들인 통근자들에게도 축복의 안도감을 제공해 줄 것이다. 외딴 지역의 개발을 장려함으로써 도시 외곽 지역이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다.

외곽지역 개발, 새로운 시대를 맞다

보험사인 악사(Axa) SA의 데이비드 윌리엄스 기술 이사는 베리세인트에드먼즈(Bury St. Edmunds) 의 북부 교외와 직장이 있는 런던 사이를 출퇴근하는데 하루 3시간 이상을 자동차에서 소비한다. 그는 그의 출퇴근이 더 이상, 연착을 밥 먹듯이 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까지 막히는 길을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데이비드는 이렇게 말한다.

"내 출퇴근 여행이 훨씬 더 유연해지고 더 통합적이 돼서, 차가운 플랫폼에서 서성이며 기다리지 않고 무언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렇게 되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도시 효과가 교외 지역까지 확대될까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자율주행시대의 미래에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파벳의 도시개발 사업부인 사이드워크 연구소(Sidewalks Labs)는 토론토 동부 해안의 한 지구를 운전자가 전혀 없는 최초의 지역 사회가 되도록 설계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정책 담당 임원인 로히트 아가왈라는 "도시 거리의 근본적인 디자인과 경험이 완전 탈바꿈 할 것"이라고 말한다.

“갑자기 거리가 매우 안전해질 것입니다.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벽도 필요 없게 되고,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방식의 단속도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보행자가 왕이 되는 유럽이나 세계 여러 나라들의 유서 깊은 역사적인 도시의 멋진 광경을 생각해보십시오."

어떤 변화들은 훨씬 빨리 일어날 수 있다.

산업용 토지 가격의 재해석 시작

리갈 앤 제네럴 그룹(Legal & General Group Plc)의 투자관리 사업부 기업 공간 연구소장 빌 페이지는 자율주행차가 트럭에까지 확대 적용되면, 산업용 토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영국의 경우, 국가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같이 현재 물류 회사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장거리 배송을 위해 운전자를 교대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같은 회사는, 영국의 어느 지역이든 운전자 교대 없이 물품을 배송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에 자리잡아야 했기 때문에 높은 창고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다.

페이지 소장은 "자율주행시대에는 훨씬 더 싼 지역에 물류 창고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회사는 이미 이를 대비해 교외 지역 부동산 자산에 250억 파운드(약 38조원)를 투자했다.

 

"미국 같이 큰 나라의 경우에는, 차량이 더 이상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 트럭 정류장, 모텔 및 주유소의 전체 네트워크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운전자 없는 기술이 언제 도래할 것인지의 불확실성이 어떤 잠재적 위협이 될까 우려하고 있는 반면, 재정적 곤란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전망이 될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회사 바드 파트너스(Varde Partners LP)의 팀 무니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율주행차는 커다란 여파를 몰고 올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모른 체 해도 이미 우리 곁에 가까이 와 있으니까요. 특히 미국 소매점 영역에서 가장 먼저 그 충격을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