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내 자리는 빼앗아도 내 꿈은 빼앗지 못한다.”

기업에서 근무할 때, 한 선배 책상 앞에 써 놓은 글귀입니다. 인사이동이나 인사발령이 잦은 연말연시 무렵이면 가끔 이 글귀가 떠오르곤 합니다. 인사이동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조직에서는 참 중요한 사건이죠. 올해는 어느 부서로 발령이 날지, 올해 승진은 되는지…. 이런 저런 고민으로 술자리는 늘어만 갔죠.

이 글귀에서 한 번 생각해 볼 것은 ‘내 자리’와 ‘내 꿈’입니다. ‘내 자리’는 조직이 만들어 준 자리입니다. 조직은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다시 이 자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내 꿈’은 조직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들고 내 마음속에 지니고 있으니, 조직이 강제로 빼앗을 수가 없습니다. ‘자리’가 ‘직(職)’의 개념이라면, ‘꿈’은 ‘업(業)’의 개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조직이 빼앗지 못하는 ‘내 일’, 좀 더 나가면 ‘나만의 일’이 꿈이고, 나만의 전문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과거에 했던 일을 버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가 그랬다. 싫어 했던 일이라면 모를까, 좋아서 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인정도 받았다. 그래서 그 일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나온 거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 게 아니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아예 버리지 말라고. 현재의 모습을 발판 삼아서 앞으로 점프하라고.”

KBS 아나운서 출신이며,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인인 손미나앤컴퍼니 손미나 대표는 예전에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손 대표는 과거를 버리지 말라고 합니다. 더구나 이를 발판으로 점프하라고 합니다. 그의 말은 전략적입니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계획할 때, 기업은 효율성을 놓이기 위해 쌓아놓은 핵심역량을 십분 발휘해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을 쓰곤 합니다. 개인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자신이 경험하고 축적해 놓은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나만의 일, 나만의 잡(Job)을 만드는 일은 꿈을 이루는 작업입니다. 즉 나의 ‘전문성’을 찾아서 나만의 잡을 위한 기초공사를 하는 작업이죠. 이 작업의 시작은 나의 스토리를 찾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나의 전문성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스토리 소재를 발견하고 이를 자신만의 언어로 규정하고 브랜딩해야 합니다. 이 스토리 소재가 기업의 핵심역량을 찾는 작업과 유사합니다. 즉 자신이 지닌 스토리를 자신의 꿈과 연결해 점프를 해야 합니다.

지나온 스토리로 찾은 꿈은 키워나가야 합니다. 과거의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이라면, 꿈을 위한 스토리는 만들어 가는 겁니다. 즉 개인의 꿈 스토리는 선형(線形)적이기보다는 정해지지 않은 비선형(非線形)적 스토리구조입니다. 이런 개인 스토리텔링의 목적은 전문성 확립이며, 방법은 스토리를 실행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입니다. 즉 자신이 만든 잡을 실천해가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전문영역이 확장되며 잡에 대한 자신만의 브랜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초한지(楚漢志)에서 한나라 유방은 항우를 피해 촉(蜀)으로 들어갈 때, 다시 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잔도(棧道, 절벽과 절벽 사이에 사다리처럼 높이 걸쳐 놓은 다리)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퍼스널 스토리텔링에서 지나온 다리는 소중한 자산이며, 전략적 소재가 되는 스토리입니다. 그 잔도가 혹여 흑역사일지라도 잘만 꿴다면, 그 스토리는 훌륭한 구슬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잔도라도 지나온 다리는 소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