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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인들의 거짓말

문주용 편집국장 supermoon@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2.10  15: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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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전적 거짓말 세 가지를 우린 잘 알고 있다. 처녀가 시집가기 싫다는 사양,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푸념,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넋두리가 그것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더 이상 이들을 대표적 거짓말이라 할 수 없게 됐다. 결혼을 마다한 채 다양한 형태로 동거하는 커플들이 눈에 띈다. 개인주의 사상의 확장에다 미취업 등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자 자발적 비혼이 국가적 고민에 이를 지경이다.

노후 대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노인들은 연일 죽고 싶다는 심정을 털어놓기 일쑤다. 삶이 힘들어서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려서든 노인들의 거짓말이 진심이 되어간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도 거짓말이겠구나 하는 깨달음은 사명감, 사회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무장된 사업가들을 접할 때마다 얻게 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당당하고 떳떳한 사업을 하겠다는 이들은 ‘소아(小我)’가 아니라 대의(大義)에 고무된 분들이다.

최근 자리에서 듣게 된 국내 굴지 제약사 회장의 얘기도 그러했다. 외국 회사가 개발한 약을 국내로 수입해 매출 올리는 제약사가 무슨 제약사냐며 냉소하는 이분은 자체 신약을 만들어 신약 개발로 ‘국내 1등 제약사’가 되겠다는 의지의 소유자다. 그 마음 속에는 사회공익적 가치를 지키려는 자존감이 느껴진다. ‘좋은 일이 먼저고, 돈은 그 다음이다’는 선의가 빛을 발한다.

‘돈 많이 벌면, 이 돈 나눠 줄게’라는 유인책과 ‘사회에 꼭 필요한 회사가 되면 좋은 회사가 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소명의식 중 어떤 명분이 조직 구성원들에게 감동을 주겠는가.

최근 금융인들의 거짓말이 다시 등장해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있다. 유구한 역사 속에 기승을 부렸다 잠잠하기를 반복하는 거짓말이지만, 최근 또 기승을 부릴 듯해서 거론하겠다.

바로 ‘금융은 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거짓말이다. 이는 여론의 검증도 없이 불쑥 전국 은행연합회 회장에 취임한 김태영 회장의 취임사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은행산업이 독자산업으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서비스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은행산업이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여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 향상과 발전을 견인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에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억누르려는 듯 그럴싸한 명분을 강조하려는 취임사지만,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이라고? 금융산업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지’ 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중요한 산업인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산업이 대표적으로 금융과 유통산업이다. 경상남도 창원에서 생산된 냉장고를 서울로 옮기는 물류산업을 생각해보자. 트럭운송이 냉장고에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었을까. 답은 자명하다. 이동시켰을 뿐이고 이동시킨데 대한 비용이 매겨졌을 뿐이다. 트럭 운전자의 땀이 냉장고에 들어간 것도, 트럭의 매캐한 연기가 냉장고에 밴 것도 아니다.

금융, 특히 은행산업을 보자. 은행에 100만원을 맡기고 1년 뒤 돌려받을 때 은행은 어떤 부가가치를 얹어서 우리에게 돌려주는지를 생각해보자. 은행은 부가가치 대신, 약간 불어난 돈을 돌려줄 뿐이다.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제품을 생산한다 치더라도, 그것은 기업이 타인자본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자본가 역할이다. 돈 빌려준 은행이 부가가치를 만든 건 아니다. 은행은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낸 대금업일 뿐이다.

하지만 금융인들은 자기가 마치 숭고한 일을 수행하는 제사장인양 착각한다. 은행연합회장의 취임사는 금융산업이 사명감만 벼르면 고부가가치 산업, 전략적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려 한다.

현실을 돌아보자.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부가가치의 산물이란 말인가. 지금껏 금융산업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라. 정부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의 대책 마련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은행들은 또 다른 대출 상품을 만들어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공력을 다한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면, 신용대출 창구로 국민을 유인하고, 신용등급표를 돈을 마음껏 쓸 수 있는 권한인 것처럼 호도한다. 수천년 전부터 대금업은 이런 거짓말을 해왔다.

새 정부 들어 금융권 내 고위직 인사가 속속 확정되고 있다. 금융인들 사이에서는 누가 그 자리를 맡는지가 관심인 모양인데, 국민들은 새 정부에서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할지를 더 궁금해 한다.

촛불 민심은 보수정권 9년 동안 이뤄진 은행의 위선적 활개를 ‘금융 적폐’로 규정한다. 집값을 천청부지로 올려놓는 동안 국민들의 대차대조표를 갖가지 부채로 가득 차게 만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외친다. 국민의 자산을 빼앗아 자신들의 자산으로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 수익성과 자동화를 이유로 은행원들을 구조조정해 길거리로 내몰았다.

‘포용적 금융’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이 새 정부에서 금융의 역할이거늘, 과연 그런 소신을 가진 이들이 선임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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