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연결 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리며 스마트홈, 스마트시티 등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미 2000년부터 건설사와 IT기업을 연결해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며 메가시티의 연결까지 꿈꾸는 기업인이 있다. 테크노빌리지의 유인목 대표다.

 

융합을 꿈꾸게 된 사연

유인목 대표는 대우그룹에서 21년간 일한 대우맨이었다. 이후 외환위기가 닥치자 2000년 15개 건설사와 7개의 IT기업을 연결하는 테크노빌리지를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테크노빌리지는 스마트 도어락, 홈 네트워크 전반의 ICT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곳이다.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 대표는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업 기회를 봤다”고 회고했다. 21년을 회사에서 일했으나 트렌드를 쫒아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는 “1990년대 말 당시 건설사들은 평면적인 건축에만 매몰되어 있었고, IT기업들은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적재적소에 자신의 능력을 집중시키지 못했다”며 “건축과 ICT를 융합하는 사업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테크노빌리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통신사와 ICT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사업에 관심을 가지며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여기에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자체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소싱, 즉 플랫폼 사업으로 풀어낸 대목도 흥미롭다.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유 대표는 “회사생활을 대부분 관리직으로 보냈다”면서 “공부를 하고 세상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업 초기 ICT 인재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일부 직원이 책임 있는 업무태도를 보여주지 않아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고 ‘무책임한 회사 돈 쓰기’에 익숙한 직원들과 일하느라 속을 썩이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결국 유 대표 본인이 나섰다. 유 대표는 “허례허식을 걷어버리고 ‘개폼’ 잡지 말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며 “그 결과 사업 첫 해 적자로 허덕이던 것이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테크노빌리지의 강점은 초연결 라이프스타일 구현을 위한 치열한 연구개발에 있다. 건축 설계부터 홈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편리한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유 대표는 2008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우수경영인상, 2009년 피터 드러커 혁신상, 2016년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효(孝)의 가치가 최고?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 대표의 경영철학은 다소 독특하다. 인성과 효(孝)의 가치다. 유 대표는 “독신으로 살아와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 회사생활하고 회사 설립하며 바쁘게 살아와 늘 안타까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유 대표는 “효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직원이라면 기본적인 인성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사람중심 경영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직원이 우수한 직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테크노빌리지는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모두 해외연수를 보내주고 있으며, 모범 사원은 부모와의 동반여행을 지원하기도 한다.

사회공헌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유 대표는 현재 고향인 충주에서 남산장학회를 설립했으며, 모교인 경희대학교에도 서천장학회를 세웠다. 그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중소기업을 설립하니 ‘을’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가끔 서러울 때도 있었다”며 “모두가 상생하는 길을 찾기 위해 작은 시작이지만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테크노빌리지의 꿈은 크다

테크노빌리지는 국내에 아직 초연결, 스마트홈의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유비쿼터스에서 착실하게 실력을 키워온 중견기업이다. ICT 인프라를 연결해 다양한 제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품이나 서비스 하나도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스마트 도어락만 봐도 문틈의 결로현상부터 암호패턴 조작, CCTV 기능까지 세심하게 구현했다.

▲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 대표는 “건축과 ICT의 융합과 연결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항상 고민의 습관화, 공부의 습관화를 통해 혁신을 위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테크노빌리지의 사풍으로 정착되었다.

유 대표의 꿈은 이제 집에 머물러 있지 않다. 그는 “앞으로 초연결 홈 네트워크, 스마트홈은 집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과 뉴욕, 베이징 등 인구 천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가 160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로 연결된다고 상상해보라. 우리의 초연결 라이프스타일은 더욱 확장되며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도시재생사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 대표는 “집과 기업, 정부, 도시, 나라는 계속 변해야 한다”며 “복합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제대로 된 초연결 ICT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