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홍콩 케리호텔에서 열린 퀄컴 4G/5G 서밋 현장. 사진=조재성 기자

차세대 이동통신 5G 시대가 먼 미래 얘기만은 아니다. 글로벌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업체, 모바일 기기 제조사 등이 5G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때로는 협력, 때로는 경쟁한 결과다. 

5G 기술 표준화를 비롯한 상용화 예정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업계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칩셋 회사 퀄컴 역시 마찬가지다.

퀄컴은 17일 홍콩 케리호텔에서 '4G/5G 서밋(Summit)'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퀄컴의 5G 시대 준비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 17일 홍콩 케리호텔에서 열린 퀄컴 4G·5G 서밋. 사진=조재성 기자

새로운 혈관, 5G

흔히들 네트워크는 IT 산업의 혈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4G가 5G로 진화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일단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5G 기준을 이렇게 정의한다. ‘데이터 전송속도 초당 20Gbps 이상, 지연속도 0.001초 이하’. 5G 시대엔 데이터 전송 속도 향상을 바탕으로 전송량 자체가 급증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설명이다.

설명은 있었으나 체감이 안된것도 사실이다.  '5G 네트워크가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4G·5G 서밋'에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 그 의미가 더했다.   

“5G가 모든 걸 바꿀 것이다” 4G·5G 서밋 기조연사로 나선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테크놀로지 총괄부사장(QCT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피터 카슨 퀄컴 모뎀 담당 수석이사가 덧붙인다. “5G가 멀티미디어는 물론 가상·증강현실 커넥티드카 영역에서 기존보다 훨씬 풍부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 홍콩 케리호텔에서 열린 4G/5G 서밋(Summit) 기조연사로 나선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 테크놀로지 총괄부사장(QCT 사장). 사진=조재성 기자

연사로 나선 이용규 KT 네트워크전략담당 상무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 원격진료 등 무선통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신규 서비스의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의 특징을 갖는 5G가 필수이다”라면서 미래산업에 있어서 5G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겠다. 5G 네트워트가 상용화되면 고용량 가상현실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재생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만물과 통신하며 탑승자 안전을 최대한으로 지켜낼 수도 있고.

5G는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혈관이다.

'스냅드래곤 X50'이라는 열쇠

퀄컴은 스마트폰의 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부문 글로벌 절대 강자다. 이런 퀄컴의 5G 시대 준비 역시 칩셋 개발과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5G 대응 통신 모뎀을 만들어내는 일 말이다.

4G·5G 서밋 핵심 이슈도 이에 관한 내용이다. 이 행사에서 퀄컴은 자회사 퀄컴 테크놀로지가 모바일 기기용 5G 모뎀 칩셋을 이용한 5G 데이터 통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냅드래곤 X50 5G 모뎀 칩셋으로 28GHz 밀리미터파 (mmWave) 대역 내 데이터 통신과 기가비트급 속도 달성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 피터 카슨 퀄컴 모뎀 담당 수석이사가 퀄컴 4G/5G 서밋에서 스냅드래곤 X50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조재성 기자

퀄컴은 지난해 같은 행사에서 X50 모뎀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 이 칩셋은 5G 구현에 필수적인 28GHz 밀리미터피 대역을 지원한다. 또 전송 속도와 데이터 용량을 향상시키는 다중입출력(MIMO) 안테나 기술, 비가시(NLOS) 환경에서도 광대역 통신을 보장하는 지능형 빔포밍과 트래킹 기술 등이 적용됐다. 주파수는 최대 800MHz 대역폭을 지원해 최대 5Gbps 다운로드 속도를 구현한다.

당시 5G 모뎀 칩셋을 발표한 건 퀄컴이 업계 최초였다. 그로부터 칩셋이 실제 작동한다는 걸 세계 최초로 보여주며 5G 리더십을 입증했다. 퀄컴은 “5G NR 국제 표준을 기반으로 구현되는 밀리미터파 대역 5G NR 통신은 이동통신의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네트워트 용량도 급증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019년, 5G 스마트폰이 온다

이 행사에서 퀄컴은 스마트폰 하나를 공개했다. 칩 제조사가 스마트폰 단말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건 아니다. 5G 레퍼런스 스마트폰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5G 스마트폰 개발에 참고하도록 만든 제품이다.

퀄컴이 제시한 5G 레퍼런스폰은 9mm 두께에 개성 없이 투박한 디자인이다. 글로벌 제조사들의 손을 거쳐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모델로 파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퀄컴은 5G 스마트폰 출시 시점을 2019년 상반기로 제시했다. 지난해 X50 모뎀을 발표할 당시 언급한 시점보단 늦지만 5G 시대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17일 홍콩 케리호텔에서 열린 퀄컴 4G/5G 서밋 현장. 사진=조재성 기자

분야 막론하는 5G 파트너십

퀄컴이 올해 4G·5G 서밋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협력’이다. 글로벌 주요 통신사, 네트워크 장비 회사, 스마트폰 제조사 등과 폭넓게 협력해 5G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무척 강조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총괄부사장은 파트너십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기조연설 도중에 파트너사 관계자를 줄줄이 불러들였다. 버라이즌, 소니, 에이수스, 포드, 파슬그룹, 넷기어 등 통신사는 물론 스마트홈 기기나 자동차회사까지도.

피터 카슨 수석이사는 5G 시대엔 사업 기회가 급증할 걸로 내다봤다. 실제로 퀄컴의 네트워크 칩셋을 통해 구축될 5G 혈관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곧 퀄컴에겐 새로운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