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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전문가 진단] "비틀어진 유통 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다"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정은정 박사(한신대 강사) 인터뷰

천영준 농업ICT 전문위원 겸 에디터/공학박사 taisama@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6  16: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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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정 박사(41, 한신대 강사)는 대한민국의 양계 업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농촌사회학자다. 정 박사는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저서를 통해 한국 닭 산업의 구조를 파악하고 프랜차이즈 산업에 의해 가맹점 상인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불공정 거래 구조, 닭 사육 농가들의 고통 등을 깊이있게 다뤘다. 정 박사는 일반적인 '살충제 계란' 문제 진단과 달리 전체적인 계란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 '대한민국 치킨런' 저자 정은정 박사(제공=정은정 박사)

"우선 계란 유통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계란 유통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절대로 농가가 많은 돈을 벌 수 없는 산업이고, 농가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양계 농가에서 도매상에서소비자로 가는 일반적인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작은 식품점이나 시장에서 사먹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양계 농가에서 매집상 그리고 도매상에게 팔린 후 대형 유통 마트나 식자재 업체 등으로 유통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양계 농가에서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네 번째는 양계 농가에서 농협에 계통출원하는 경우가 있다. 양계 농가에서 생산자회 등에게 유통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잘못 보는 것 중 하나가 농민들의 도덕성 부재로 문제가 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유통 절차의 복잡성 때문에 대부분의 최종소비자가격은 유통비가 차지하고, 농민들은 적은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절박함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

지금 제대로 된 소독이 이루어 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사실 모든 축산업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소독 단계가 있다. 사용하는 약품 종류도 매우 많고, 지금 문제시된 것이 바이엘사가 생산하는 피프로닐 검출 약품인데, 농식품부나 식약처가 농약 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계란 유통 구조에 대한 분석을 무시하고 약품을 쓰는 행태 자체만 언급하고 있었던 게 현실이다. 사실 닭들도 계속 내성이 생기면서 일반적인 약품이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민들이 이웃끼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약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농식품 당국이 가금류에 쓰면 안 되는 약품이라고 제대로 된 홍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부 대기업들은 지금 은근히 자랑을 하면서, 피프로닐 검사를 할 수 있는 자체 키트가 있다고 홍보를 한다. 소비자들 대다수는 ‘결국 대기업 상품이 안전하구나’ 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통업자들도 큰 책임이 있다고 보면 될까.

“이미 유통업자들이 계란을 잘 보관하고 유통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계란을 생산해서 판에 담아 실어 보내는 것까지 농민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계사 관리 및 계란 생산의 모든 과정을 농민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축산물의 특성 상 유통업 비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농가들이 양적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많은 닭을 한꺼번에 키울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다. 소비자들이 싼 값에 계속해서 많은 양의 축산물을 섭취하겠다고 여기면, 이 사태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대량생산과 효율 위주의 산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럽이나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이 문제가 4~50년 동안 온존되어 왔는데 이번에 유난히 부각된 측면도 강하다.”

구제역, 살충제 계란, 조류독감과 같은 사태들은 각각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구제역, 살충제 계란 사건은 다르지 않은 사건이다. 그런데 농정 당국은 이 사건들을 개별 이슈로 본다. 자꾸 일이 발생할 때마다 농가들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정부의 관리 책임은 부각하지 않는 것이 큰 문제로 본다."

닭을 계사에서 완전히 빼내지 않고 소독해서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다.

"닭은 6개월 동안 알을 밴 다음 60주 동안 알을 낳는다. 닭을 전부 뺀 다음에 닭장을 소독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농가들에게 의무사항도 아니고 권장 사항이다. 닭은 일반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마리 죽어 나가면 빼고, 그 다음에 새로운 닭을 집어 넣는 등 복잡한 관리 관행이 있어 왔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닭이 자기 재산이다. 닭 한 마리 죽으면 60주 동안 낳을 수 있는 계란이 없어 진다는 의미다. 농민들이 아주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의 부조리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로 치부해서는 절대 근본 원인 치유가 안 된다. 살충제도 일종의 농약이다. 만약에 살충제 계란이 아니라 농약 계란이라고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대중적인 공포감이 덜했을 수 있다.

선별/검역 절차를 신설하면 농가들이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아까도 설명했지만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농가들에게 소득이 이전되지 않는다. 만약에 선별/검역 등 제도가 들어오게 되면 그로 인한 관리 비용이 가격으로 전가되고, 결국 계란 매출이 줄게 되면서 개별 농가들에게 타격이 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는 방목형 사육, 동물복지 개념을 고려한 닭 사육이 어려울까.

“일반 농민들이 일괄적으로 채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다. 이번에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남양주 농가의 경우 80대 농장주였다. 최근의 축산업 트렌드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이다. 이런 분들에게 서구적 개념을 적용해서 방목형 사육, 동물복지 하라고 하는 것은 상당한 생산 비용을 감당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노력을 해서 친환경/동물 복지 농장이 많아지면, 그 계란을 안정적으로 소비해 준다는 사인이 있어야 한다. 개별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겨 놔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처럼 불경기거나 저성장 국면에서는 일반인들이 농축산물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 경우를 대비해서 단체급식 등에서 이른바 ‘친환경/동물복지형’ 축산물(계란을 포함한) 소비해 주는 것이 대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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