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등한 국제금값이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과 이에 따른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의 직격탄을 맞아 넉 달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조만간 온스당 1100달러대 문턱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밀렸다. 미국의 금융 전문 매체 마켓워치가 지난 5월 금값이 올여름에 폭락할 것이라며 제시한 7가지 이유가 하나둘 맞아떨어지고 있다.

 

7일(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값은 전날에 비해 온스당 13.60달러(1.1%) 하락한 1209.70달러를 기록했다.이는 3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값이다. 이로써 금값은 주간기준으로도 2.6%나 급락했고 5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음주에도 금값이 하락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것과 달리 금을 비롯하 상품 시장은 여름철에도 냉기가 돌고 있는 형국이다. 주가는 치솟고 달러가치는 강세이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긴축의 고삐를 죄고 있으니 넘치는 달러에 기댄 금값이 직격탄을 맞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마켓워치는 5월10일 내보낸 기사에서 금값 하락의 첫 번째 이유로 주가 상승세를 꼽았다.당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은 2만1000대를 찍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기록을 경신중이었다. 당시 마켓워치는 이런 상승세 투자자들이 주식 대신 금을 선택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반문하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7일(미국 현지시각) 전날보다 94.30포인트(0.44%) 상승한 2만1414.34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 역시 15.43포인트(0.64%) 높은 2425.18을 기록했고, 나스닥 지수도 63.62포인트(1.04%) 높은 6153.08에 장을 마감했다. 한마디로 증시는 뜨거운 여름철답게 달아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둘째 투자자들은 겁을 상실했다. 마켓워치는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불확실성’을 입에 올리지만 투자자들은 두려움이 없다면서 공포지수인 CBOE 변동성지수(VIX)가 사상 최저 수준임을 근거로 댔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뉴욕이나 한국 증권거래소는 공포에 질리지 않았다. 북한의 발표 동일 떨어진 주가는 어느새 반등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VIX는 9.37까지 떨어져 2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4일에는 VIX가 11.22로 소폭 올랐으나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지 않을 것으로 CNBC는 전망했다.
 

셋째,상품들은 녹초가 됐다고 마켓워치는 주장했다.그 때나 지금이나 딱 맞는 말이다. 금은 통상 안전자산으로 통한다. 위기 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상품이기에 금은 시장 불안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승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원유, 금, 은,철광석 할 것 없이 죽을 쑤고 있다. 당시 마켓워치는 S&P GSCI 상품지수가 4월에 비해 약 10%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두 달이 흘렀지만 사정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 인도분은 배럴당 44.23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9월 인도분은 배럴당 46.7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한 주 동안 3.9%와 4.2% 하락했다. 미국과 나이지리아, 리비아의 증산으로 국제 원유 시장이 넘쳐나고 있어 끝모를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금값은 7일 5주 연속으로 하락하면서 온스당 1209.70달러로 주저앉았고 은값은 1년 3개월 사이에 가장 낮은 온스당 15.425달러로 하락했다.

넷째 금 기업들의 주가 폭락이다. 금값이 하락하니 금기업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배릭골드와 골드코프 등 주요 기업은 2월 최고점에서 5월까지 주가가 16% 하락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같은 기간 S&P 500지수는 4% 올랐다. 마이너 금광회사들은 두말이 필요없을 만큼 주가가 폭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금투자자들은 지금도 땅을 치고 있다. 배릭골드의 주가는 7일에도 무려 1.60% 하락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금값이 하락했는데도 금광 기업들이 금생산을 줄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산량을 늘려 가격 하락분을 메워서 투자자들의 분노를 줄이려는 과거 행보는 혀전히 반복된다.

다섯째, 달러 강세다. Fed의 통화긴축으로 달러는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를 타고 있다. 5월 당시 달러가치는 1월 고점에 비해 2%이상 하락했다. 마켓워치는 12개월 간의 달러흐름을 보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달러가치는 2016년 이후 약 5% 상승했다.

이런 지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7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는 전일대비 0.2% 오른 96.00을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한 주간 0.4% 올랐다. Fed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고용지표 등이 호조를 보인다면 달러강세라는 불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이러니 금값이 무슨 용빼는 제주가 있어 오르겠나.달러가치와 달러로 표시되는 금값은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가치가 오르는 것 만큼 금값은 하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여섯째 마켓워치는 저물가를 꼽았다. Fed의 매파(긴축) 발언은 물가가 대단히 부진한 가운데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Fed가 물가를 모니터링 할 때 주목하는 지표가 개인소비지출(PCE)인데 3월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는 점을 마켓워치는 강조했다. 이는 2001년 9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그러나 1년간 PCE는 1.6% 상승해 Fed의 물가안정 목표 2%를 믿돌았다.

투자자들은 금을 불확실성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헤징 투자물로 여기는데 물가가 오르지 않는데 굳이 현금을 금에 쏟아넣을 일이 없다는 게 마켓워치의 결론이었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다. PCE는 5월 전달에 비해 0.1% 상승했고 1년 전에 비해서는 1.4% 상승해 역시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 2%를 한 참 밑돌았다.

마지막으로 마켓워치는 금투자자들이 계속해서 ‘화상을 입고 있다’고 고집었다. 즉 금투자자로 손실을 본다는 것이다. 금값은 5월 당시 2012년 고점에 비해 30%이상, 2014년 여름에 비해 약 10%가 하락했다. 올들어서도 금값은 5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시황에서 금에 투자해 돈을 벌 수가 있겠는가. 마켓워치는 당시 “최근 금에 투자해 돈을 벌기란 대단히 어렵다”고 토로했다. 마켓워치 말마따나 금투자자들이 다시 손실을 무릅쓸 리가 있겠는가 묻고 싶다.

결론은 금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화긴축을 모색하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값에 저승사자 노릇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