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3차원 사물을 현실에 구현하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매직리프와 같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구글과 애플 등 글로벌 ICT 기업의 큰 관심을 받고있는 아이템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가상 및 증강현실 시장은 약 90조4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증강현실의 시작은 삐걱였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 구글이 출시한 안경형 증강현실 플랫폼 구글글래스가 야심차게 등장했으나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좌초되었기 때문이다. 배터리 지속 시간이 짧고 디자인이 허술했던 점이 비판을 받았으나 특히 사생활 침해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다. 구글글래스를 착용한 후 현실세상을 바라볼 경우 다양한 정보가 입력되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불쾌할 수 있다. 실제로 구글글래스가 출시된 후 2013년 5월 일부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에게 서신을 보내 증강현실 기술력에 따른 사생활 침해 대응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 구글글래스. 출처=구글

증강현실 전성시대 열리나

가상현실의 경우 콘텐츠 부족 및 영역의 협소함 등으로 일부의 우려를 사고 있다. 가상현실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가 게임을 비롯한 몇몇 요소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3DTV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증강현실은 현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완전한 가상세계를 추구하는 가상현실보다 외연 확장적 측면에서 많은 기회가 있다. 현실에 가상을 덧대는 방식이라 서비스의 중심이 현실에 더욱 치우쳐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에 더욱 무게를 줬다.

증강현실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은 의외로 스타트업인 매직리프다. 구글과 알리바바 등 글로벌 ICT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투자를 유치한 매직리프는 체육관에 갑자기 고래가 등장하는 증강현실 영상을 구현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러나 데모영상 이상의 실질적 경쟁력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우려를 사기도 한다. 더버지는 "매직리프의 프로토 타입이 기존과는 다르게 투박하고, 홀로렌즈와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 매직리프 증강현실. 출처=매직리프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도 증가현실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다. ‘미래 컴퓨팅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으며 지난 5월11일 MS 빌드 2017 개발자 회의에서 기존 홀로 렌즈보다 저렴한 299달러의 헤드셋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바탕으로 가상현실 인프라를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수렴하는 한편, 증강현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F8에서 프레임 스튜디오(Frames Studio)와 AR 스튜디오(AR Studio) 두 가지로 구성된 카메라 효과 플랫폼(Camera Effects Platform)을 발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구글은 카드보드와 같은 저가형 가상현실 기기를 발표한 상태에서 이번에는 데이드림 2.0을 통해 증강현실 경쟁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헤드셋과 스마트폰의 연결이 지원되지 않아도 단독으로 증강현실을 즐길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다. 인텔과 월드센스 기술을 바탕으로 진정한 무선 증강현실 시대에 발을 내딛었다. 가상현실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튜브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크롬 브라우저를 가상현실 콘텐츠로 삼아버리는 전략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 구글 탱고 시연. 출처=구글

탱고 프로젝트는 구글 증강현실 기술력의 백미다. 기기가 움직임을 감지하고, 깊이 및 공간을 인식하도록 해주는 방식이 핵심이다. 클레이 베이버 구글 부사장은 "탱고는 실내 방향 정보를 포착하고 알려주며 주변 공간에 디지털 사물을 합성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기술력 일부가 공개된 바 있으며 레노버가 제작을 맡아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애플도 승부수를 던졌다. 아이폰8에 증강현실 기술력을 담아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증강현실 키트까지 공개했다. 이를 활용하면 아이폰 전용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증강현실 전용 안경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테스트를 위해 니어 아이(near-eye) 디스플레이를 소량 주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현재 애플은 증강현실 시장 장악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 증강현실 관련 스타트업을 연이어 인수한 상태에서 2013년 인수한 이스라엘 회사 프라임센스의 기술력도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애플과 포켓몬고의 증강현실 협력. 출처=캡처

주고 받는 스토리텔링의 가능성

구글글래스의 실패를 딛고 최근 등장하고 있는 증강현실 기술력은 기기의 한계를 뛰어넘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HMD 방식이나 안경형, 일반적인 웨어러블 기기의 특성은 모두 하드웨어라는 그릇을 뜻하는 한계일 뿐, 수직계열화 전략의 일부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의 증강현실 개발자 키트가 그 방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은 증가현실에 있어 쇼핑과 산업 등, 핵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지점을 우선적으로 선점한 상태다.

가구용품점 이케아와의 협력이 단적인 사례다. 20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가구업체 이케아와 애플이 공동으로 증강현실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가을에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소비자가 이케아 매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애플의 증강현실 기술력으로 가구배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대 600개의 가구정보를 제공하며 신제품은 앱을 통해 먼저 공개된다는 설명이다. 증강현실 기술 자체에 대한 완성도나, 하드웨어 스펙에 대한 고민에서 일정정도 벗어나 서비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페이스북의 카메라 효과 플랫폼도 비슷한 설명이 가능하다. 하드웨어 기술력이 낮은 페이스북은 SNS라는 자체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의 연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카메라 효과 플랫폼은 이용자들의 증강현실 기술력을 지원, 객체의 연결을 더욱 끈끈하게 만들 수 있다. 가상현실을 미래 소통의 플랫폼으로 정의한가운데 증강현실도 SNS 본연의 생태계로 강하게 끌어오는 방식이다.

▲ 페이스북 F8. 출처=페이스북

결국 글로벌 ICT 기업들에 있어 증강현실은 하드웨어 스펙과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오히려 인터랙티브(interactive)의 한 방식으로 이용되며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라는 콘텐츠 지원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구글글래스 초기 불거졌던 오프라인 논란과 달리 증강현실 자체가 양방향 소통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ICT 기업 자체가 하드웨어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서는 시대다. 이들이 모바일에서 진행되던 소프트웨어 핵심 전력(안드로이드와 iOS)과 하드웨어 동맹군 이원체제 자체를 흔들기 시작한 상황에서, 증강현실에 접근하는 방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새로운 기술에 하드웨어의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은, 글로벌 ICT 기업에 납품하며 연명하는 국내 제조업 기업들의 위기와도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