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지명됐다. 국회를 거쳐 최종 임명되면 김 후보자가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지 다들 기대한다. 너무 움추려진 내수경제, 빚더미에 올라있는 가계경제, 글로벌 과잉공급의 희생자 기업경제가 희망을 다시 찾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가 가장 먼저 해야할 시급한 일은, 단언컨대 `기획재정부의 개혁`이다.  

지금의 기획재정부를 정의한다면 이렇다. 똑똑한데 일은 안하고 윗사람 눈치보느라 바쁜 집단. 현오석, 유일호 시대를 거치면서 터득한 처세다. 

지금 중앙 공무원의 상당수는 맡은바 소임에 관심두기 보다, 승진과 자리 보전에 관심이 더 크다. 선후배끼리 자리를 밀어준다. 선배는 적당히 앉아있다가 후배에게 양보하면 후배는 선배가 갈 길을 봐준다. 노후를 책임져주는 식이다. 그러다 정치가 삐거덕거릴 때면 언론을 통해서 자신들의 똑똑함을 자랑하는 한편. 길거리 정치인들의 무지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산업화를 이끈 일등공신 공무원들이 어느덧 정치인들의 발목을 잡으며 국민적 냉소를 유도하곤 한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이 망국적 흐름을 타면 탔지, 저항하지 않았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두 전직 대통령 탓이라고 둘러대려 한다.     

외부인이 보기에 기획재정부는 개혁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중에도 가장 큰 것은 `무기력증`이다. 한마디로 일을 안하고, 일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기획재정부는 스스로 할 일은 없으며, 다 외부환경 요소의 변수 때문이라고  핑계대왔다.  

먼저 국내 경기가 악화되면, 곧장 내놓은 게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이다. 추경 얘기를 꺼내기만 하면, 여야 정치권이 공방을 벌여 무산된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기획재정부는 이런저런 논리를 만들고 필요성을 얘기하며 일하는 척한다. 정치권에 폭탄을 던져놓고 알아서 하라는 게 다다.

한은이 권한을 갖고 있는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마치 한은이 협조하지 않는다`며 핑계대는 것으로 끝낸다. 요즘 시대에 통화정책이 잘 안통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무능을 숨길 때 의례히 등장하는 변명인 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대신 기획재정부는 어떤 날은 미국경제가 안좋아서, 또 어떤 날은 중국 경제가 불안해서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수출의존형 한국경제가 외부 환경변화에 민감한 것을 언제까지 핑계거리로 삼을 것인가.

반면에 외국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올렸을 때는 마치 자신들이 경제운용을 잘한 것인양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잘되면 자기 탓, 못되면 남 탓`이라는 태도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물조차 "기획재정부의 권한이 얼마나 많은데, 도대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식이냐"며 혀를 찬다.

경제정책 운용에 있어 외부환경 변화에만 기대하고, 위기시에는 외부 변수 탓만 늘어놓는 `무사안일`을 반드시 깨야 한다. 특히 유일호 부총리체제에선 그 진수를 보여준데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소개하고 있다.

김부총리 후보자에겐 증요한 약점이 하나 있다. 이런 개혁을 밀어부치기엔  스탭(참모)만 해온 경력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당면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터인 만큼, 분명한 개혁의지를 갖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쉽게 리더십을 의심받을 것이다. 

다행히 그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바로 `국가비전 2030`을 수립할 때 참여정부 인사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본다.

부총리의 리더십은 그 스스로의 능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청와대와 정책호흡과 소통을 끊임없이 잘 해내는 능력에서도 나온다. 그 점에서 김 부총리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적지 않다.

새로운 의욕으로 조직이 무장한다면, 김 부총리 내정자는 스탭들과 함께 `도시재생 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내수를 살리는데 전력을 다하라고 아이디어를 주고 싶다.

노태우, 김영삼 시대에 우리는 신도시 건설사업으로 경제를 살린바 있다.그렇지만 심각한 문제도 야기했다. 도심이 공동화되고, 인프라 조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다. 지금 신도시가 공동화 되어가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은 일본이 기본 모델이다. 우선 필요한 재정을 투입하고, 국민주택기금도 활용할 수 있다. LH공사가 기채를 통해 사업비를 투입할 수 있으며, 이는 곧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게 될 것이다.

도심재생사업을 활성화하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가 살아나고, 중소기업의 공장들이 돌게 되고, 이후 고부가 첨단 하이테크 사업으로 활기가 퍼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마 이런 구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도시재생사업을 구상했을 것이다. 

여기에 국유재산을 적극 활용하는 구상을 보태도 좋다. 이 재산을 꼭 팔지 않더라도, 드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의 메가IT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기능과 첨단 IT 산업 단지로 조성하면 어떨까. 

또다른 아이디어는 법인세 조정 방향을 지역균형발전과 연계하는 것이다. 

법인세 증세를 논하고 있지만, 증세를 통해 복지재원을 늘리겠다는 생각에만 몰두해있다. 법인세를 지방과 국가가 나누는 공동세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현재 법인세는 이중 10%를 지방법인소득세로 넘겨주고, 부가가치세(소비세)중 11%를 지방에 넘겨주고 있다. 이를 국가가 50%, 지방이 50%로 파격적으로 조정해 지방이 발전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자. 지난 정부에서 지방에게 20%를 넘겨준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기본적으로 법인세의 불균등성을 적극 활용, 정책 유인책으로 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업들에 대해 멀리 내려갈수록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자는 생각이다. 

현재 대기업들은 고작 충청권까지 내려갔다. 대신 정부와 공기업들만 제주를 비롯해 더 밑으로 내려간 상태다. 대기업들은 내려가질 않으니 지방경제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 만일 나주, 해남, 남해, 김해등 남쪽 끝까지 내려갈 경우 법인세 감면 혜택을 더 주고, 서울에 있으면 세율을 보다 높이 매기는 정책은 어떨까.

또 지방 공무원들에게는 대기업을 많이 유치할수록 개별적인 보상을 실시한다면, 지방의 규제완화도 적극 이뤄질 것이다. 손톱밑 가시를 한두개 찾아서 뽑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규제를 완화해가자는 생각이다. 

대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해외로 진출하지만, 법인세 감면으로 이를 보상한다면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적극 나가겠는가. 또 해외기업 유치를 위해선 국유재산을 활용하자.  

김동연 호가 발족한다면, 국민에 대한 책임감을 엄숙히 느끼는 기획재정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스스로 정책 창의성이 부족함을 질타하길 바란다. 촛불은 공무원 앞에서도  타올랐음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