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둔촌주공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40대 김하나(가명) 씨는 요즘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스럽다고 토로한다. 아파트 재건축 이주가 빠르면 7월부터로 결정되면서 이미 이웃들은 이사를 하기 시작하는데 김 씨 가족은 아직 살 곳을 정하지 못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진학하는 자녀 때문이라도 서울 인근 지역으로 가고 싶지만 전세금 2억원과 집주인과 계약 시 약속한 일정의 이사비용으로 인근 아파트 전세가에는 턱없이 못미친다.

▲ 경기도 하남미사 강변도시.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총 6000여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 아파트를 비롯해 올해 하반기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의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된다.

이주 수요는 폭증하는 데 비해 전세 물량은 그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근 아파트 전셋값은 물론 인근의 경기도 하남미사지구, 위례신도시 등의 전세시세가 영향을 받으로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강남발 전세대란’이다.

부동산114 추산 올해 서울 지역에서 관리처분 인가가 났거나 앞둔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총 4만8921가구(단독주택 재건축 제외)로 강남4구에서는 2만402가구가 올해 하반기 이후 순차적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만 강남4구의 재건축 이주 수요는 1만5578가구에 이른다.

지난달 서초 우성1차 아파트 786가구 이주가 사실상 끝나고 서초구에서는 6월 무지개 아파트1074가구의 이주가 시작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4단지 2840가구가 하반기 이주를 시작하고 5040가구의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이르면 올해 안에 이주를 시작한다. 7월 강동구에서는 둔촌동 둔촌주공1~4단지 5930가구,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 1370가구 등이 이주를 시작한다.  

이처럼 재건축 단지 이주가 늘어난 것은 재건축 가능연한 축소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이슈로 지난 몇 년 간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2017년말까지 유예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얻는 이익이 조합원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를 제외한 초과 금액을 규모에 따라 최대 50%까지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상대적으로 사업 수익성이 높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내년 이 제도가 부활하기 전에 사업을 빠르게 진행해왔다. 2014년 정부는 9·1 부동산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아파트 재건축 가능 시기를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면서 재건축 대상지가 많아진 것도 재건축 ‘붐’의 이유가 됐다.

이주 수요는 폭증할 것이 자명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전세가도 가파르게 상승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노후 아파트인데다 이주 및 철거 시기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인근 전세시세나 매매가에 크게 못미치는 저렴한 전세가에 임대된다. 2014년 기준 강남4구에서 조합설립인가~관리처분인가 단계의 재건축 아파트 전세 세입자가 인근 아파트 전세로 이동할 경우 평균 2억6712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었다.

올해 초 3.3㎡당 아파트 전세 가격이 2000만원을 돌파한 강남구나 경기도 과천의 다른 아파트로 이주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경기도 하남 등도 대체 거주지로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다. 강남에서 가까운 경기도 과천의 전셋값은 2015년 4억200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6억1239만원으로 1억9230만원 가량 뛰었다.

수도권에서 경기도 과천,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마포구에 이어 다섯번째로 전세가 상승폭이 컸던 지역은 송파구 재건축 단지들과 인접한 경기 하남시였다. 하남시는 지난해 평균 전세가가 전년 대비 평균 4155만원이 상승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재건축 아파트 세입자 등이 인근 강남권 아파트로 이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면서 “상당수가 연립 등 다가구 주택으로 이주하고 인근 수도권 지역 아파트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시세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의 전세가는 지난 해 8월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5월 현재 하남시의 평균 전세가는 면적 1㎡당 313만원이다. 위례신도시에 해당하는 하남시 학암동은 현재 면적 1㎡당 평균 전세가는 425만원으로 지난 해 동월 330만원에서 약 29% 가량 상승했다.

강북 지역도 대규모 이주 수요가 대기 중이라 또 한 차례의 전세대란이 예상된다.  재개발 이주 수요로 인한 전세 물량 부족과 전세가 상승이 강남과 같이 벌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현재 서대문구(5440가구), 동대문구(4552가구), 성북구(4151가구), 은평구(2920가구), 양천구(2064가구), 동작구(2003가구) 등 재개발 이주를 앞둔 지역들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