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맨션 관리의 적정화 추진에 관한 법률(이하 맨션 관리 적정화법)’이 시행되면서 맨션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다. 이 무렵에 맨션 관리 연구자들은 맨션의 장수명화를 위한 다양한 관리기법에 대한 연구테마를 찾는 동시에 맨션을 잘 관리해서 오랫동안 유지하자는 취지를 맨션 관리조합원, 즉 맨션의 소유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서 ‘맨션을 100년간 유지하는 방법’이나 ‘100년 맨션’ 등 100년이라는 키워드를 종종 사용했다.

100년 맨션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관리 기법 중에서 구조를 강화하는 방법, 뼈대만 남기고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술력이 현장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관리조합의 합의 형성, 비용부담 등의 과제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관리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2008년에 국토교통성에서는 주택의 수명을 연장하는 ‘200년 주택’을 보급하자는 취지로 주택의 건설, 유지관리, 유통, 자금조달 등 주택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을 구상했다. 2006년 주생활기본법이 시행되면서 품질이 좋은 재고주택의 확산을 유도하려는 기본 배경에 의한 것인데 일본 주택의 평균수명이 미국의 55년(2005년), 영국의 77년(2001년)보다 훨씬 짧은 30년이라는 점과 기존주택의 유통 셰어 비율이 80% 전후인 영국과 미국에 비해서 13%로 매우 낮다는 반성을 내포한 것이다.

일본의 주택 수명이 짧은 이유는 신축을 선호하는 일본 국민의 성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인구감소, 저성장 시대를 경험하면서 신축보다는 재고주택의 활용, 부동산 중고주택 시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생겼고 100년, 200년, 즉 건물이 오래 되어도 주택의 수준이 유지되어 거래가 가능한 주택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200년 주택이라는 상징적이고 철학적인 정책적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200년 주택, 즉 장기우량주택의 보급 촉진을 위해 2008년에 ‘장기우량주택의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장기우량주택의 인정과 세제혜택을 통해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 200년이라는 초장기우량주택 보급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해서 모델사업 발굴을 지원하는 사업, 인증 장기우량주택이 주택시장에서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주택 이력 정보의 정비, 세제혜택 등의 지원이 있다.

그 일환으로 국토교통성에서 주택의 장수명에 관한 초보적인 정보를 담은 안내서를 발간했는데 이 책자 속에는 일본의 주택 수명이 짧은 이유, 주택의 수명 연장에 따른 메리트, 주택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과 정보, 구체적인 제도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 가족 구성, 주거 형태의 대표적 유형을 정해 미래의 변화에 따라 장기우량주택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한 책자도 있는데 만화로 읽을 수 있어 쉽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맨션 관리 측면에서 200년 주택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애초에 주택의 장수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어지는 맨션을 잘 관리하면 100년은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맨션을 200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크게 거리낌이 없다.

구분소유 형태의 건물인 맨션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장기수선계획을 꼽는다. 장기수선계획은 통상적으로 30년 정도의 계획기간으로 이루어진다.

맨션 관리적정화법이 시행되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맨션 관리와 관련한 표준적인 가이드를 다수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장기수선계획 표준양식 및 장기수선계획 작성 가이드라인(2008)’과 ‘맨션 수선적립금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이다.

▲ 이미지투데이

장기수선계획 작성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장기수선계획 기간을 신축 맨션의 경우 30년, 기축 맨션의 경우 25년으로 설정할 것과 장기수선계획의 재검토를 5년 정도의 주기로 정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수선계획의 시기가 도래했을 때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계획상의 수선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를 체크해보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계획 당시와 시행 시의 건물 조건이 다르므로 불필요한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앙정부에서 지침을 만든 취지는 장기수선계획 표준양식과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관리조합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라는 취지이다. 다시 말하면 장기수선계획에 대한 모범답안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작성하고 실천할 것인가’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2013년 국토교통성에서 실시한 맨션종합조사에서는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하고 있는 관리조합이 90%정도이고 평균 계획기간은 25년 정도로 나타났다. 수선적립금은 장기수선계획에서 필요로 하는 금액을 산출했다는 관리조합이 80% 정도로, 세대당 1만1000엔 정도 충당하고 있었다. 물론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곳도 있고 장기수선계획과는 상관없이 임의의 금액을 책정해서 부과하는 곳도 있다. 1980년 장기수선계획 책정 비율이 65%였고 1999년 장기수선충당금이 7300엔 수준이던 것에서 발전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법적인 규제 하에서가 아니라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의한 독려 정책이 시간을 거듭할수록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한 맨션 관리회사에서는 ‘100년 맨션 연구회’를 발족했다. 기간을 100년으로 하는 장기수선계획을 작성해 관리조합에서 실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통상 25~3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데 유지관리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인다. 실제로 관리조합이 50조합 정도가 100년 장기수선계획에 찬성했다고 알려졌다. 공동주택은 사유재산이고 자산의 소유자들이 앞장서서 실천하는 자세만 있다면 장기수선계획이 있는지, 충당금을 얼마 적립하는지 규제나 형식적인 측면보다 관리에 대한 좋은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관리 비리에 대한 관심이 높고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실태조사나 감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정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 중 관리 비리 적발사례 자료를 보면 가장 먼저 등장한 회계감사 적발사례가 ‘장기수선충당금의 과소부과’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령상 장기수선계획의 수립 및 조정, 장기수선충당금 적립이 의무화되어 있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택문제에 관심이 있는 연구자나 정책입안자들은 관리 문제에 있어서 이론적으로 계획적인 유지 관리와 이를 실천할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 할지라도 그것을 실천할 현장에서의 공감대가 없으면 안 된다. 법으로 제정해서 구속력을 가지더라도 이 제도가 왜 필요한지, 현장에서는 왜 지켜야 하는지, 이 제도를 잘 준수하면 입주자에게 어떤 이득이 돌아올지 충분한 설명이 없이는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우리는 현명한 소비자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사이트를 검색하고 스펙을 비교하는 것은 일상생활이 되었다. 하물며 가장 큰 자산인 주택의 안전과 가치향상을 위해서라면 당장 비용 부담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줄어든다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 조항을 들어 규제하기에 앞서 눈높이에 맞게 공감할 수 있는 자료로 설명해주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200년 주택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소유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