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금가격을 넘어서면서 다시 한번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 상승 배경에는 비트코인의 ‘간접적 공식화폐’ 인정과 함께 코어집단(BTC)이 지지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2일(현지시간) 개당 1400달러 대를 넘어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현재 온스당 1200달러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는 금가격보다 높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한 배경으로는 일본이 지목됐다. 지난 1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한 비중은 52.35%로 절반을 넘어섰으며 이어 미국 달러가 28.12%, 중국 위안 8.23%, 유로 4.92%, 한국 원은 3.9%를 차지했다.

올해 1월 비트코인 가격은 중국의 규제 강화조치로 인해 잠시 조정국면을 보이는가 싶더니 3월까지 재차 상승하며 전고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배경으로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가능성이 지목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미 신청된 3개의 비트코인 ETF 중 적어도 1개는 상장이 승인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한편, 지난해 9월 19일 미국 뉴욕주 남부지역 연방법원 앨리슨 네이슨(Alison J. Nathan) 판사는 비트코인을 불법적으로 유통해 연방 자금세탁법·규정 위반·무인가 자금송금업체 운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앤소니 무르지오(Anthony R. Murgio)의 형사사건에서 두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네이슨 판사는 “비트코인은 재화와 서비스의 지급수단으로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은행계좌에서 직접적으로 교환이 가능하다”며 “교환수단, 지불수단이라는 연방법상 화폐와 자금의 정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비트코인이 화폐 특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며 공교롭게도 두 시기 모두 사건 발생 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현금 없는 사회’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비트코인의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비트코인 코어’(BTC) 그룹과 ‘비트코인 언리미티드’(BTU) 그룹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리는지 여부다. BTC는 블록 용량을 늘릴 수 없다는 주장을, BTU는 블록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 금가격 및 비트코인 가격 추이(단위:원)[출처:한국거래소, 코인데스크]

지난 3월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했던 이유는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크기가 2종류로 나뉠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당초 블록의 크기는 1MB로 설정됐는데 비트코인 거래증가로 결제 시간이 길어지면서 블록의 크기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다.

그러나 블록크기를 늘리려면 블록체인을 쪼개야 한다. 비트코인은 하나의 블록 안에서 거래되는데 만약 블록이 쪼개져 두 개가 되면 두 가지 종류의 비트코인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1000달러의 비트코인이 BTC와 BTU로 각각 500달러씩 나눠진다고 하자. 언뜻 생각하면 둘이 합쳐 1000달러가 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보존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실물화폐가 아닌 가상화폐라는 점이 문제다. 특히 네트워크를 이용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를 둘로 쪼갰을 때, 블록체인이 두 개가 되고 두 개의 비트코인이 거래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실로 예를 들어 보자. 카드회사 A가 있고 편의점 C가 있는데 이들은 하나의 체인으로 연결돼 있다고 하자. 여기서 A사의 경쟁 세력인 카드사 B가 등장하고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블록체인 분할)다. A사는 B사가 등장하기 전 시장점유율이 100%였지만 B사가 등장하면서 시장점유율이 반토막 난 것이다.

문제는 A사의 가치를 기존 가치 대비 50%로 책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하나의 체인에서 독점을 하고 있던 A사는 경쟁자가 생기면서 50% 이하의 가치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A사와 B사를 합쳐도 100%의 가치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즉, 블록의 크기를 늘리려면 블록이 쪼개져야 하는데 그만큼 비트코인 수(경쟁 카드사 개념)도 늘어나면서 비트코인 가격 차제가 하락하는 것이다. 이는 전체 비트코인의 가치를 합쳐도 기존의 가치를 보존하지 못하는 격이다.

또, 하드포크가 발생할 수 있다. 하드포크란 비트코인 거래시 용량 문제로 오랜시간 대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하드포크는 업데이트 개념인 소프트포크와 다른 것으로 모든 사람들이 비트코인 규칙을 포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의 폭락을 말하는 것이다.

비트코인 코어집단이 블록체인 크기를 늘리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될 수 있는 블록의 한계에 대한 논쟁이 비트코인 가격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네트워크가 너무 혼잡해 거래량이 조금만 치솟아도 네트워크 상태에 영향을 미치자 이에 블록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하드포크가 두려운 사람들, 네트워크의 혼잡함을 이용해 거래비용을 올려 수익을 보려는 이들, 소수 집단의 비트코인 블록체인 장악 등 얽히고설킨 관계는 한 때, 비트코인 자체를 위기와 의심의 주체로 몰고 가기도 했다.

한편,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다름 아닌 BTC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최근 BTU는 노드 여러 개가 한꺼번에 종료되는 등의 버그가 발생하는 등 그 실력에 의구심을 사면서 지지자들이 떠나는 형국이다. 발생 시기는 다름 아닌 비트코인 가격이 재상승하기 직전인 3월말 경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완벽하진 않지만 ‘간접적인 공식화폐’(미 재판, 비크코인 ETF 승인여부 검토)로 인정을 받고 BTC에 힘이 실리면서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당분간 급락의 가능성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