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서울 여의도 IFC몰 로비에서 열린 한국IBM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IBM 장화진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IBM

지난 1976년 4월24일 낮 12시30분,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국내 최초 컴퓨터 IBM 시스템 1401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당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 컴퓨터 가동식에 참석해 현장을 지켜봤다. 한국IBM 관계자는 "영화 <히든피겨스>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처음 도입했던 것과 비슷한 기종으로 짐작 된다"고 밝혔다. 한국IBM은 한국 IT 산업의 시초에서 함께 시동을 건 셈이다.

한국IBM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국IBM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국 ICT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하고 있다. 다가오는 50년 먹거리로 데이터 분석 기술인 ‘코그너티브‘와 ’클라우드 기술‘을 강조했다.

한국IBM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IFC 한국IBM 사옥 클라이언트 센터에서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장화진 한국 IBM 대표이사는 "한국IBM의 코그너티브 클라우드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가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한국IBM이 오래된 낡은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를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장화진 한국IBM 대표는 삼성SDS에서 9년간 다양한 임원을 역임했다. 정보통신업계에서 25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황인정 마케팅 총괄 전무는 한국 IT 산업의 시작에 한국IBM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IBM은 1990년대까지 국내 IT 인프라 구성의 중심에 있었다. 1969년 락희 그룹(현 LG그룹)에 한국 최초의 업무용 컴퓨터 시스템 360-25을 설치했다. 1974년 대한항공에 4505 터미널을 설치해 국내 최초로 예약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1977년 국민은행 예금 온라인 시스템을 최초 가동했으며, 1990년엔 IBM 초대형 컴퓨터 3090-600J를 국내에 최초로 설치했다.

▲ 24일 서울 여의도 IFC몰 로비에서 열린 한국IBM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한국IBM 임직원들이 함께 축하하고 있다. 출처=한국IBM

1996년 포항공대 초고속 캠퍼스 통신망을 구축했고, 2008년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를 설립했다. 2009년 송도에 한국IBM 데이터센터를 열었다. 2015년엔 첨단 산업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IBM 클라이언트 센터'를 개소했다. 2016년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암센터의 국내 최초 운영을 시작했다.

장 대표이사는 “한국IBM은 지난 50년간 서울 올림픽 기술 지원, 송도 데이터센터 구축, 판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 등 한국 사회에 꾸준한 인프라 투자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국IBM은 지난 2015년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이 몇 년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IBM 본사에서도 20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다. 이는 과거 전략사업을 버리고 왓슨과 클라우드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에서도 사업이 확장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점 규모가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IBM은 마케팅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마케팅 전문가 황인정 마케팅 총괄 전무를 영입했다. 신라면세점, 한국코카콜라, 한화생명 등에서 27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던 전문가다.

장 대표이사는 “한국IBM의 지난 50년의 성과는 고객과 파트너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한국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업계의 글로벌 선도자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IBM 코그너티브 기술의 정수 '왓슨'

IBM의 왓슨은 코그너티브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플랫폼이다. 인공지능이 접목된 인지 시스템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된다. 왓슨은 기존의 컴퓨터 방식이 아니라 사람에 가까운 방식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처리한다. 자연어를 이해하고 학습이 가능하며 가설을 제안할 수 있다. 왓슨을 인공지능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인공지능이 가미된 슈퍼컴퓨터다.

IBM은 지난 2014년 1월 클라우드 기반의 왓슨 인지 컴퓨팅 개발과 사용화를 전담하는 사업 조직인 'IBM 왓슨'을 신설했다. IBM은 왓슨에게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했다. 왓슨 에코시스템을 통해 파트너사, 스타트업 등과 협업하며 인지 컴퓨팅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IBM은 SK㈜ C&C와 함께 왓슨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IBM은 정확한 한국어 서비스 출시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왓슨 한국어 서비스는 SK(주) C&C가 에이브릴이란 이름으로 우선 서비스할 예정이다.

왓슨은 이미 '왓슨포온콜로지'라는 이름으로 가천대 길병원 및 부산대 등에서 암 진단 및 치료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왓슨을 활용한 '왓슨포쇼핑어드바이저' 도입을 준비 중이다. 상품 구매 시 이용자가 물건 추천을 요청하면 왓슨이 대답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왓슨의 가장 큰 장점은 산업 전문성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는 물론 세무법인, 제조, 유통, 항공 등 전 세계 45개국 20개 산업에서 이미 왓슨을 도입했거나 도입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시대, 왓슨은 유튜브 동영상이나 영화 등 기존에는 분석할 수 없었던 데이터들까지 모두 분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왓슨은 신입사원"이라며 "이미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원이 계속 회사 업무에 대한 데이터를 알려주고, 회사 문화도 알려주는 등 학습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왓슨을 학습시켜 기업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며 "자연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것보다 스스로 관련 데이터를 학습하고 실시간 임상실험 데이터를 연결해내는 추론 능력이 왓슨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IBM 본사가 있는 여의도 IFC몰에서는 24일부터 오는 5월 7일까지 창립 50주년 기념 전시회 'IBM THINK EXHIBIT 2017'이 열린다. 전시회에서 한국IBM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과 자료를 볼 수 있다. IBM 왓슨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연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