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과 지지율 변화

최근 TV토론 후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37%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4월 19일 조사)

의외의 결과다. TV토론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3% 내외로 ‘크지 않다’는 것이 그간의 정설이었다. 또 한국정당학회가 2012년 대선 당시조사한 결과도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꿨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6%(박근혜→문재인)~9.6%(문재인→박근혜) 수준이었다. ‘37%’는 진실일까?

박근혜 체제의 완전 종식을 요구하는 유권자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박근혜 체제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는 보수 유권자는 홍준표다. 박근혜 체제와 상관없이 무조건 문재인을 반대하는 유권자는 안철수다.

박근혜 체제의 종식을 원하는 보수 유권자는 유승민, 박근혜 체제 종식을 넘어 대대적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는 심상정이다. 즉 유승민, 심상정 지지자는, 가장 복잡한 의식 구조의 소유자며 가장 소신있는 유권자다.

다시 19일자 동아일보 여론조사. 가장 ‘소신있는’ 유승민, 심상정 지지자의 겨우 26%만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꼭 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소신파가 후보 당선에 별 관심 없다니? 조사 대상자들이 일관성 없는 응답을 했거나, 본심을 숨기고 조사기관을 ‘농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관성 없는’ ‘본심을 숨긴’ 응답 태도는,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성도, 검증 공세, 전략 변화 등 검증

유권자는 ‘TV토론을 보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변함으로써 자신이 지지 후보를 합리적으로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한다.

사실은, 막연한 이미지만으로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해놓고서는 말이다. 그러므로 37%라는 숫자는 신빙성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숫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면, TV토론이 누구에게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자.

문재인 안철수는 토론을 잘 못하고,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은 토론을 잘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물론 토론 역량이 지지율에 조금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토론 역량보다 지지층의 충성도가 더 중요하다. 2012년 박⇒문은 5.6%였는데, 문⇒박은 9.6%로 나타난 것이 이를 실증한다. 박근혜가 문재인보다 TV토론을 잘해서가 아니라, 당시 박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문 지지자들의 충성도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토론을 썩 잘 하지는 못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지지층의 충성도가 낮은 후보는 충성도가 높은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하지 못하는 이상, TV 토론을 할 때마다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홍준표의 전략 수정도 TV토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초 섣불리 문재인과의 1 대 1 구도를 시도하던 홍준표는, 지지율이 10% 이내에 묶이자 안철수 공격을 시작했다.(김구철의 대선 파헤치기 4. 후보들, 전략을 수정하라) 즉 안철수를 끌어내리고 자신이 2위가 된 다음 문재인과의 양자 구도로 끌고 갈 생각인 것이다.

결국 안철수는 TK 지지율 1위를 홍준표에게 빼앗겼다. 앞으로도 TV 토론에서 홍준표는 안철수를 주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고, 안철수는 심약한 이미지로 노출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최종적으로 TV토론의 득실을 예상해보면, 1) 역량 평가에서 홍준표, 유승민, 심상정은 득점, 문재인, 안철수는 감점, 2) 충성도 평가에서 문재인, 홍준표, 심상정은 득점, 안철수, 유승민은 감점, 3) 위험성 평가에서 유승민과 심상정은 안전,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는 위험 4) 종합하면 심상정, 홍준표, 유승민은 플러스(+), 문재인, 안철수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다만 문재인은 싱글 마이너스 (-)로 타격이 적고, 안철수는 트리플 마이너스 (- - -)로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2017년 5월 9일에 치뤄지는 대선후보자의 TV토론 득실. 지지층 충성도, 토론 역량, 피격의 위험, 종합 평가로 나누어 득실을 구분.

 

안철수가 불리해질 가능성 높아

결과적으로 4월 마지막 주는 안철수에게 이번 대선 기간에서, 아니 정치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한 주간이 될 것이다.

지지율은 떨어지는데 ‘사소한’ 이슈가 계속 불거지고, 조직력은 밀리는데 TV토론조차 뜻대로 안 풀릴 테니. 안 캠프는 TV토론의 “메시지는 좋았는데 비언어적 요소까지 철저히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언어적 요소가 바로 메시지의 핵심이라는 것을 깨우치지 못하는 한 TV토론에서 역전은 없다.

1992년 YS 이후 역대 당선자 가운데, 가장 짧은 기간에 대통령이 된 인물은 노무현이다.

1988년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알린지 14년만인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YS, DJ, MB, 박근혜 모두 20년, 30년씩 걸렸다. 이번 후보들은 겨우 국민 전체가 이름을 알게 된지 5, 6년밖에 되지 않았고, 역대 후보에 비하면 지지층의 충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하나가 지지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게다가 조기 선거다. TV토론 역시 37%는 아닐지라도 9.6%(2012년 문⇒박) 이상의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