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농협·신협·수협 등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분할상환과 소득심사 강화로 인해 가계부채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아 대출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월부터 농협‧새마을금고도 분할상환‧대출심사 강화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오는 3월13일부터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인 상호금융조합·새마을금고 1626곳(지난해 9월 말 기준)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이어 자산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중소형 조합 1964곳(54.7%)은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6월1일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경우 다음 달 13일 이후 새로 주택담보대출(만기 3년 이상)을 받는 차주(빌리는 사람)는 매년 전체 원금의 30분의 1 이상을 분할해 갚아야 한다.

예를들어 2억원짜리 주택을 사려고 3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3년간 매년 원금 333만원 이상을 갚은 뒤 만기 이후 잔여 원금 9000만원을 일시상환하면 된다. 만기 연장을 하는 경우 남은 원금 9000만원의 30분의 1인 300만원 이상을 매년 상환해야 한다.

이같은 부분 분할상환 방식을 택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 초기에는 취·등록세, 이사비 등 각종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해 거치 기간을 1년 이내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거치 기간 중 분할상환하지 못한 원금은 나머지 기간에 나눠 갚아야 한다.

대출금이 3000만원 이하이면 분할상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의료비·학자금 등 불가피한 생활자금일 경우 대출금이 3000만원 이상이어도 일시상환 방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분할상환 대상이 아니지만, 만기 연장 때 가급적 비거치식 분할상환으로 전환토록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만일 일시상환 방식으로 주택담보대출 받았다면 만기를 최대 3년까지만 가져갈 수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3월 만기 2년, 일시상환 방식으로 1억원을 빌리고서 일시상환을 유지하길 원한다면 만기를 1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2020년 3월 이후부터는 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꿔야만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매년 16조원 가량이 부분 분할상환을 적용받게 되며, 이로 인해 가계부채가 연간 5000억원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득 증빙 절차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농어민의 경우 객관적으로 소득을 확인하기 어려워 상호금융조합들은 최저생계비 등을 소득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차주의 소득이 4인 기준 최저생계비인 연간 2000만원이라고 보고 대출 한도를 설정해주는 식이다.

앞으로는 원천징수영수증 같은 증빙소득으로 소득을 추정하거나, 어려운 경우 인정소득·신고소득을 활용해야 한다.

인정소득은 국민연금, 건강보험료와 농지경작면적당 산출량·어업소득률 등 추정자료로 소득을 추정하는 것이다. 신고소득은 신용카드 사용액, 임대소득, 매출액 등으로 추정한 소득을 뜻한다.

현재 4인 기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면 상호금융조합에서 10년 만기로 1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으나, 앞으로 같은 금액의 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자료를 따로 제출하거나 그만큼의 인정소득을 적용받아야 한다.

▲ 출처=한국은행

저축은행‧대부업 적용 안돼…풍선 효과 우려 지속

이처럼 금융당국이 원리금을 분할상환하고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한 자릿수로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의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10년 843조1896억원, 2011년 916조1622억원, 2012년 963조7944억원, 2013년 1019조405억원, 2014년 1085조2592억원, 2015년 1203조992억원, 2016년 9월 말 1295조7531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14년 6.4%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5년 10.9%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고 한계가구의 부담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이전보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주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서 갚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다만 아직 여신금융 가이드라인이 적용되지 않는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으로 대출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우려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43조464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5%(7조8808억원) 늘었다. 이는 2004년(24.0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상호금융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확대돼 대출규모가 축소는 되겠지만, 저축은행 등으로 풍선효과가 계속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체의 대출금리가 은행, 상호금융보다 훨씬 높다. 만일 금리 상승이 본격화되면 이들 업체에서 발생한 대출의 연체가 커져 오히려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