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배치 문제와 더불어 지난달 23일 체결된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성 조치’로 국내 유통-미디어 기업들의 피해가 점점 가시화되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많은 국내 업체들이 중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한류 콘텐츠와 관련된 제품 모든 중국정부의 차단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류 마케팅을 활용해 제품을 홍보하는 중소기업 패션, 뷰티 상품의 판로가 점점 위협을 받고 있다.

홈쇼핑 업체 CJ오쇼핑 중국 합작법인 ‘동방CJ’ 홈쇼핑의 국내 전자업체 쿠쿠의 전기밥솥 제품을 판매하는 방송에서는 광고모델 김수현의 영상 및 이미지가 모두 삭제된 채 전파를 탔다. 생활용품업체 코웨이의 화장품 ‘리엔K’의 판매 방송에서도 한류스타 최지우가 출연한 영상이 제외됐다. 또한 ‘태양의 후예’로 중국에서 한류스타로 떠오른 송중기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비보(VIVO)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다가 사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돌연 하차하게 됐다.

한편, 지난달 29일에는 롯데가 현지에서 운영하는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 121곳에 대한 중국 세무조사 팀과 소방당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직접적’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SNS 웨이보(微博)에는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을 동일선상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 상품의 판매와 콘텐츠 유통을 차단하고 있다는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 반일(反日)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이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으로 일본과 군사적 협력을 추진헀다는 것에 중국 정부는 강한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석상에서 "한일군사비밀보호협정은 동북아시아 국가간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조치이며, 이는 곧 새로운 '냉전'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한국 정부의 불안정한 상태를 틈타 중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사드 배치에도 비선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들이 제기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일련의 압박을 통해 자국 안보에 위협요소인 사드를 배제하는 중국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 방법을 선택했다는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국 유통채널에 입점해 있는 국내 중소기업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막대한 한류 마케팅 비용을 들여가며 어렵게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중국이 ‘트집’을 잡지 못하도록 각종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외교 문제에서 발생한 일련의 상황들이 정상화되기 위한 근본적 대응 방안은 국가적 차원에서 미국-중국 정부와 우리나라의 외교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외교 전략의 적용이라고 의견을 모은다. 정부 시스템의 안정화와 외교 노선의 재검토 없이는 중국이 현재의 강경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