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덕후들이 모여서 ‘사고’를 쳤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고향에서 작은 프로젝트로 시작돼 ‘가우디오랩’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 회사는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한 가상현실 오디오 회사다. 2015년 5월 설립된 스타트업이지만, 글로벌 기업을 꿈꾸며 미국 할리우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가우디오랩의 오현오 대표가 바라보는 가상현실 시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 오현오 대표. 출처=가우디오랩

가우디오랩

어린 시절부터 오디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좋은 음질을 찾아 LP판을 들었고, 대학교에서는 오디오를 연구했습니다. 그 후 대기업을 다니면서 TV 오디오 기술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퇴사 이후에는 오디오 국제 표준화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가우디오랩이 개발한 최대 22개의 오디오를 통해 사용자가 특정 공간에 있다고 만드는 기술 ‘엠펙(MPEG)-H 3D 오디오’가 오디오 국제표준으로 채택돼는 영광을 누리게 됐습니다. 우연히도 해당 기술이 가상현실과 잘 맞는 기술이라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가상현실 오디오는 그 다음 단계의 기술입니다.

가상현실 콘텐츠에 적용될 ‘가상현실 오디오 기술’

가상현실 오디오란 쉽게 말해 영상과 같이 가는 오디오를 말합니다. 가상현실 오디오는 내가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가상현실 오디오를 사용하면 영상과 소리의 불일치 감이 생기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기술을 파는 회사입니다. 다양한 가상현실 콘텐츠에 가우디오랩의 가상현실 오디오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죠. 지난 10월 1일 가상현실 오디오 기술을 론칭했고, 잠재 고객들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노리고 있는 고객은 디즈니, 드림웍스 등 할리우드의 대형 콘텐츠 회사들입니다. 현재 가상현실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인프라 안에 저희 기술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상현실 시장의 미래

가상현실은 경험입니다. 가상현실은 경험에 대한 콘텐츠, 미디어 등 모든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상현실 시장을 엄청난 시장으로 여기는 이유는 가상현실이 바로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모두들 굉장히 신기해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엄청난 업계로 성장했죠. 지금 세상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가상현실 시장이라는 엄청난 업계의 초입에 서 있는 셈입니다.

한국 가상현실 시장 우려와 기대

가상현실 시장에 정부의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그 예산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잘 모르겠어요. 유행에 따라 연구개발 분야를 자주 바꾸는 정부 산하 기관들도 문제가 있고, 우수한 인력을 키우지 못하는 환경도 안타깝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국내 인프라와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이 가진 강점들을 어디에 배치하고 키워갈 수 있을지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고, 유행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오래 한 곳만 파는 가상현실 기업들이 지지받으며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기술들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과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 출처=가우디오랩

가우디오랩의 청사진

우선 가우디오랩과 여정을 함께 할 좋은 인재들을 많이 뽑고 싶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오디오 전문가의 대가 거의 끊긴 상태입니다. 음향, 오디오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확보해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가우디오랩은 현재 오디오 전문가들이 밀집해 있는 한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조직입니다. 저희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가우디오랩의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LA에도 사무실을 세웠는데요. 추후에는 한국에 있는 직원들이 모두 LA로 옮겨갈 예정입니다.

가우디오랩이 가상현실 시장에서 한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함께 할 동지들도 많이 등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은 물고기들을 잡기 위해 투망을 던지기보다 큰 물고기를 잡기 위해 기다리는 마음으로 성장하고 또 도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