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7월 성명서와는 달리 고용시장이 지속적으로 강화됐으며 경제활동의 성장세가 올해 상반기의 완만한 속도에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몇 달간 실업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일자리 증가는 대체로 견고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8월 미국의 고용지표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연내 금리인상을 강하게 시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편, 미국의 가계소비의 강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업투자가 저조하고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준의 장기 목표치를 하회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연준은 단기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상황이나 중기적으로 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고용시장과 단기적 위험에 대한 판단이 이전보다 개선, 고용시장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단기적 위험은 대략적으로 균형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연준은 기준금리인상 여건이 강화됐다는 문구를 추가하면서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음을 시사했다. 연준의 오는 12월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9월 21일 일본중앙은행은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통해 장기와 단기 금리의 유도 목표를 새로 도입하는 방식의 정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기준금리를 기존 -0.1%로 유지하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행이 금리조절이라는 새로운 정책으로 기존 경기부양책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이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정책발표 전 전일 대비 마이너스 구간을 유지하다가 대폭 플러스로 전환해 1.19%로 상승 마감했다. 아울러 엔화가치도 급락하는 등 일본은행의 발표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 출처:교보증권

하지만 다음날인 9월 22일 FOMC의 금리동결 발표 이후 달러가치가 급락하자 엔화가치는 역으로 상승하는 등 일본은행의 정책 발표는 단 하루 만에 그 약발을 다했다. 물론 일본은행의 발표 이후 이에 대해 경기부양과 테이퍼링(양적완화축소)의 반대 의견들이 오갔던 만큼 미 금리동결이 엔화 강세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한편, 일본은행은 이번 정책을 ‘테이퍼링’으로 보는 시각을 전면적으로 부인했으나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도 내렸다.

 

일본은행 정책 발표, 완화냐 긴축이냐

일본은행의 금리 조작부 양적·질적 금융 완화의 직접적인 목적은 채권 수익률 곡선(일드 커브)를 바로 잡기 위한 목적이다. 일본 국채 2년, 5년, 10년 금리는 각각 -0.351%, -0.366%, -0.282%까지 하락해 정책금리를 하회할 뿐만 아니라 만기별 금리 스프레드도 과도하게 축소됐다.

제로 수준으로 수렴하는 일드 커브는 일본의 지난 수년간 강력한 경기부양 의지가 시장에 좀처럼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또, 통화정책 효과가 없어지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을 악화시켜 오히려 디레버리지(부채축소)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을 기존 양적완화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일드 커브는 일본처럼 비정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일본은행의 정책은 잘못된 일드 커브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는 물론 기존 정책과는 다른 방향을 뜻하고 있음을 말한다.

일본의 국채금리 하락세는 올해 전 세계 국채금리 레벨 다운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 정책으로 마이너스 금리 폭이 확대되는 영향이 축소될 전망인데 이는 역으로 말하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의 철회를 암시하기도 한다. 반면, 금리상승 압력이 발생해도 상단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돼도 급격한 시장금리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다시 일본은행의 정책이 완화적인지 긴축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분명, 마이너스 상태인 장기금리를 0%대로 유지하는 것은 금리인상을 의미한다. 다만, 장기금리 목표제 도입 이유는 단기금리로 자금을 빌려 장기금리로 대출해주는 일본 은행권의 수익률 제고 차원의 조치다. 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중앙은행 총재도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웃돌 때까지 자산매입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일본은행의 정책은 단연 완화적이다.

그러나 시장의 전체적 흐름이 미국의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가운데, 일본이 금리하단을 방어하고 상단마저도 제약하다는 것은 일본 시중은행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채권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저금리’는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무작정 자산매입을 시도했던 과거와는 달리 조건부를 내걸었다는 점은 이번 일본은행의 발표를 완화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일드 커브 스티프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이미 일본은행의 정책 발표 전 제시됐던 시나리오 중 하나다.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테이퍼링은 엄밀히 말해 ‘출구전략’(양적완화 철회)가 아니라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내 채권 금리 하락 기대 어려워… 적극 매수는 자제

최근 국내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이유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한은의 정책 공조 강화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 약화, 다른 하나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연내 한은의 금리동결 전망에는 변함이 없지만 미 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 경계감은 완화됐다”며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연내 한 차례 금리인상 전망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채권금리의 하락은 일부 되돌림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 출처:유진투자증권

국내 채권금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이 가계부채관리 강화로 연내 동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내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금리인하 기대를 반영하는 중단기 금리의 하락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크게 확대된 장단기 금리차를 고려할 때, 장기물의 하락 폭이 다소 크게 나타나며 장단기 금리차의 축소를 예상했다.

그러나 단기 하락 이후 박스권 전망과 최근 높아진 금리 급등 리스크 요인을 고려하면 장기물 매수를 통한 적극적인 듀레이션 확대 전략보다는 단기 금리하락에 근거한 트레이딩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