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투자 칼럼니스트, 한국 중국에서 기업상장, 인수합병 자문, 사모펀드 투자업무 수행. 현재는 대기업에서 해외투자검토 업무를 담당. 중국 CKGSB MBA

중국 개혁개방이후 수십년간 한국 기업들에게 중국은 "진출"의 대상이었다. 한국에서 기반을 잡은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의 생산공장을 설립한 것이 80, 90년대의 중국진출 1기라면, 13억 거대한 시장을 타깃으로 한 2000년대 이후 시장진출이 중국진출 2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진출"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중국의 산업 고도화 수준이 선진세계의 목전까지 치고 올라왔을 뿐 아니라 일부 분야에서는 오히려 앞서가는 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가 이끄는 모바일 분야에서는 미국, 한국, 일본에 절대 뒤지지 않는 것이 현재의 중국이다.

이제 더이상 중국은 값싼 노동력 세계의 공장도, 촌스런 난닝구 바람의 낙후된 소비자도 아니다. 세계 어디보다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어느곳보다도 많은 투자자금이 유통되고, 그 어느정부보다도 강력하게 자국의 산업을 물심양면 일관되게 지원하는 정부가 버티고 있는 거대한 경제 강국으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이제 시진핑 정권에서는 또다른 도약을 준비한다. 후진타오시절 국유기업이 금융, 에너지, 부동산, 중공업, 철강과 같은 산업화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좌지우지 했다면, 시진핑 시대의 주역은 민영기업이다. 창조와 혁신,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겸비한 민영기업. 이들에게서 중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시대의 주역이될 민영기업가들은 인재, 기술, 정보를 기반으로 무일푼에서 자수성가한 기업가들이다. 샨토우 시골출신 프로그래머 텐센트 마화텅, 벤처기업 샐러리맨에서 오우너로 변신한 샤오미의 레이쥔. 이 두 사람은 지금 진행중인 중국 연중 최대 정치쇼 "양회"에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고 인민대표회의에 참석중이다. 이 두 사람의 말 한마디에 중국 언론은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중인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시진핑 창조 혁신 경제의 시즌1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럼 이런 민영기업이 주도하고 모바일혁명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중국은 한국이 과연 과거의 패러다임으로 손쉽게 "진출"할 대상인가? 반문할 필요가 있다.

기술, 인재, 돈 모두 풍부한 중국에 과연 한국은 어떠한 엣지가 있는가?

중국 기업들에게 한국은 유럽의 밀라노, 파리와 같이 트렌드와 스타일이 뚜렷한 경쟁력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제품, 서비스의 완결성, 아시아에 보편적으로 먹히는 아름다움. 이런 가치들이 한국의 경쟁력이다.

지금 시대는 속칭 잘나가는 중국 따거(형님)들과 혈맹을 맺고 따거들의 인도하에 중국 시장을 따라가는 형세가 바람직하다.

우리만의 무언가로 자존심 내세우며 부딫혔다가는 보기좋게 큰코 다친다.

지금 당장 중국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디어, 사업 아이템이라도 혼자서 무언가를 하려하면 현지 협력사, 경쟁사에 삽시간에 따라잡혀 수개월후에 짐싸서 귀국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제는 한국에서 좀 자리잡았다 싶으면 한국에서 중국 로컬 협력대상 기업과 지분투자 논의를 하는게 답이다. (중국 기업들 좀 잘나간다 싶으면 현금 수백억 있는건 당연지사고 글로벌 인수합병의 기본기도 우리가 상상못할 수준이다.) 한국에서 일단 피를 섞고 혈맹이 되어야 중국 진출에 진심 도움주고, 이렇게 형성된 관계가 진정한 꽌시이기 때문이다.

중국 따거의 등쌀에 밀려서 중국에 진출할때 중국에서 성공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중국 형님도 한국 아우 회사에 투자한 지분가치도 오르고 발빠르게 한국의 트렌디한 기술,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 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 윈윈의 선순환이 믿음속에 제대로 가동되면 중국-한국은 새로운 동반성장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지금 중국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은 쫄지말고 지분투자 과감히 "초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