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가황(歌皇) 나훈아가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해 무대에 섰다. 스스로를 대중예술인으로 정의하며 시대의 아픔과 회한을 온 몸으로 보여준 그의 열정적인 무대에 모두가 환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KBS2를 통해 대중과 만난 그의 목소리에 코로나19로 지친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었다.

특히 가황 나훈아의 무대는 감동적인 종합예술의 지평을 넓히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다양한 시사점을 남기기도 했다.

종합광고회사 이노션의 빅데이터 전담 조직 데이터 커맨드 센터(Data Command Center)가 공개한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온택트 문화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크게 5개의 전략이 각광받고 있다. 먼저 대형시설 이용 제한에 따른 매장, 교회, 식당의 드라이브 스루와 문화행사 취소에 따른 공연, 행사를 비롯해 일상 모임 자제에 따른 외출, 격리 등의 상황에 대한 대처다. 또 학교 개학 연기에 따른 온라인 개학, 재택근무 실행에 따른 화상 회의의 등장도 동일선상에 있다 볼 수 있다.

가황의 무대는 이 5개의 온택트 트렌드를 완벽하게 커버하는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무대 콘텐츠가 ICT 기술과 만나 만개하는 장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그 결정적인 키워드를 살펴보자.

#비대면 공연
코로나19는 오프라인을 파괴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흡을 막아섰다. 감정의 교류를 차단하며 상대를 향한 의식의 흐름을 방해하게 만들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터놓는 일이 어려운 시대다. 우리는 이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그림자로 부른다.

가황 나훈아의 공연은 이 지점에서 기념비적인 특징을 몇 개 가지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대세가 된 비대면 공연의 트렌드 강화다. 실제로 공연 현장에는 수 백개의 모니터로 관객들이 가황의 공연을 시청하고, 가황은 무대에서 그들이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말을 걸거나 감동을 끌어내며 훌륭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감정교류를 보였다.

이러한 시도는 가황이 처음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있는 방탄소년단(BTS)의 방탄소년단 콘서트'(BTS ONLINE CONCERT WEEKEND(방방콘)이 대표적이다. BTS의 방방콘은 코로나19를 맞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공연의 방식이며, 지난 4월 한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 유튜브 공식 채널 '방탄TV(BANGTANTV)'를 통해 공개된 '방에서 즐기는 방방콘은 총 24시간 동안 조회수 5059만 건을 기록했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 명을 훌쩍 넘기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빅히트는 당시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응원봉(아미밤)을 연결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위버스에서 방방콘을 감상 시 블루투스 모드로 아미밤을 연결하면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아미밤의 색깔이 달라지는 기술을 적용해, 팬들이 마치 한곳에 모여 함께 응원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방식의 공연에 이어 특별한 관람 문화까지 이뤄내 '언택트 시대'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러한 흐름이 가황의 무대에서는 더욱 강하게 트렌드화되는 분위기다.

#기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가황 나훈아의 공연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면, 이를 가능하게 만든 요소들이 분절해 살펴볼 차례다.

일동공신은 단연 기술이다. 우선 이번 콘서를 위해 방대한 서버와 클라우드 기술이 동원됐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핀란드 등 외국에서도 마치 본인이 나훈아 공연에 초대된 것 같은 착각을 느끼며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는 평가다.

나아가 가황 나훈아의 공연이 TV로 방영된 것은 실시간이 아니고 일종의 녹화방송이다. TV를 통해 무대를 즐긴 사람들은 실시간 공연의 쾌감은 느끼지 못해도 잘 정제된 CG와 구성으로 더욱 알찬 무대를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 트렌드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공연은 TV를 통해 정제되어 생산되는 콘텐츠와 명확히 구분되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은 그 자체로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성립되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TV를 통해 정제된 콘텐츠와의 시너지가 강해지며 그 경계가 흐릿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시간의 공연 문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TV로 방영되는 정제된 콘텐츠로 변신하는 순간,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공연 콘텐츠 즐기기의 트렌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겠으나, 이제 우리는 실시간의 공연이 보여주는 감흥과 이를 정제해 마치 실시간으로 공연을 즐기는 것처럼 느끼는 감정을 동시에 끌어당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공연이라는 한정된 오프라인의 무대가 온오프라인 및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공연 문화를 즐길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양방향 소통의 세밀함이다.

지금까지 오프라인 공연 형태는 실시간으로 스타의 감성을 읽을 수 있었고 그 감정을 교류했다. 그러나 가황의 공연을 살펴보면 실시간으로 진행된 공연의 관객은 기존 오프라인 공연의 감성을 즐길 수 있었고, 시간이 흘러 정제된 TV 콘텐츠로 변신한 순간에도 이러한 감정을 더 많은 사람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여기에서 비대면 기술의 특징인 시공간을 초월한 피드백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공연을 비대면으로 즐기는 관객도 실시간으로 채팅 등으로 스타와 소통하고, 이후 등장하는 정제된 콘텐츠에서는 더 많은 관객들이 역시 이러한 소통의 경계로 들어올 수 있다.

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후자의 경우는 스타와 관객의 감정적 교류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대목이 재미있는 점은, 공연이라는 독특한 문화의 장르를 즐기며 엄청나게 많은 관객들이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며 감정의 교류를 이어가는 순간이라 볼 수 있다. 

이미 가황의 라이브 무대는 끝나 방송사에서 이를 시간이 흘러 송출했을 때, 이를 통해 가황과 만나는 관객들은 스타와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처럼 가황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그 감동을 더욱 극적으로 나눌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다양한 서브컬쳐 문화로도 탄생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연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가 된다. 주최측은 이를 잘 활용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창출을 노릴 수도 있다. 방방콘이 진행되며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등 2차 비즈니스의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강력한 스토리 텔링
가황의 공연은 그 자체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준이지만, 역시 강력한 스토리 텔링이 콘텐츠의 핵심이라는 점도 재증명했다.

실제로 가황 나훈아가 부른 '엄니'의 경우 광주민주화운동과의 가슴아픈 연결고리가 작동하는 한편 나아가 나훈아라는 인물의 스토리가 곧 적나라한 콘텐츠 핵심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비대면 트렌드에 따라 관련 기술이 발전해도, 콘텐츠의 핵심은 매력적인 스토리 텔링이라는 것을 재증명한다.

이 대목에서 가황 나훈아는 매우 영악한 전략을 보여줬다. 공연의 시작 그는 수 백개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눈을 보며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다"라며 오프라인의 추억을 조용히 일으키는 한편, 공연이 시작되며 열정적인 스토리텔링 기반의 무대를 이어가며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것"이라며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오프라인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온라인의 한계를 전제한 후 '우리만의 문화'를 창출하는 스토리 텔링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