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저축은행중앙회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저축은행들이 최근 한달 새 잇달아 예금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올 들어 줄곧 금리를 내려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공모주 청약 등 과열된 주식시장에 몰린 고객의 발길을 되돌리고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조이기 본격화로 방황할 고객의 눈길을 끌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추가적인 예금금리 인상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달보다 0.12%↑…연 2%대 상품도 35개 등장 

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77%로 지난달 말(1.65%)과 비교해 0.12%포인트 상승했다. 전달 말 대비 예금금리가 오른 것은 지난 5월 말(1.91%→1.92%)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2.1%였던 저축은행 예금 평균금리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올 들어 하락세를 이어왔다. 지난 1월 말 1.97%로 떨어진 이후 지난 2월 말 1.92%, 지난 3월 말 1.89%로 추가 하락했다. 이후 4월말 1.91%, 5월말 1.92%로 오름세를 보이다 8월말 1.65%까지 줄곧 인하돼 왔다. 그러다 이번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지난 7월 이후 자취를 감췄던 연 2% 예금상품도 2개월여 만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 7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저축은행업계에서 연 2%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상품을 모두 사라졌었다. 

하지만 2일 현재 35개 상품이 연 2%대 예금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제공하는 12개월 예금 상품이 201개인 것을 감안하면 7개 중 1개는 2%대 상품인 것이다. 한 달여만의 변화다.

저축은행업계에선 최근 예금금리 인상을 공모주 열풍으로 대표되는 주식시장 과열과 연관짓는다. 저축은행 예금상품의 금리가 낮아져 온데다 공모주 열풍으로 저축은행 수신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역대급 공모주 열풍은 SK바이오팜이 상장 절차를 밟은 지난 6월이 기점이다. SK바이오팜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을 학습한 투자자들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행보가 주식시장에 이어졌다. 

지난달 초 일반청약을 진행한 카카오게임즈는 58조원의 청약증거금을 몰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초 카카오게임즈 청약 환불일정과 겹치며 63조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55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초에 비교해 투자자예탁금이 8조원가량 감소했으나, 지난 6월 45조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주식시장에 대기자금이 2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에 따른 반대급부로 저축은행 수신자금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저축은행의 예금금리 인상 이유다.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이 받기 어려워진 고객들이 차선책으로 저축은행을 찾을 경우를 대비해 여신 여력을 확보해둔다는 목적인 것이다. 올해부터 저축은행에도 예대율 규제가 도입돼 소비자가 맡기 예금의 110%까지만 대출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최근 신용대출 최저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해 전체 금리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금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

다만 저금리 기조에서 향후 두드러지는 금리인상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업계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고 있고 시중은행이 신용대출에 제한을 높이면서 고객들이 돌아오는 속도가 높아질 전망인 만큼, 예금금리가 1.8%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