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래프톤 CI. 출처=크래프톤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크래프톤이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연결 매출을 주도하는 자회사 펍지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 크래프톤 본체를 강화하는 행보도 예고했다.

크래프톤의 실적 성장은 눈부셨다. 올해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이미 게임 ‘빅3’ 중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을 가뿐히 제쳤다. 증권가는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를 20조~30조원 수준으로 보고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게임 대장주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시가총액인 17조원대, 14조원대를 웃도는 수준이다.

깜짝 실적을 만든 주역은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의 전신으로 파악되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글로벌 서비스명: 펍지 모바일)’이다. 관건은 매출 지속력이다. 그 동안의 게임 업계 역사에서 중국발(發) 히트작의 수명은 10년 이상 지속됐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 중국 정부가 한국산 게임에 보여준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잘 큰 자회사’ 펍지 품고 지배구조 간소화


크래프톤은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 펍지주식회사를 흡수합병한다. 현재 펍지는 ‘배틀그라운드’의 개발과 서비스를 모두 하고 있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펍지의 개발 부문은 별도로 독립시키고 비개발 부문을 크래프톤이 품는 형태다. 합병기일은 오는 12월1일로 정해졌다.

합병과 관련, 크래프톤은 ‘개별 스튜디오의 독립성 강화’를 공식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시장은 이번 합병을 크래프톤의 IPO 준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통합을 통해 본사인 크래프톤의 별도 재무제표 실적 개선과 현금 운용의 유연성이 제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크래프톤은 펍지를 포함해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 등 개발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사실상 연결 실적은 펍지가 도맡고 있다. 크래프톤 조차 독립적으로는 올해 상반기 영업 손실을 냈다. 그러나 이번 합병에 따라 본체인 크래프톤의 재무제표가 개선되고, 향후 현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도 자유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 김창한 대표는 크래프톤과 펍지의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출처=크래프톤

‘실적 깡패’ 크래프톤…반기 영업익 5000억원대, 영업이익률 58%


최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공모주 청약 열풍을 일으켰다면, 크래프톤에 모이는 기대감은 이미 확인된 실적에 그 근거가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을 기록했다. 추세대로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바라보는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무려 60%에 달한다.

올해 반기 실적 기준으로, 크래프톤은 이미 국내 3N으로 불리는 넥슨(영업이익 7730억원), 엔씨소프트(4789억원), 넷마블(1021억원) 중 넥슨을 제외한 기업들을 단숨에 넘어섰다. 크래프톤의 상장에 이유 있는 기대감이 나온다.


중국 시장 리스크 괜찮을까


크래프톤의 깜짝 실적은 중국에서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으로부터 나오는 로열티 수익에 기인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펍지는 텐센트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공동 개발했고, 당초 텐센트는 배그 모바일에 대한 판호(영업허가권)를 신청한 뒤 시범 서비스 형태로 중국에서 수익 없이 운영했다. 판호 발급 대기 기간이 길어질 무렵 텐센트는 돌연 배그 모바일을 삭제, 화평정영이라는 이름으로 판호를 받고 배그 모바일과 동일한 게임을 서비스했다.

당시 펍지는 마치 텐센트의 ‘카피캣’에 당한 것처럼 비춰졌음에도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고, 언론의 입장표명 요구에도 원론적인 논평만 내놨다. 때문에 텐센트와 펍지가 비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고 중국 시장에서 윈윈 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올해 크래프톤의 깜짝 실적이 공개되며 의혹은 기정 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크래프톤의 관건은 이 같은 중국발 매출의 지속 가능성이다. 역사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한국산 게임의 사례를 비춰보면, 배틀그라운드 IP의 매출 창출력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가령, 매년 1조원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이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 출시된 2008년 이후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었다. FPS 장르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는 같은해 중국에 출시된 후 현재까지도 수천억원 대의 연간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위메이드가 2000년대 초반 수출한 ‘미르의 전설2’는 여전히 중국의 국민 MMORPG다. 이들 게임의 경우 PC 플랫폼이긴 하지만, 중국의 주요 모바일 게임의 인기 지속력 역시 긴 편이다. 텐센트가 2015년 선보인 ‘왕자영요’는 지난해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모바일 게임으로 꼽혔다. 

그러나 중국의 지역 특성상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나 규제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몇 년간 한국산 게임에 판호를 내주지 않는 등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자국 게임 콘텐츠 자체에도 지속적인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엔 텐센트의 일부 게임이 돌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서비스 종료되기도 했다. 게임 콘텐츠에 이 같은 정부발 규제는 예측할 수 없는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달 초 인도 정부는 텐센트가 현지 서비스하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앱 마켓에서 삭제 조치했다. 인도 정부는 삭제 이유에 대해 ‘국가 안보’를 들었지만, 외신들은 국경 분쟁을 진짜 이유로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