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지방광역시의 청약 열기가 뜨겁다. 부산 연제구 레이카운티와 울산 번용로 센트리지 분양 등 2개 단지 분양에만 20만개가 넘는 청약통장이 몰렸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이달 강화되면서다. 사실상 분양권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른바 '막차' 수요가 형성된 것이다.

전매제한 규제를 피한 지방 소도시들은 조용하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분양이 많은 강원에선 원주시가 기존의 공급 물량을 서서히 소진시키며 열기를 반영했다. 비규제지역으로 단기 투자가가 일부 유입되는 가운데, 기존 수요가 뒷받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 지난 6월 부산광역시 도심지에서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분양권 시장 "이젠 안녕"...막차 수요 몰린 광역시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레이카운티' 1순위 청약접수 결과, 일반가구 1576가구 1순위 모집에 총 19만117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경쟁률 120.6대1을 기록했다. 부산 지역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8월말 기준 86만3500여명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22%가 청약통장을 사용한 셈이다.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타입은 74㎡A형(4가구)로 805.5대1을 기록했다.

거제동 일원을 재개발해 4000여 가구를 공급하는 레이카운티는 대형건설사인 삼성물산·대림산업·HDC현대산업개발이 컨소시엄 형태로 시공을 맡았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1900만원선으로, 84㎡(이하 전용면적) 기준 인근 아파트 호가보다 2억원 상당 저렴해 주목을 받았다.

규제 강화도 청약 열기를 더했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분양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22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는 단지들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에서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로 대폭 연장된다. 전매제한이 강화하기 직전 규제를 피한 레이카운티로 분양 수요가 몰린 것이다.

막차 분양 수요가 몰리면서 울산에서도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이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울산 중구 번용로 센트리지 1순위 청약에는 1047가구 모집에 총 2만6408건이 접수되며 평균 청약 경쟁률 25.2대 1을 기록했다. 최고 경쟁률은 158,2대 1로 45가구 모집에 7120명이 청약한 84㎡A유형이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이후에는 청약 시장이 양극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경기도에선 이미 분양 미달과 완판이 엇갈려 나타나고 있다. 세달전 시행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 대부분이 편입되면서, 소유권이전등기일까지 전매제한 기간이 연장되면서다.

경기 양주시에선 청약이 미달된 단지가 나왔다. 9월 분양한 옥정신도시3차 노블랜드에듀포레는 1042가구 1순위 모집에 170명이 접수하며 평균 청약경쟁률 0.16대 1을 기록했다. 6.17 대책이 시행되기 직전 5월 분양한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레이크시티 2블록'이 평균 3.86대 1을 기록하며 양호한 성적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반면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일대 공급된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927가구 모집에 1만4079명이 접수하며 15.1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년 이상 거주해야 1순위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었음에도 청약통장이 몰리며 두 자릿수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매 제한 피한 지방 소도시, 분양 시장은

수도권과 광역시의 분양권 전매강화로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지방 중소도시는 다주택자와 법인 투자자의 세부담을 늘린 7.10 대책 이후 분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만 강원 원주는 현재도 조용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원주는 수도권이 규제로 묶이면서 분양권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단타'족들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7월 300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지만, 올해 7월에는 6건으로 급감하면서다. 

그러나 세부담이 늘어난 지난 7월 외지인 투자와 법인의 거래 건수가 한달새 한달새 350여건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숨고르기를 하면서 아파트값 상승률도 주춤했다. 지난 7월 원주의 월 평균 아파트값 상승슐은 1.00%를 기록했지만 이후 8월 0.30%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소폭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8월 둘째주 0.01%를 기록하며 지난 5월초 수준은로 내려앉았던 주간 평균 아파트 상승률은 9월 들어 0.20%선으로 회복했다. 수요가 많은 일부 신축 아파트의 경우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분양권 프리미엄도 형성되는 중이다.

지난해 3월 분양한 무실동 원주 더샵센트럴파크1단지 84㎡ 분양권은 9월 1일 4억1174만원(22층)에 거래됐다. 기존에 3억5000만원 안팎으로 분양가가 책정되면서 고분양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중대형 면적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5000만원 이상 형성된 것이다.

투자자들이 마중물 역할을 한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7월 분양한 제일풍경채 센텀포레의 경우 1순위 청약이 평균 경쟁률 1.84대 1로 마감됐는데, 청약 접수자의 90%가 지역 청약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전매제한 기간이 1년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원주는 일시적으로 공급이 많아 미분양이 많았고 가격이 침체됐다. 그 후로 공급이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한 것이다"면서 "비규제지역이라 투자자들이 옮겨갔고, 강원권에선 똘똘한 집한채를 얻으려면 춘천과 원주가 가장 났다고 보는 성향도 약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수요가 몰리면서 새 아파트 위주로 약간 우상향하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면서 "(급격한 가격전환 보단) 지금 흐름 정도를 이어가면서 조금 더 상승할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