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두산중공업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예비입찰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되어 눈길을 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 유력한 후보군으로 점쳐졌으나 지난달 7일 공시를 통해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약 한 달만에 전격적으로 예비입찰에 뛰어들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앞서 매각 주간사 크레디트스위스(CS)는 예비입찰 일정을 22일서 28일로 변경한 바 있다. 중국법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과 관련된 우발채무를 두산그룹이 책임지기로 결정하자 잠재적 매수자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전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이다. 나아가 두산그룹의 큰 그림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두산

3조원 자구안 퍼즐 맞춘다
위기의 두산그룹은 현재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중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3조6000억원 수준의 긴급자금을 수혈한 가운데 두산그룹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으며 치열한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가스터빈 발전사업,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을 큰 축으로 하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개편에 나서고 풍력,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친환경 수력발전사업, 태양광 EPC사업 등을 추진하고 수소 생산 및 액화 등 수소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3조원 자구안의 퍼즐은 계획대로 맞춰지는 중이다. 당장 두산그룹은 골프장 클럽모우컨트리클럽(CC), 두산솔루스, 모트롤, 두산타워 등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며 자본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약 2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은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한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들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약 5700억원의 사재를 출현했다.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박 회장 등 ㈜두산 대주주 13명이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됐다.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와 함께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382억원에 매각한 가운데 오너 일가는 두산솔루스 매각 대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6월 11일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두산중공업은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유상증자 및 자본확충을 시행하고 경영정상화 및 사업구조 개편 방향에 맞춰 자산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두산 및 ㈜두산의 대주주들은 중공업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에 참여해 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재계에서는 오너 일가가 그룹의 위기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두산그룹 오너 일가는 정부로부터 1조원 자금을 수혈받기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내놓은 바 있으며 여기에는 두산그룹 오너 5세들도 일부 동원됐다. 여기에 최대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끌어내면 그룹의 3조원 자구안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 출처=현대중공업

성공일까? 실패일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등 사모펀드 3, 4곳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두산중공업이 가진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에 대한 예비입찰을 진행중이다.

당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인수전의 걸림돌이 많다는 말이 나왔으나, 현 상황에서 불확실성의 요소들은 대부분 제거된 상태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나누고, 사업 부문만 매각하는 방침이 정해진 가운데 알짜인 두산밥캣이 매각인수전에 포함되지 않지만 '차이나 리스크'를 두산이 떠안기로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매각과 관련해 진행 중인 7196억원 소송에서 두산과 재무적투자자들이 법적 공방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가운데, 여기서 파생되는 리스크를 두산그룹이 책임지기로 하면서 매각인수전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만 밥캣이 빠진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한 매력을 두고 각 사업자들이 소위 우회공격을 통한 가격협상에 나설 경우 의오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인베스트먼트(KDBI)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드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그나마 동종 기업인 현대건설기계를 계열사로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KDBI와 함께 인수전에 뛰어들며 재무적 부담을 덜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차이나 리스크'가 해소된 점에 착안해 한 달만의 '번복'을 감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를 품는다면,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동일하게 현대중공업지주 밑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상반기 기준 차입금만 3조원에 육박하는 대우조선해양에, 이번에는 두산인프라코어까지 품으며 무려 5조원 중반대의 차입금을 떠안는 결단을 쉽게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