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화그룹이 28일 예정에 없던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 나서며 재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10월 중순 정기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조치다.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공격적으로 창출하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는 한편 젊은 CEO들의 약진이 눈길을 끈다. 나아가 한화큐셀 출신 CEO들이 대거 배출되며 그룹의 역량이 향후 태양광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화솔루션 김동관, ㈜한화/글로벌 김맹윤, 한화디펜스 손재일, ㈜한화/방산 김승모, 한화역사 김은희, 한화에스테이트 이강만, 한화종합화학/사업 박흥권, , 한화정밀기계 옥경석, 한화종합화학/전략 박승덕, 한화토탈 김종서 대표이사. 출처= 한화그룹

3세 경영 포진
이번 인사의 백미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사장의 대표 이사 승진이다. 김 신임 대표는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의 출범과 함께 전략부문장을 맡았으며 미래사업 발굴 및 안정적 수익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김 신임 대표는 과거 한화큐셀 인수 및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했으며 이는 2015년 한화의 태양광 사업 흑자 전환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김 신임 대표의 등판을 예정된 수순으로 본다. 아직 아버지 김승연 한화 회장이 건재함을 과시하며 여전히 정상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으나, 김 신임 대표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며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가 김승연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을 당시, 그가 갑작스럽게 경영에 나서며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포석도 깔렸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은 아버지인 김종희 한화그룹(당시 한국화약그룹) 창업주가 갑작스레 별세하자 29세의 나이에 회장에 취임해 초반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물론 이후로는 그룹의 규모를 크게 키우며 승승장구했지만 차세대 리더십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여전히 활발한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한화 그룹은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김동관 신임 대표 체제를 조기에 안착시켜 지속적인 경영환경 구축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김 신임 대표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착실하게 경영 노하우를 축적해 '넥스트 한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 김승연 회장이 특유의 선 굵은 경영 및 '의리있는 그룹 문화'로 대표된다면 김 신임 대표는 모범적이고 소탈한 경영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특히 기대가 크다.

▲ 출처=갈무리

큐셀 출신 포진
이번 인사에서 ㈜한화/글로벌 대표이사 김맹윤, ㈜한화/방산 대표이사 김승모,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 옥경석(㈜한화/기계 대표이사 겸직), 한화디펜스 대표이사 손재일, 한화솔루션/전략 대표이사 김동관, 한화종합화학/사업 대표이사 박흥권, 한화종합화학/전략 대표이사 박승덕, 한화토탈 대표이사 김종서, 한화에스테이트 대표이사 이강만, 한화역사 대표이사 김은희 등이 신임 사장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유독 김 신임 사장이 몸 담았던 큐셀 출신 인사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실제로 김맹윤 ㈜한화 글로벌부문 신임 대표 등 4명이 한화 큐셀 출신이며 ㈜한화 방산 부문 대표이사에 내정된 김승모 ㈜한화 사업지원실장도 한화 큐셀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태양광에 맞추는 한편, 김동관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 한화솔루션의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대표(왼쪽)와 한화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가 된 한화역사 김은희 대표이사. 출처= 한화

젊은 CEO, 부숴진 유리천장
7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대표이사들이 대거 포진한 장면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한화종합화학/전략부문 박승덕(1970년생, 만 51세) 대표, 한화종합화학/사업부문 박흥권(1971년생, 만 50세) 대표 그리고 유일한 여성 대표이사인 한화역사 김은희(1978년, 만 42세) 대표와 더불어 한화솔루션 김동관(1983년생, 만 37세) 대표 등 이 전격 발탁됐다.

이번 인사로 한화 CEO들의 평균 연령은 55.7세가 되면서 지난 인사 58.1세보다 평균 연령이 2세 이상 낮아졌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대표 친정체제가 구축되는 한편 젊은 CEO들을 중심으로 김 신임 대표 중심의 새로운 3세 경영 체제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편 한화역사 김은희 대표는 한화그룹 역사상 첫 여성 CEO로 전격 발탁되며 유리천장을 부수는 것에 성공했다. 한화갤러리아에서 기획부문장을 역임한 김 대표는 신규사업 추진 기획의 전문가로 꼽히며 이 역시 달라질 한화의 미래 리더십을 시사하는 중요한 시사점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