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전 세계 전자-IT 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접점이 크지 않던 주체들이 서로 영향을 받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소니 사의 차세대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플스5)와 그래픽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나아가 삼성전자에도 후폭풍을 안길 전망이다.

위기의 소니

화웨이에 대한 공급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주체는 바로 반도체 기업들이다. 화웨이를 통해 연간 7조원, 3조원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현재의 상황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다. 그런데, 반도체 기업들 못지않게 ‘피’를 보는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또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의 전자기업 ‘소니(SONY)’다. 소니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필수요소인 ‘이미지 센서’에 있어 압도적 우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 소니의 차세대 가정용 콘솔 게임기 PS5. 출처= 소니

시장조사업체 TSR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소니는 글로벌 이미지센서 부문 시장 점유율 49.1%로 1위를 차지했다. 연간 매출액은 84억6100만달러(약 9조9256억원)였다. 같은 조사에서 순위 2위는 점유율 17.9%, 연 매출액 30억8100만달러(약 3조6149억원)의 삼성전자였다. IT-전자 부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올해 2분기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추정치로는 소니(42.5%)가 1위 삼성전자(21.7%)가 2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화웨이가 애플과 함께 소니 이미지센서의 가장 큰 수요처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30 5G’는 전체 부품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이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들 중 하나가 바로 소니의 이미지 센서”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규제로 인해 소니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자사의 이미지 센서를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일련의 위기를 감지한 소니는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이미지센서 수출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S5 vs XBOX 그리고 ‘스파이더맨 논란’ 

주력제품의 가장 큰 수요처를 잃을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소니의 불안감은 전혀 의외의 분야에서도 표출되고 있다. 바로 가정용 콘솔게임기 시장이다. 소니는 전 세계 1억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자사의 초 히트상품 콘솔 게임기 ‘플스4’를 잇는 차세대 기기 ‘플스5’를 공개하고 올 연말 정식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그런데, 전작 콘솔기기 경쟁에서 소니에게 완패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플스5에 대응하는 XBOX 신제품 기기 출시를 앞두고 초강수들을 두면서 콘솔 시장의 여론은 소니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MS는 지난 21일(현재시간) ‘둠’, ‘엘더스크롤’, ‘폴아웃’, ‘스타필드’ 등 명작 게임으로 잘 알려진 제작사 베네스다(Bethesda)의 모회사인 제니맥스 미디어를 75억달러(약 8조7975억원)의 현금으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게임 타이틀의 다양성 측면에서 소니의 플스에 비해 약한 모습을 보였던 MS가 날린 회심의 일격이었다. 콘솔 게임 업계에서 흔히 스케일이 큰 대작들을 일컬어 ‘트리플 A급’ 게임이라고 한다. 

그간 소니는 수많은 트리플 A급 타이틀들을  플스4 전용으로 독점해왔고 이를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MS가 아예 트리플A급 작품들을 수도 없이 찍어내는 제작사를 아예 인수해버리면서 XBOX에 비해 압도적이었던 플스의 강점은 유명무실해졌다. 오히려 MS가 소니를 힘들게 할 의도로 베데스다의 ‘엘더스크롤’, ‘폴아웃’, ‘스타필드’ 등 대작들을 XBOX 단독 작품으로 전환한다면 플스5는 차세대 콘솔 경쟁에서 완전히 밀릴 수도 있다.   

▲ 논란의 그 게임. 출처= Marvel's spider-man miles morales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최근 플스5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는 논란이 발생했다. 바로 플스5 전용 타이틀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게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Marvel's spider-man miles morales)’의 문제로 현재 소니와 플스5는 전 세계 게임 유저들에게 맹비난을 받고 있다. 소니 플스5 게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그리고 2018년 플스4 게임으로 출시된 ‘스파이더맨’의 리마스터 버전과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를 하나로 합친 ‘스파이더맨 울티밋 에디션’ 등 두 가지 타이틀을 출시한다. 아울러 플스4 전용으로도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기존 플스4 ‘스파이더맨’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를 구매한 플스5 유저들은 추가로 20달러(약 2만4000원)을 더 지불해야 울티밋 에디션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이미 가지고 있는 유저들에게 돈을 받고 같은 게임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구세대 콘솔의 게임을 차세대 콘솔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MS의 기본 정책과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부정적 반응들에도 소니는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이 왜 거기서 나와” 

대내외적으로 여러 부정적 이슈들과 엮여있는 소니가 지쳐있는 틈을 절묘하게 파고들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두 가지 측면으로 코너에 몰린 소니를 압박하고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이미지 센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소니의 이미지 센서 수요가 흔들림에 따라 업계 2위인 삼성전자가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자사의 D램 생산라인 중 일부를 이미지센서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 센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기남 부회장이 “이미지센서 분야의 기술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이미지 센서의 주 고객이 화웨이가 아닌 샤오미·오포 등 중국의 전자기업인 것은 삼성전자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 출처= 엔비디아

두 번째는 바로 GPU(그래픽 처리창치)다. 미국의 그래픽카드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 1일(현지시간) “PC용 GPU ‘지포스 RTX 30’ 신제품을 삼성전자의 8나노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엔비디아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12나노 공정에서 ‘지포스 RTX 30’의 이전 모델인 ‘지포스 RTX 20’ 시리즈를 생산해왔다. 

삼성전자의 그래픽카드 생산은 소니의 PS5의 판매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MS와 소니는 자사의 콘솔 타이틀을 ‘스팀’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PC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세한 도트 하나까지 따지는 진성 게임 유저들은 콘솔 게임기기의 표현력을 뛰어넘는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PC로 플레이하는 스팀 게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삼성전자가 생산할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그래픽카드다. 많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성능 부문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 PS5 대신 지포스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해 PC로 게임을 즐기는 게 낫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니는 거의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와 관련된 문제들이 그 어느 것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이처럼 많은 주체들의 이해관계가 비틀려 각자 복잡한 계산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