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작은 빌라의 소유자다.

E는 2010년, 젊어서 번 돈으로 작은 빌라를 구매했다. 그런데 토지등 소유자의 동의 정족수가 충족되면서 E의 빌라 일대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추진되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도로로 둘러싸인 용도상 불가분적 토지)에서 대규모 철거 없이 저층 주거지의 도로나 기반시설 등을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정비하는 사업을 말한다[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구 도시정비법’) 제2조 참조]. 그리고 2015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인가를 받았다.

2017년에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2018. 2. 9. 시행되었고, 이하 ‘소규모주택정비법’이라 함)이 제정되면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근거 규정이 소규모주택정비법으로 변경되었고 이에 따라 상황도 변하였다.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는 E와 같은 건축물 또는 토지의 소유자에게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소규모주택정비법 제35조).

문제는, 시행사가 E로부터 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적정한 가격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적정한 가격은 어떤 방식으로 산정해야 할까. 이 경우 매매대금은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시가에 의한다. 이때의 시가는 매도청구권이 행사된 당시의 토지나 건물의 객관적 거래가격으로서, 노후되어 철거될 상태를 전제로 하거나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현재의 현황을 전제로 한 거래가격이 아니라 그 토지나 건물에 관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이 시행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평가한 가격, 즉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한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21549, 21556, 21563 판결 참조).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보상 액수로 정할 것인가. 주택재개발사업과 부동산 개발인 점에서 유사하지만, 수용의 주체가 국가이고 수용의 객체가 토지인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함)에서는 보상 원칙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하고 있다. 즉 토지보상법 제70조 제1항에 따라 표준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여 보상하되, 그 공시기준일부터 가격시점까지의 관계 법령에 의한 당해 토지의 이용계획, 당해 공익사업으로 인한 지가의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지역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가변동률, 생산자물가상승률 그 밖에 당해 토지의 위치·형상·환경·이용상황 등을 참작하여 평가한 적정가격으로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토지보상법과 달리, 도시정비법에는 적정한 가격을 어떤 식으로 보상 액수를 정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이러한 입법의 미비를 보완하기 위하여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는, 기준시점에서의 이 사건 재건축사업 시행으로 인한 지가변동분이 반영된 인근 대지의 가액을 1/3로 감액한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그 시가를 산정한 데 대해 매도청구권 행사에 있어 시가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416698 판결 참조), 매도청구권 행사 당시의 시가에 포함되어야 할 ‘개발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6. 8. 11. 선고 2015가합202878 판결 참조). 위 법원은 주택법 제18조의2 제1항 및 집합건물법 제48조에 의한 매도청구권 행사에 따른 매매대금 산정에 관해 주택건설사업부지 내 부동산에 관한 1차 감정 결과가 사건 부동산의 현재의 현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주택건설사업이 완공되어 사건 부동산이 아파트단지 내의 토지로 사용되는 것을 전제로 그 기대이익을 반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배척하고, “해당 사건 부동산 및 부동산에 접하고 있는 일단의 토지들이 아파트 단지의 부지로 사용되고, 해당 사건 주택건설사업이 시행되는 지역 내외에 위 지구단위계획에 따른 도로, 공원 녹지 등의 기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를 전제로 이루어진” 2차 감정결과를 채택하였다. 즉, 개발계획에 따른 기반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 시가 감정이 해당 사건 부동산의 개발이익을 적절하게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대부분의 감정인은 거래사례비교법(재산의 감정 평가에서, 대상 물건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다른 물건의 매매 사례와 비교하여 가격을 정하는 방법)으로 매도청구권 행사가격을 평가하였고, 정비사업의 내역이나 진행에 따른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았고, 사실조회 회신에 대해서도 개발이익 산정에 대한 현실적인 한계가 있고, 적확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이유로 정비사업의 내역이나 진행에 따른 개발이익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회신하면서,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32271 판결에서 부동산 시가에 개발이익이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를 원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2008. 2. 1.선고 2006다32271 판결 이후 대법원 및 여러 하급심 판결은 매도청구권 행사 가격에 개발이익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설시하였다.

감정인이 제시한 거래사례비교법은 사업구역 인근에 있는 거래사례들과의 가격비교를 한 것에 불과하고 개발이익이 반영될 여지가 없는 평가방법이다. 개발이익이 반영된 가격이라 함은 매도청구권 행사의 근거가 되는 사업이 시행될 것을 전제로 하는 기반시설이나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라는 것이다.

E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과한 1심 판결이 선정한 감정평가사 뿐 아니라 상당수의 감정평가사는 종전에 계속 수행해 온 거래사례비교법으로 감정평가를 해 놓고서 개발이익이 반영된 것이라고 하고 있고, 법원이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요청을 하지 않아 개발이익이 무시된 채로 감정평가가 이루어진 사례가 다수이다. 하지만, 재건축이나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공익적 측면보다 집합건물 소유자들의 개발사업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청구권 행사로 공용수용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개발이익이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단순 거래사례비교법은 적절한 평가방법이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