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無題6508, 철 120×140×60㎝, 1964-1965

박석원이 조각계에 데뷔한 것이 줄잡아 1965년부터라 한다면, 이 도록의 머리글을 쓰는 현 시점까지는 약45여 년이라는 세월이 여과한 것으로 된다. 이 글은 그의 조각 연륜 45년사를 총괄하는 한편, 그의 행보의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그려보고자 한다.

<초토(焦土)에서 <적 積>을 거쳐 <적의 積意>에 이르는 그의 조각 세계가 총체적으로 시사하 는 것은 무엇보다 ‘자연의 몸짓’이다. 자연의 몸짓은 그가 처음으로 조각을 시작하던 1960년대 중반 <초토> 에서 부분적으로 감지되다가 1970년대 중반의 <적>에 이르러 그 실체가 확인되었고, 1980년대의 변작들과 1990년의 <적의>를 거쳐 2천 년대에 이르면서 그 전체의 윤곽이 잡혀졌다.

오늘의 원숙기를 맞아 보다 확실시되고 있는 그의 조각 세계의 ‘키워드’ 역시 자연의 몸짓이다. 그가 조각을 통해서 도달하고자 했던 지향의 궁극적과제가 자연의 몸짓이란 말이다. 이 용어는 이를테면 자연의 개체가 스스로 엮어내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고, 더 구체적으로는 자연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공정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하나의 궁극적 탐구과제로서 자연의 몸짓은 박석원 조각의 목표가 되고 있다. 바로 이를 뒷받침해 주는 방법적 절차가 ‘분절(segmentation)과 결합(conjugation)’이다. 이 용어들과 관련해서, 조각가 박석원(A South Korea Sculptor PARK SUK WON,조각가 박석원,朴石元,PARK SUK WON,한국현대추상조각 선각자 박석원,박석원 작가,한국현대추상조각 선구자 박석원)하면 자연석의 구조물을 떠올리게 된다.

마치 흰 두부를 칼로 자르듯이 화강석을 석톱으로 구성지게 절단해서 누이거나 세워 맞물리고 이어지게 함으로써, 중첩의 여러 방식들이 일구어내는 질량과 마티에르를 대동하고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는 커다란 요인이 바로 분절과 결합이다.

△글=김복영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