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삼성타운금융센터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신청 및 상담을 하고 있다. 제공=삼성증권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올해 공모주 열풍으로 인한 흥행 속에 상장한 신규주의 성적표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모주 열풍의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주가 흐름에 따라 하반기 공모주 열풍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전망이다.

신규 상장 공모주들, 대부분 수익률 마이너스(-)

25일 카카오게임즈는 전일 대비 1000원(1.95%) 하락한 5만2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일반인 대상 청약에서 58조원의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상장 직후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상장 당일과 이튿날 상한가)을 기록하며 8만11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현재까지 10거래일 중 주가 변동이 없었던 23일을 제외하면 모두 하락 마감하며 38%가 폭락했다.

이런 카카오게임즈의 주가 폭락은 기관들의 차익 실현 매물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모주펀드·코스닥벤처펀드 등으로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받은 기관들은 12거래일 중 하루만 빼놓고 팔자를 유지했다. 외국인도 단 이틀만 순매수를 기록했다.

다른 공모주들도 성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9개 종목 중 6개는 25일 기준 종가가 시초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달 18일 상장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마스크 제조 기업 핌스는 전날 대비 0.31% 하락한 1만6150원에 마감했다. 시초가(2만1000원) 대비 수익률은 –23.1%로. 공모가(1만9000원) 대비 수익률 또한 -15% 수준이다.

이달 21일 상장한 칫솔모 기업 비비씨도 1.15% 하락한 2만1450원에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3만700원) 보다 -30.14% 하락한 수익률뿐만 아니라 상장한 당일 최초로 형성된 가격인 시초가(2만7650원)를 크게 하회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반기(7∼9월) 상장한 29개 기업 중 22개 기업이 25일 기준 시초가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시초가 대비 25일 종가 수익률은 -46.69%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어 아이디피(-36.36%), 위더스제약(-35.2%), 티에스아이(-31.25%), 이루다(-26.39%) 등의 순이다.

아울러 주가가 급락한 신규 공모주 중 대부분이 1000대1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공모가 또한 희망 범위 상단으로 결정됐던 종목들로 알려졌다. 다만 상장 이후 이들의 주가가 연일 내려가면서 공모주 열풍의 ‘거품’ 논란이 나오고 있다.

▲ 지난 8월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회사설명회에서 연단에 오른 방시혁 의장.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빅히트, 내달 일반인 청약…"공모주 열풍 되살릴수도"

금융투자업계는 카카오게임즈 이후 주춤했던 공모주 시장의 열기를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되살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빅히트는 온라인 디즈니랜드인 '위버스(커뮤니티 플랫폼)'를 개발, 이를 통해 인수합병(M&A), 해외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 글로벌 아티스트 개발 등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 제시한 2021년 실적 전망치가 엇갈리면서 상장 이후 빅히트의 주가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빅히트의 올해·내년도 실적 전망을 제시한 증권사는 총 9곳이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빅히트의 2020년 매출액 평균은 7165억원, 영업이익은 1254억원이다. 이 가운데 하나금융투자가 8660억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액을 제시했으며, 6474억원을 제시한 신영증권이 가장 낮은 액수로 전망했다.

다만 2021년 실적은 증권사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내년도 빅히트 실적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곳은 하나금융투자로 1조5460억의 매출액을 추정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9227억을 제시하면 6000억의 차이를 보였다. 영업이익 전망치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는 빅히트의 내년도 영업이익을 3080억원으로 제시했지만, KTB투자증권은 1590억원으로 발표해 전망치 괴리가 두 배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가 작년과 올해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도 “빅히트의 간판인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 문제 등 산재한 악재를 어떻게 보는가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 차이에 영향을 준 것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빅히트는 25일까지 국내·외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수요 예측 조사를 진행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빅히트는 이틀간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SK바이오팜을 뛰어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빅히트 희망 공모가 밴드인 10만5000~13만5000원에서 최상단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예측 결과를 토대로 개인 투자자는 다음 달 5~6일 청약할 수 있다.

메리츠증권 이효진 연구원은 “빅히트의 가장 중요한 투자포인트는 BTS다. 글로벌 인지도 상승으로 대중성은 상승세로 보이나 이익 결정 요소인 팬덤 성장은 성숙기로 판단된다”라며 “BTS 가치는 빅히트가 아닌 BTS 스스로에게 귀속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에 타사 대비 프리미엄을 무한 확장시키기는 어렵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