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이코노믹리뷰=금교영 기자] “KB금융지주가 넘버원 금융그룹이 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넘버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7일 차기 회장 최종후보자 선정 후 첫 출근길에서 밝힌 포부다. 윤 회장은 전날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로 단독 선정되면서 사실상 3연임에 성공했다. 11월 개최 예정인 임시주주총회 통과라는 절차만 남은 셈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 최초의 3연임 회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 금융지주로 범위를 넓혀도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이어 네 번째에 불과하다.

그는 지난 6년간 비은행·글로벌 부문의 M&A 등을 기반으로 수익을 다변화하고 KB를 리딩금융 반열에 올린 성과를 인정받았다. 새롭게 부여받은 향후 3년의 최대과제는 ‘리딩금융’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다.

확고한 리딩금융… 비은행·디지털 강화 집중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공식 절차를 남겨둔 만큼 구체적인 전략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윤 회장은 ‘리딩금융’에 대한 포부는 가감없이 드러냈다.

윤 회장은 “KB가 흔들림 없이 리딩금융그룹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한번 더 소명을 준 이사회의 결정을 무겁고 또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며 “KB의 모토인 평생금융 파트너처럼 고객에게 사랑받는 KB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업종간 경계를 넘어 디지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디지털 플랫폼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금융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지털의 변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KB금융은 비금융 빅테크 회사와 비교해 ‘종합적인 서비스 제공’, ‘온·오프라인 채널’, ‘전문 상담 역량’ 등 강점을 갖고 있다. 이를 강화해 경쟁력을 살리면서 고객의 편의와 혜택을 최대화 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윤 회장은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고객에게 편의와 혜택을 강화해 줄 수 있을지 여부”라며 “KB는 이런 부분에 더욱 신경쓰면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협업하고 상생하는 방법을 같이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한 금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는 13번째 자회사 푸르덴셜생명의 그룹 내 안착이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 보험 부문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신한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특히 생명보험 부문은 KB금융의 취약부문으로 꼽혔던 분야다. 손해보험 업계 ‘빅4’인 KB손해보험에 비해 KB생명은 업계 17위에 불과하다. 반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비은행부문 이익 비중을 늘리며 리딩금융 승부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의 편입효과는 3분기부터 반영된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1조794억원, 당기순이익 1408억원을 올렸다. 최근 3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꾸준히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부문 실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푸르덴셜생명 직원들과 e-타운홀미팅을 갖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L.E.A.D 2020 넘어 2023까지

다만 새로운 임기가 시작된다고 해서 경영방침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거나 무조건적인 혁신을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의 강점을 살리면서 조직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뤄 나가는데 초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KB금융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회장은 2014년 회장 자리에 오를 당시 이미 2023년 사업포트폴리오까지 마련했다. 단기성과가 아닌 장기 지속 성장을 염두에 두고 KB금융을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큰 틀에서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올해 전략방향은 ‘L.E.A.D 2020’ 이다. 리딩금융그룹으로서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고객에게 가장 신뢰받는 평생 금융파트너가 목표다.

주요 내용은 ▲그룹 핵심경쟁력 강화(Level up the core) ▲사업영역 확장(Expasnsion of the territory)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KB 구현(Active&Creative KB) ▲고객중심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customer-centric>)이다. 고객중심의 담대한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성장 기반 공고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실상 미래를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그룹 핵심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계열사 및 사업부문 핵심 비즈니스의 견고한 이익창출 능력 확보와 저성장 고착화에 대비한 전략적 비용구조 혁신, 위기상황에 대비한 상시 위기대응체계를 갖출 방침이다.

또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한 M&A 매물 검토·추진, 동남아-선진시장 투트랙 전략의 해외시장 개척 및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노력, 마이데이터와 마이페이먼트 등 미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조직문화에서는 변화와 혁신의 속도를 높여 역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화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한 창의적·수평적 기업문화 확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체계 확립 등을 추진한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고객중심 디지털혁신을 만드는 과정이다. 채널 다변화와 디지털 마케팅을 통한 고객접점 강화, 핀테크와의 협업과 외부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KB중심의 디지털 생태계 구현 등 고객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주가 부양 아쉬웠지만 글로벌서 인정받은 성장가능성

물론 모든 면이 다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윤종규 회장은 취임 이후 자산 확대와 순이익 개선 등 괄목할 만한 경영 성과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 부양까지는 이뤄내지 못했다.

윤 회장 역시 6년의 임기 중 가장 아쉬웠던 부분으로 주가를 꼽았다.

그는 “주가는 여전히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경제나 한국 금융에 대한 걱정도 있겠지만 언택트 세상에서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윤종규 회장 취임이후 KB금융 월별 주가 추이. 자료=한국거래소

실제 최근 3년 간 KB금융의 주가는 지난 2018년 1월12일 6만92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하반기 4만원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며 상승 조짐을 보이다 12월 13일 종가 5만원을 찍은 이후 또다시 내리막길을 탔다. 지난 23일 종가 기준 KB금융의 주가는 3만7550원을 기록했다.

다만 현재 금융주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라는 점과 실적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상승 가능성도 높다. 특히 올해 6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의 KB금융 투자 과정에서 KB금융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칼라일그룹은 KB금융이 발행하는 24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인수를 통한 투자를진행했다. EB는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으로 교환대상은 KB금융의 자사주 500만주, 교환가액은 4만8000원이다.

투자를 결정한 지난 6월18일 KB금융의 주가는 3만5250원에 거래된 만큼 36% 가량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는 만기일인 2025년 KB금융의 주가가 4만8000원 이상 오를 것이라는 판단이 뒷받침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KB금융은 투자뿐만 아니라 칼라일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글로벌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KB금융 입장에서는 칼라일그룹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기회 창출 등 글로벌 부문 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윤 회장은 그간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글로벌 강화를 강조해왔다. 저성장,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이 조금 정체를 겪는다 하더라도 성장동력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리딩금융 굳히기를 위한 과정에 있어 윤 회장의 3연임 자체가 힘이 될 전망이다. 그간 추진해온 사업들을 연속성 있고 안정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