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식사를 겸한 회동을 가진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공개적인 자리에서 4대 그룹 총수가 만난 것은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 신년회가 마지막이다.

4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경제인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총수들이 종종 회동하는 가운데 왜 이번에만 유독 이슈가 되는가'라는 말도 나온다.

일상적 회동?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까지 포함한 5대 그룹 총수가 간간히 자리를 가졌고, 이달 초 회동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재계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만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종종 만나는 자리가 있으며, 이번에도 비슷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총수들이 종종 만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만 왜 특별히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번 회동이 민감한 시기, 민감한 이슈를 앞 둔 상황에서 열려 더욱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재계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논의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회서 논의중인 다중대표 소송제도 도입을 비롯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 및 대주주 3% 의결권 제한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활동에 상당한 민감한 아킬레스건이지만 경제계에서는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1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았다"면서 "자기 정치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심비판을 한 이유다.

박 회장은 22일 국회를 찾아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 경제계와 충분한 협의를 한 후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는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하며 "기업들이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는데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자꾸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하는 한편 30분간 면담을 했다.

이에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경제계에 우호적인 보수정당의 지원을 요청하며 10분간 면담했으나, 박용만 회장이 여야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낙연 대표는 회동종료 후 기계적인 입장만 되풀이했고, 김종인 위원장도 이렇다 할 답을 주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런 이유로 재계에서는 4대 그룹 총수들이 만나 국회에서 논의중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을 두고 밀도있는 대화를 나눴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 임기가 종료되는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등 3개 경제단체의 차기 회장 후보를 두고 논의했다는 말도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대화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기차 및 배터리 동맹에 대한 논의도 일부 있었다는 전언이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K-배터리 동맹의 설계자로 부상하며 이재용 부회장 및 구광모 회장, 최태원 회장을 연이어 공개적으로 만난 가운데 배터리 시장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끝모를 감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소송전과 같은 민감한 이슈는 이번 회동에서 거론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정치권과 관련된 이야기도 없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왜 지금?
재계 일각에서는 자주는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열리는 4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 사실이 왜 지금 크게 회자되는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국내 경제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번 회동을 통한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