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정부 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그간 축적해온 항공 등 이동수단(모빌리티) 부문 사업 역량을 앞세워 미래 먹거리인 UAM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한화, 두산 등 UAM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두 부문 가운데 일부에 편중된 역량을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자체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각 플레이어들은 UAM 시장의 서비스, 인프라 등 분야에 대해선 공기관, 지자체 등 공공주체들과 산업 과제를 공동 수행하는 등 협력 관계를 맺음으로써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물론 UAM 시장이 아직 초반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업체 간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다만 업체들도 각각 강점을 발휘해 서로 다른 분야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이들은 다양한 형태로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국내외 UAM 시장의 성장을 적극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차 미디어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공개하는 모습. 출처=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미래 모빌리티로 UAM ‘찜’

현대차그룹은 최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에서 더 나아가 주력으로 공략할 미래 모빌리티 분야 가운데 하나로 UAM을 선정했다. 지난 1967년 현대차 설립 이후 자동차, 철도 등 육상 이동수단을 제작·판매해오다 53년 만에 하늘을 날 수 있는 이동수단에 손길을 뻗쳤다. 완성차 업체들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단순히 더 좋은 성능을 갖춘 차를 만들어 파는 것만으론 성장을 지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임직원 간담회를 통해 “현대차는 앞으로 자동차 50%, 개인용 비행체(PAV) 30%, 로봇 20% 등 비중으로 이동수단을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UAM을 단일 사업 분야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일부 분야로 구분해 다른 이동수단이나 관련 기반시설을 아울러 병행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UAM과 함께 목적기반모빌리티(PBV)와 모빌리티 환승 거점(Hub) 등 세가지 분야를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UAM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작년 9월 현대차에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 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0에 참석해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함께 개발한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제품 S-A1을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세가지 가운데 UAM을 가장 앞세웠다.

CES 2020 현장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우버와의 협력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사람들의 이동 한계를 재정의하고, 그를 통해 보다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 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도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 앨리베이트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자동차 산업 경험이 항공 택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하늘을 향한 우버의 플랫폼은 더욱 가속화 되고, 전세계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원활한 교통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우버와 만난 현대차의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도 눈길을 끌었다. UAM은 하늘을 정조준한 모빌리티 전략이며 PBV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수용 가능한 개인화 설계 기반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로 정의된다. 또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새로운 커뮤니티다. UAM과 PBV가 각각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면, Hub는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최근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유력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향후 협력할 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로 UAM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 현대건설, KT 등 업체와 한국형 UAM 사업에 협력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UAM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한화시스템과 미국 업체 오버에어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개인용 비행체 버터플라이. 출처= 한화시스템

한화, 에어택시 필두 ‘종합 솔루션’ 구현 박차

한화그룹도 자체 역량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UAM 시장에서 승산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최근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화그룹은 항공,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산업 분야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해 개발한 ‘에어택시’를 주축으로 관련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7월 방산 부문 계열사 한화시스템을 앞세워 UAM 시장에 진출했다. 한화그룹의 방산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5년 편입된 한화시스템은 소프트웨어에 강한 기업이다. 1978년부터 군사 전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영위해오는 동안 시스템 개발 등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룹이 2018년 ICT 부문 계열사 한화S&C를 흡수합병시킴에 따라 한화시스템은 기존 역량에 센서, 시스템 통합(SI) 등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다. 한화는 이 같은 역량을 이동수단 중심의 UAM 사업에 도입함으로써 관제, 자율주행 등 기본 요소에 대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다만 UAM 사업에 있어 비교적 취약한 하드웨어 부문의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관련 외부 업체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현재 PAV를 개발하기 위해 손잡은 파트너는 미국의 고효율·저소음 기술 전문 업체 오버에어다.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에 300억원을 투자한 뒤 미국 산업 보안국(BIS)으로부터 오버에어의 특허를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특수 유출 허가(Deemed Export License)를 승인받았다. 현재 오버에어 본사에 핵심 엔지니어 6명을 파견해 ‘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의 PAV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공기관과 협력해 UAM의 인프라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력해 비행 안전성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핵심 장비인 비행제어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또 한국공항공사와는 도심항공교통용 터미널, 관제·항로운항 등 사업모델 개발, 기술 국제표준화 추진, 글로벌 사업 진출 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 출시한 수소연료전지 드론. 출처=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 수소전지·드론 역량으로 산업용 UAM 시장 공략

두산그룹은 국내 주요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UAM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성과를 거둔 기업이다. 그간 발전·건물·주택용 연료전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비행체의 상품성 관건인 장거리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두산그룹이 UAM 시장에 적극 뛰어든 이유는 그간 축적해온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술로 전도유망한 드론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UAM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이다.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DMI는 지난 2016년 12월 설립된 후 이두순 대표를 필두로 시제품 개발, 전시회 참가, 지자체 업무협약 체결 등 행보를 거쳐 3년 만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을 거두기 시작했다.

DMI는 지난해 10월부터 2시간동안 비행할 수 있는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 DP30과 수소드론 DS30을 양산 판매했다. 또 비행·임무 등에 관한 정보를 저장하는 등 기능하는 드론용 소프트웨어 DMI View를 제공하고 나섰다.

DS30은 우편, 수하물, 화물 등 짐을 최대 5㎏까지 실어 120분 동안 운송할 수 있다. 이어 지난 4월엔 중국 드론 제조 전문업체 올텍(AllTECH)과 함께 개발한 DT30을 출시했다. DT30은 주요 부품이 기체 내부에 탑재됨에 따라 높은 내구성과 방수·방진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특징을 갖췄다. DMI는 드론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팩 DP30을 고객에게 별도 공급하고,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수소연료용기를 판매하는 등 수익원을 구축했다. 수소연료전지와 수소드론의 ‘일상화’를 구현한 셈이다.

두산은 산업 운송용 드론을 앞세워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에서 UAM 사업을 영위해나갈 방침이다. 주요 타깃은 인프라 점검, 광산 현장관리, 공공 모니터링 및 안전, 물류 등 산업 현장이다. 고객에게 비행 플랫폼을 활용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