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초유의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감정싸움이 위험수위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증거 인멸 논란을 둘러싸고 거세게 충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 관련, 증거 인멸이 있었다는 LG화학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특허 침해 공방을 벌이던 LG화학이 소송을 걸어오자 그 해 11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특허를 탈취했다는 맞소송을 건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이 아닌 9월 소송건을 통해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출한 문서 중 LG화학 기술이 담겨있다고 재반박했고, 올해 5월 포렌식을 요청하며 강하게 압박에 나섰다. 여기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LG화학의 설명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내용의 의견서을 다시 발송한 것이 바로 11일(현지시간)이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SK이노베이션은 22일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의 증거 인멸 주장이 거짓이라 거듭 강조했다. '왜곡, 거짓'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거친 어투로 비난에 가까운 말을 쏟아냈다. 11일(현지시간) ITC에 보낸 의견서의 퍼블릭 버전(Public Version)이 공개된 가운데 '왜 LG화학의 증거 인멸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인지 조목조목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994특허 발명자가 특허침해 소송이 예견된 2019년 7월 이후 관련 문서를 삭제했다고 주장한다"면서 "SK이노베이션 측 포렌식 전문가의 분석결과 LG화학이 발명자가 삭제하였다고 주장한 주요 문서들은 한 건도 빠짐없이 정상 보존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ITC에 증거로 제출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발명자의 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 일종의 클라우드 업무시스템) 백업파일을 포렌식 목적으로 LG화학에 제공한 바 있음에도 LG화학은 이 같은 팩트를 왜곡해 문서 삭제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LG화학은 디지털 포렌식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이 경쟁사의 A7 등 선행 제품을 참고해 994특허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며, 수/발신 이메일 대상으로 키워드 검색 요청(3월 13일)과 디지털 포렌식(6월 10일)을 차례로 요청해 6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포렌식을 진행했다"면서 "결론적으로 A7은 LG화학이 주장하듯 994특허의 선행기술이 될 수 없다. A7은 3면 Sealing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정교한 기술 설계가 반영되지 않았고, Space 설계기술은 아예 적용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어 "처음 디지털 포렌식으로 이어지게 된 A7을 논하는 파워포인트 자료는 증거개시(Discovery)절차를 통해 제출하였으나 이 사건 특허와는 완전히 무관함이 분명하고, LG화학이 핵심 자료로 지목한 Creative Idea에 대해 논한 자료는 백업 시스템이 자동생성한 임시파일이 삭제된 것으로, 원본은 그대로 보존 중이었으며, 그나마도 A7을 일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LG화학은 또 정상적으로 보관되고 있는 파일들이 마치 삭제된 것처럼 표시해 ITC에 제출해 왜곡을 시도했으며, LG화학이 제재 요청을 하며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7월부터 팀룸(공용웹하드)에서 총74건의 LG관련 파일을 삭제했다고주장하고 있으나, 사실 확인결과 양극재를 테스트한 자료 파일(CSV, Comma Separated Value: 데이터값) 3건을 제외한 71건은 전부  보존 중인 것으로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식적으로도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난 후 관련된 문서를 삭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입장과는 별도로, 이번 특허 소송 전반의 사태를 돌아보면 역시 직원 이직을 매개로 SK이노베이션의 부적절한 행위 등이 다수 발견되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제기하는 무수한 의혹 중 하나에만 지나치게 천착해 일종의 여론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LG화학도 비슷한 입장이다. LG화학은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다만 ITC에 본인들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을 마치 당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것처럼 오도하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만간 ITC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의 공식 의견이 발표될 계획인 가운데 시시비비는 소송 결과에서 명확하게 확인될 것이라는 명쾌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