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치인들이 본인을 위한 정쟁에만 몰두하며 대한민국이 표류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으나 국회에서는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이들의 고함소리만 공허하며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일말의 고민도 없어 보인다. 행정부는 헛된 망상에 가까운 구호만 외치며 국민과 멀어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민생과 멀어지는 중이다. 

지자체라고 다를 것 없다. 포퓰리즘에 빠져 민간시장에 대한 약탈적 진입을 정당화하는 이들이 등장하는 한편 오로지 '본인의 생명연장'에만 몰두한 치적쌓기만 집중하고 있다.

그 엄혹한 시기를 맞아 경제인들은 이제 막연한 성공이 아닌 생존을 위해 달리고 있다. 여전히 적폐청산의 패러다임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치권의 도움은 바라지도 않고, 오히려 '발목만 잡지 말았으면'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그 연장선에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MLCC 장비를 관찰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어려울 때가 기회"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의 상황은 현재 녹록치않다. 미국'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 벌어지며 핵심 먹거리인 반도체 경쟁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으며 새로운 먹거리인 파운드리는 여전히 대만 TSMC의 아성이 높다. 갤럭시Z플립2와 같은 혁신적인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나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며, 가전 및 부품은 물론 디스플레이 등 모든 영역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면돌파를 선택한 분위기다. 올해에만 총 19번 국내 사업장을 찾은 가운데 현장경영을 강화하며 미중 갈등의 나비효과, 글로벌 산업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큰 그림도 전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차세대 반도체, 세포치료제, 양자컴퓨팅 등 첨단 미래산업 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큰 꿈을 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일환으로 2014년부터 미래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지정테마 과제를 선정하고 각 기술의 연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삼성전자가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기초과학)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소재, ICT)를 설립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기술을 육성·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부회장은 경제 민간 외교관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의 뒤를 이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시대가 열렸으나 여전히 한일관계가 진통을 겪는 가운데,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서울 모처에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신임 총리 내각 출범 전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양국의 경제인 협력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알츠하이머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자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자사 뉴스룸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질병이 인류의 위협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국내에 머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구상에 집중한다. 온갖 사법 리스크에 걸려 신음하고 있으나 반드시 활로를 찾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 구광모 회장. 출처=LG

구광모 회장 "지금, 변해야 한다"
LG그룹 전체가 코로나19 여파로 불확실성의 시대에 빠진 가운데, 구광모 회장은 '발 빠른 대응'을 선언했다.

LG는 22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사장단 워크샵’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하며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할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돌입했다. 워크샵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기존에 LG인화원에 모여 하루 종일 진행하던 것과 달리 비대면 화상회의로 오전 동안 압축적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위기감이 팽배하다. 우선 LG 최고경영진 40여명은 LG경제연구원으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공유 하고, 그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LG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길어짐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보호주의 확산과 탈세계화 가속화, 환율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이동/교역의 제약은 수요 재편으로도 이어져 ▲홈(Home) ▲건강/위생 ▲비대면/원격 ▲친환경 등 새로운 분야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LG의 선택은 빠른 변신이다. 실제로 LG 최고경영진은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고, 주요 시장별 공급망 유연성도 높여 나가기로 했다. 나아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을 넘어 고객 중심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 하는 것이 필요하고, 고객과 시장을 더욱 세분화해 구체적인 니즈를 찾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실행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무엇보다 체질개선이 중요하다고 봤다.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가속화와 관련해서는 사용 패턴과 고객 만족도 등의 빅데이터를 제품 디자인과 상품기획, 그리고 마케팅 의사결정에 활용하고 있는 LG전자의 적용 사례 등을 살피며 미래를 도모했다는 설명이다. 

각 CEO들은 경영활동에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하는 한편 구성원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DX 시도에 대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당장 하반기부터는 LG 계열사의 20여개 조직에서 선정한 40여개의 세부 DX 과제를 본격적으로 실행해 성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더 심각해지고,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걸로 보인다”며, “어려움 속에도 반드시 기회가 있는 만큼, 발 빠르게 대응해 가자"고 말했다. 이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개인화 트렌드가 니치(Niche)를 넘어 전체 시장에서도 빠르게 보편화 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평균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하는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더 이상 선택 받기 어렵다”라며 “고객에 대한 ‘집요함’을 바탕으로 지금이 바로 우리가 바뀌어야 할 변곡점”이라고 강조했다.

▲ 최태원 SK회장. 출처=SK

최태원 회장 "딥체인지 가속"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한 딥체인지의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22일 SK 모든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 변화와 새로운 생태계의 등장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 낯설고 거친 환경을 위기라고 단정짓거나 굴복하지 말고 우리의 이정표였던 딥체인지에 적합한 상대로 생각하고,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변화된 환경은 우리게게 ‘생각의 힘’을 요구한다”고 전제한 뒤 그 사례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이상의 공감과 감수성을 더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이라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또 “우리는 이미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매출액이나 영업이익 같은 숫자로만 우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연계된 실적, 주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꿈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추석인사로 이메일을 마무리하면서 ESG에 대한 영감을 얻길 바란다며 추석연휴 중 볼만한 다큐멘터리로 ‘플라스틱 바다(A plastic ocean)’를 추천하기도 했다. 딥체인지 강화에 이어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의미전달에도 집중하는 셈이다.

최 회장의 선 굵은 경영은 간혹 '너무 거칠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따스한 위로까지 잊지 않았다. 실제로 최 회장은 전날 코로나19로 지쳐있을 취업준비생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SK 채용 유튜브 채널(SK Careers)에 올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영상에서 "SK에게도 신입사원 채용은 미래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 나갈 구성원을 찾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면서 "취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여러분께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우리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고 전제한 뒤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고, 여러분은 그 기회를 통해 지금까지 와는 다른 더 큰 성장을 이루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기업 총수가 공채 응시자와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영상을 제작한 것도 이례적이다.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출처=갈무리

정의선 수석부회장 "공격앞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당장의 자동차 시장은 물론, K-배터리 동맹의 설계자로 나서며 강렬한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당장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세대 전기차에 대한 기대도 높다. 실제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7월 진행된 ‘한국판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내년 20분만에 완전 충전되는 최대 주행거리 450㎞ 등 성능의 차세대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위치한 뒤 영상을 통해 대국민 보고대회에 등장한 다음 “현대차그룹은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시장점유율 10% 이상 등 목표를 달성하며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경제 뚝심도 통했다.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비 자동차 부문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16일 부산항을 통해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 GRZ 테크놀로지스(이하 GRZ)와 유럽 국적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비(非) 자동차 부문에 수출하는 사례론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수출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에 탑재되는 것과 같은 95㎾급 연료전지 시스템이다. GRZ와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은 이 연료전지 시스템을 비상 전력 공급, 친환경 이동형 발전기 제작 등 사업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7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수소경제 시대를 선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에서 도심항공을 비롯해 모빌리티 전반의 큰 꿈을 꾸는 정 수석부회장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다.

▲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출처=대한상의

박용만 회장의 쓴소리 기억해야
여의도 국회는 물론 모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는 말 그대로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다.

정치권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회장의 쓴소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박 회장은 “정치권이 위기 상황에 처한 국가 경제 문제를 등한시하고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어 이는 심히 걱정되는 부분”라면서 “경제계 현업에서 느끼는 의견들을 정치권이 수용해 합리적 대안을 대해 검토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더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계는 작금의 위기를 넘으려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국가의 힘은 민관합작에서 나오며, 무엇보다 긴밀한 소통을 전제로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발휘된다는 평가다. 구성준 GLS 경영연구소장은 "정치권은 중심을 잡고 큰 그림을 그리며 경제인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현대경제의 인식"이라며 "경제인 혼자 모든 것을 이뤄낼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의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