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는 20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이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출처=니콜라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근 사기 논란이 불거진 미국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창업자이자 최고 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이 돌연 사임했다. 니콜라 '사기설'이 제기된 지 열흘 만이다.

니콜라는 20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밀턴 CEO가 스스로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발표했다.

니콜라는 "밀턴 CEO가 먼저 사임 의사를 전했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는 스티븐 거스키 전 제너럴모터스(GM) 부회장이 선임됐다.

밀턴 창업자는 "니콜라는 내 핏속에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나, 중심은 내가 아니라 회사와 (니콜라의) 세상을 바꿀 목표"라며 "(이사회 의장에서 자발적으로 사임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으나, 니콜라는 '거짓'을 딛고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밀턴 창업자의 이 같은 행보는 니콜라에 대한 투자 지분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임 후에도 최대 주주의 지위는 유지되기 때문이다. 밀턴 창업자가 보유한 니콜라 지분은 전체의 20%인 8200만주로, 주식 가치는 약 28억달러(약 3조25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니콜라는 지난 2014년 설립된 이래 차 한 대 생산하지 않았으나 올해 6월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달 10일 미국 금융 분석 업체 힌덴부르크리서치가 밀턴 창업자의 니콜라 관련 사기극을 주장하는 폭로성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니콜라 주가는 폭락했다. 사기 의혹이 제기된 날부터 사흘 동안 무려 36%의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당시 힌덴부르크리서치는 니콜라가 차량 운행 시연 영상을 조작했으며 아직 수소 연료 생산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밀턴 창업자가 니콜라 창업 전 다른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사기를 친 정황도 언급됐다.

이에 니콜라는 힌덴부르크리서치를 공매도 세력으로 지적하며 이들의 주장은 투자 전략에 불과한 거짓이라고 전면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결국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니콜라에 대한 공동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힌덴부르크리서치는 이날에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밀튼 전 회장의 사임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한편, 밀턴 CEO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니콜라의 협력 기업들도 다소 난처해졌다는 평가다.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8일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 니콜라 지분 11%를 인수하는 대신 픽업 트럭 '배저' 설계·생산 등을 맡기로 했다. 이후 니콜라 사기 논란으로 GM 역시 리스크를 피하지 못하면서 당시 주가가 5% 이상 빠지는 등 타격을 입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GM은 니콜라와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7.4% 급락했다.

한화솔루션은 명실상부 '니콜라 수혜주'로 주목 받아 왔다. 자회사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 지분 3.1%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력 중인 수소·태양광 사업 모두 니콜라의 수소 인프라 청사진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화는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했다. 당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밀턴 창업자를 직접 만나 사업 구상을 들은 뒤 해당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