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전기 자동차의 가격을 낮추는데 매우 중요하다.    출처= Slash Ge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는 같은 회사의 준중형 승용차 골프(Golf)와 가격이 거의 같다. 테슬라의 모델3는 BMW 3 시리즈의 가격대다. 르노 서브콤팩트 전기차 조에(Zoe)의 월 리스액은 파리의 멋진 식당에서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식사 값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유럽의 자동차 시장이 붕괴되면서 전기자동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유럽에서 전기차 가격이 기존 휘발유나 디젤 엔진을 차량 가격에 매우 근접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론 이 정도까지 비슷한 가격이 가능해진 것은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차에 1만 달러 정도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유럽연합의 강화된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기자동차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에서 르노의 전기차 조에의 한 달 리스료는 139유로(19만원)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전기자동차가 아직 그렇게 인기가 없는데, 이는 정부 보조금이 유럽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자동차 판매는 미국에서 신차 판매의 약 2%에 머물고 있는 반면 유럽에서는 5%에 육박하고 있다. 베를린의 독립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에 따르면, 하이브리드를 포함할 경우 비중이 거의 9%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환점이 빨라진다

전기자동차가 대세가 되면서, 유럽의 자동차 산업은 정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저렴하게 되는 전환점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그 지점에 가장 먼저 도달한 자동차회사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업계 전문가들은 그 전환점이 2025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기술은 예상보다 빠르게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오는 22일 테슬라의 '배터리의 날' 행사에서 배터리 무게를 더 늘리지 않고도 더 멀리 주행할 수 있는 돌파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힘의 균형은 자동차 제조사든, 전자회사든, 스타트업이든즌 1파운드당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이것을 에너지 밀도(energy density)라고 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는 같은 거리를 주행하기 위해 더 적은 원재료를 사용하고 무게도 가벼워지기 때문에 가격도 낮아진다.

컨설팅회사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밀라노 타코레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밀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2024년이면 그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 산업 전문가들은 훨씬 더 낙관적이다. 세계적 야심을 가진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NIO)의 독일 법인장 후이 장은 2023년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카네기멜론대학교 벤캣 비스와나단 교수는 "우리는 이미 매우 가속화된 타임라인에 있다. 만일 2010년에 우리가 2025년까지 그 전환점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환은 아마도 자동차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시기에 도래할 것이다. 고급 전기차는 이미 거의 같은 가격대에 와 있다. 테슬라 모델3와 휘발유 차량 BMW 3 시리즈는 모두 미국에서 약 4만 1천 달러 수준이다.

테슬라 차는 BMW보다 유지 비용이 더 저렴하다. BMW처럼 오일 교환이 필요 없고, 새로운 스파크 플러그도 필요 없으며, 전기료는 휘발유보다 더 싸기 때문이다. 이 자동차 등급에서 고객이 어떤 차를 선택하느냐는 비용보다는 오히려 선호도 문제다. 주유소의 편리함과 아직 충분하지 않은 전기충전소의 불편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물론 테슬라 차는 집에서 충전할 수 있다)

▲ 유럽연합에는 20만대의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보급되어 있지만 미국은 아직 그 절반도 안 된다.    출처= Revision Energy

유럽에는 현재 20만 대의 충전기가 보급되어 있다. 그러나 교통 및 환경단체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려면 적어도 300만 대는 있어야 한다. 미국의 충전기 보급은 유럽의 절반도 안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표시 가격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고급차가 아닌 이코노미 차량에서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 없이도 가솔린 차들과 비슷한 가격을 달성하려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는 배터리 기술

전기차 산업의 성배는 배터리 팩의 가격을 배터리 전력의 표준 척도인 킬로와트시(kwh, 1킬로와트의 전력을 1시간 사용했을 때의 전력량)당 100 달러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솔린 차와 가격이 비슷해질 것이다.

현재의 배터리 팩은 기술에 따라 킬로와트시 당 150~200달러 정도가 든다. 이것은 배터리 팩의 가격이 약 2만 달러 정도 된다 것을 의미한다. 물론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것도 2008년 이후 80%나 하락한 것이다.

모든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하지만, 그 기초화학에 있어서는 변수가 많아 가장 적은 무게에 가장 많은 전력을 저장하는 재료의 조합을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매우 두렵다. 내연기관 엔진은 수십 년에 걸쳐 발전해 왔지만 배터리 기술은 그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정학적 함축적 의미도 있다. 중국의 NIO 같은 기업들이 유럽(그리고 언젠가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배터리 연구에 엄청난 자원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은 10년도 안돼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가 되었다.

경쟁의 타깃이 된 테슬라

테슬라는 2008년부터 전기 자동차를 판매해 왔다. 따라서 과열이나 과도한 마모를 일으키지 않고 배터리의 성능을 얼마나 안전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계산하기 위해 수 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한 지식은 테슬라가 다른 경쟁자들보다 분명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해준다. 자동차 전문지 캘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테슬라개 생산하고 있는 4종의 모델은 아직까지 한 번 충전으로 300마일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유일한 전기 자동차다.

스위스 은행 UBS의 애널리스트들은 머스크가 22일 행사에서 더 저렴한 비용으로 파운드당 50%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테슬라는 경쟁업체들보다 또 한 발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생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테스트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기차 ID.3이다. 출처= Wikipedia

테슬라에 초기 배터리를 공급했고 지금은 폭스바겐과 BMW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스웨덴 기업 노스볼트(NorthVolt)의 피터 칼슨 CEO는 "전통차 산업이 테슬라에 뒤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테슬라를 따라잡기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머지 않은 시일 내에 테슬라를 따라잡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의 생존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핵심 테스트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기차 ID.3이다. 폭스바겐은 보조금을 받으면 3만 유로(4000만원) 이하의 가격대로 유럽 시장에 보급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제조 및 판매 네트워크를 이용해 몇 년 안에 수백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를 출시할 계획이다. ID는 '지능형 디자인'(intelligent design)을 의미한다.

배터리만의 문제는 아냐

테슬라에서 모델S의 설계를 이끌었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Lucid)의 피터 롤린슨 CEO는 이달 9일에 전기 모터, 트랜스미션, 차동(差動)장치를 한 곳에 모아 공간을 줄이고 그 외에 수 백 가지의 중량 감소 아이디어가 적용된 고급 전기차 루시드 에어(Lucid Air)를 공개했다. 그는 이 차가 한 번 충전으로 400마일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부터 모든 설계에서 무겁고 큰 배터리를 쓰지 않도록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자체 중량 감소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배터리만 이야기하고 있지요. 중요한 건 전체 시스템입니다.”

루시드의 첫 번째 차는 고급 모델이지만 롤린슨 CEO는 자신의 꿈이 중산층이 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번 충전으로 150마일 정도 주행할 수 있는 경량급 전기차를 생각하고 있다.

"2만 5000달러짜리 전기차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그것이 세상을 바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