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를 둘러싼 의혹의 안개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시장에 등장했으나 핵심 기술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주가는 급등락을 거듭하고, 급기야 14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까지 벌어진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니콜라는 최근 불거진 의혹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GM 및 LG화학과의 협업을 비롯해 한화의 큰 그림에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니콜라의 길은 어디일까요? 테슬라, 매직리프, 테라노스가 걸었거나 지금 걷고 있는 미래 중 하나가 바로 니콜라의 길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출처=니콜라

무슨 일?
니콜라는 2014년 미국에서 시작한 수소 트럭 분야 스타트업입니다.

수소와 트럭을 연결한 아이디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배터리를 통해 작동되기 때문에 단거리에 적합한 반면, 수소차는 전기 저장을 위한 배터리가 필요하지만 수소를 바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가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배터리로만 작동하는 전기차와 달리 연료전지를 통하는 수소차는 장거리 운행에 적합하며, 당연히 화물배송에 주로 사용되는 트럭과 상성이 절묘하게 떨어집니다.

니콜라는 지난 6월 4일 나스닥에 상장해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상장 첫날 주당 33.75달러에 거래를 마치고 6월 5일에는 주가가 80달러 수준까지 솟구쳤습니다.

비극은 본인들이 공매도 세력임을 숨기지 않는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의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이 창업 전 소위 사기행각을 벌인 전과가 있으며, 상장 즈음 니콜라 주식을 대거 처분해 막대한 현금을 챙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아킬레스건은 니콜라의 기술력이 실체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니콜라가 2년전 수소 트럭의 성능을 입증한다고 올린 영상은 사실 스스로 동력원을 통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언덕에서 아래로 굴렸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니콜라가 수소 트럭에 대한 기술력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허상으로 투자자들을 유인해 상장에 이르렀다는 비판입니다. 니콜라의 수소 트럭인 니콜라원은 실체가 없고, 심지어 니콜라 사옥이 있는 독일 공장에 태양광 장비가 있다는 주장도 거짓이라 지적했습니다. 

이후로는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니콜라는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가 날조된 것이며, 문제의 언덕 동영상을 두고 "자체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한 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외 관련 기술력은 쟁쟁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으로 입증이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자 힌덴버그 리서치가 다시 반박자료를 내고, 니콜라가 재차 반격하는 패턴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그러는 사이 니콜라의 주가는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습니다. 

▲ 니콜라의 반박 트위터. 출처=갈무리

테슬라의 길
니콜라는 과연 사기꾼일까요? 의견이 갈립니다. 니콜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기술력이 뚜렷한 실체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밸류체인을 묶어 수소 트럭의 비전을 끌어내려는 전략이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니콜라가 테슬라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비운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에서 모티브를 딴 테슬라는(니콜라도 동일한 모티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3년 설립 당시 전기차의 비전을 내걸고 승부를 봤으나, 오랫동안 밸류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지금의 모델3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하는 배터리 전략, 나아가 에너지 사업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관철시키며 지금은 글로벌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니콜라의 비전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은 니콜라가 테슬라의 길을 충분히 걸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는 모험을 감수하며 신시대를 열어갈 선봉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GM 등 다양한 플레이어와 협력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여기에는 니콜라의 기술력이 완전히 베일을 벗지 않았으나 대형 파트너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대중이 미처 그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도 깔립니다. 당연히 '선구자의 발자취는 범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묘한 패러다임도 덧대어집니다.

▲ 매직리프가 공개한 증강현실 영상. 출처=매직리프

매직리프의 길
매직리프의 길도 있습니다.

가정용 증강현실 기업 매직리프는 2010년 등장과 동시에 선풍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술력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체육관에 증강현실로 구현한 고래가 헤엄치는 단 하나의 동영상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에 성공하는 괴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당장 구글 및 알리바바 등으로부터 20억달러가 넘는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매직리프의 창업자 로니 아보비츠(Rony Abovitz)는 2014년 2월 종잣돈을 마련한 후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기업가치 45억 달러의 대기업을 키워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막대한 투자를 받았으나 한동안 시제품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업계에서는 '뻥튀기 논란'이 거세게 벌어졌습니다. 2015년 3월 서비스 동영상을 공개하고 당해 5월 증강현실 앱을 비롯해 서비스 개발을 위한 개발자 키트와 개발자 플랫폼을 공개했으나 정확한 직원의 숫자도 파악되지 않는 등 의혹 투성이였습니다.

급기야 사기 논란까지 터진 가운데 매직리프의 시제품인 매직리프 원(니콜라의 니콜라 원과 작명 센스도 비슷)이 뒤늦게 등장했으나 가정용 증강현실 시장은 커지지 않았고, 매직리프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매직리프는 지난 4월 가정용 증강현실 시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엔터프라이즈 전용 기기 개발로 급선회했습니다. 1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구조조정됐으며, 일각에서는 매직리프의 창업주들이 기업 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꾀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에 재직 중인 페기 존슨 부사장이 구원투수처럼 매직리프 CEO에 취임했으나,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업계에서는 니콜라가 테슬라의 길을 걷지 못한다면, 또 니콜라가 충분한 기술력을 일정정도 보유하고 있다면 매직리프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무엇보다 두 기업은 상당히 닮았습니다. 초반 뛰어난 마케팅 포인트(언덕을 굴러 내려가는 니콜라 원, 운동장에서 헤엄치는 고래 영상)를 자랑했다는 점과 이를 기반으로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이 동일합니다.

다만 두 기업이 초반 별다른 기술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과 그와 관련된 논란에 휘말린 점, 여기에 시제품의 윤곽(니콜라 원, 매직리프 원)을 일부 공개했으나 여전히 '사기 논란'에 휘말린다는 점도 동일합니다. 

실제로 힌덴버그 리서치는 언덕을 내려가는 니콜라 원에 자가동력이 없음을 지적했고, 더버지는 매직리프의 체육관 고래 영상을 두고 매직리프가 광섬유 스캐닝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으며 성능으로 보면 홀로렌즈에 크게 떨어지는 한편 체육관 고래 영상 자체가 스튜디오를 통해 잘 꾸며진 영상에 불과하다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넥스트 스텝'은 어떨까요. 매직리프에 집중하자면, 매직리프는 최소한 사기꾼은 아니라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입니다. 매직리프의 부진에는 증강현실 기술력에 대한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나 관련 시장이 태동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니콜라가 충분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면, 테슬라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직리프처럼 일부 사업의 방향성을 변경하는 선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매직리프 원. 출처=매직리프

최악의 길, 테라노스
니콜라는 아직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관련 기술력을 충분히 보유한 상태에서 특화된 로드맵을 가동한다면 대박의 테슬라와 중박의 매직리프의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만약 니콜라가 껍질만 번드르한 허상이라면? 사기라면?

니콜라의 미래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사기극으로 역사에 남은 엘리자베스 홈스의 테라노스 길 뿐입니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2003년 스탠퍼드에 재학하던 중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 터를 잡아 테라노스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합니다. 나노테이너라는 휴대용 키트를 개발해 주사기로 피를 뽑지 않아도 단 4시간만에 모바일로 결과를 알려주는 새로운 기술을 공개하며 파란을 일으키는데 성공합니다. 혈액검사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호평과 엘리자베스 홈스의 아름다운 외모와 그를 지지하는 거물들. 이것 만으로 테라노스가 가진 기술력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이성적인 의구심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입니다. 공포는 2014년 미 식약청(FDA)가 테라노스의 키트를 두고 '유용한 결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며 시작됩니다. 이후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테라노스의 기술력이 허상이라는 것을 폭로했고 2016년 미국 공공의료보험운영이 공개적으로 테라노스의 기술은 실체가 없다고 선언해 파국을 맞습니다. 테라노스는 2018년 6월 결국 문을 닫았고, 창업자 홈스와 그의 동업자는 법의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 엘리자베스 홈스. 출처=갈무리

세 개의 길
현 상황에서 니콜라의 기술력을 마냥 폄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기에도 여러가지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니콜라의 길에는 날카로운 비전으로 세계를 호령하게 된 테슬라, 기술력은 존재하지만 여러가지 난관으로 유연함의 코너에 몰린 매직리프, 그리고 파국의 테라노스만 있습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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