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 본점.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상반기 잇달아 채용문을 닫았던 시중은행들이 하반기를 맞아 다시 문을 열고 있다. 올 하반기 채용은 수시채용 문화 확산과 공채규모 축소에 방점이 찍힌다.

그간 점차 활발해지던 비대면 거래가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심화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비대면거래 수요를 흡수할 디지털 인력을 수시로 찾는 문화가 확산되고 반대급부로 일반직 신입행원 채용규모는 감소했다.

문은 다시 열었지만 '작아진' 채용문…수시채용 잇달아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4일부터 올 하반기 신입행원과 전문분야 인력 채용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규모가 줄면서 그렇치 않아도 '바늘구멍'인 은행권 취업이 예년보다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총 2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일반직 신입행원 공개채용과 기업금융·WM과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시채용까지 모두 합한 규모다. 우리은행도 일반·디지털·IT 분야를 합쳐 총 200여명을 뽑는다. 수시 채용을 제외한 두 은행의 일반직 신입행원 규모는 각 130~150여명 내외일 것으로 관측된다.

대다수 은행과 마찬가지로 두 은행도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공채 일정을 진행하지 못했다. 하반기 채용규모가 사실상 올 한 해 채용규모라는 의미다.

작년 한해 신한은행은 1010여명(상반기 630명, 하반기 380명), 우리은행은 730여명(상반기 300명, 하반기 430명)씩 채용한 것과 비교해 두 은행의 올해 채용규모는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

하나·KB국민·NH농협은행 등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채용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수시채용과 오는 24일부터 접수를 시작하는 공채 절차를 통해 총 15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17개 분야 경력직에 대한 수시채용 접수를 받아 현재 심사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채의 경우 글로벌, 디지털, 자금·신탁, 기업금융·IB 등 4개 분야로 구분해 선발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200명, 수시채용 200명 등 총 400명을 채용한 바 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채용규모는 62.5% 감소했다.

KB국민은행도 추석 전 하반기 공채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일반사무관리(IT),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지식그래프, 마케팅 분야에 대한 경력직 채용은 지난 14일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상반기 공채일정을 진행한 농협은행 역시 조만간 하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커진 디지털금융 니즈…공채 규모 축소는 반대급부

이같이 채용규모가 줄어들면서 디지털 인력을 중심으로 수시채용 트렌드가 확산된  이유는 디지털 금융 혁신이 최근 경영권 최대 화두기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 확대로 디지털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은행권과 고객 모두의 니즈(Needs)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디지털·전문직 인재에 대한 선호현상이 은행권에 더욱 높아졌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경력직 디지털 인재 모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한은행은 수시채용 일정 중 하나로 디지털·ICT 수시채용 석/박사 특별전형을 올해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채널인 은행 영업점이 잇달아 문을 닫은 점도 채용규모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 올 상반기 기준 4대은행의 점포 수는 총 3431개로, 전년동기(3544개)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2018년 이후 최대 감소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고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채용규모를 줄여 올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상황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간은 물론 다른 산업간 디지털 경쟁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디지털 인재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수시채용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