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본점. 출처=IBK기업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BIK기업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포 수 확대와 점포당 생산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유일한 은행으로 나타났다. 그간 점포감축으로 수익성과 생산성을 높여온 타은행들과는 상반된 행보다.

점포 폐쇄 속도를 놓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기업은행이 시중은행 성격을 가진 국책은행으로서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점포수 538개→598개…시중은행 中 점포수 증가 '유일'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08년 말 금융위기 당시 은행업을 영위하던 국내 6개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기업·SC제일·씨티 은행) 가운데 리먼사태 이후 점포(지점·출장소) 수가 증가한 유일한 은행이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점포수는 598개로, 리먼사태 본격화 이후 맞은 첫 상반기인 2009년 상반기 점포 수인 538개와 비교해 60개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이외에 5개 시중은행은 점포 수를 줄였다. 점포 폐쇄로 판관비를 줄여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 외 5개 은행이 운영하는 점포 수는 2009년 상반기 3527개에서 올 상반기 2815개로 20.2% 감소했다. 

국내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 SC제일은행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씨티은행은 2009년 상반기 운영하던 228개보다 82.0% 줄어든 41개를 현재 운영하고 있다. SC제일은행도 347개에서 201개로 42.1% 감축했다.

▲ 자료=기업은행
점포 수 확대 부담에도 점포당 예수금 170%·대출금 87% ↑

기업은행은 점포 수 확대에 따른 부담 증가에도 점포당 예수금과 점포당 대출금을 늘리는 성과도 거뒀다.

기업은행의 점포당 예수금은 2009년 상반기 898억원에서 올 상반기 2425억원으로 170% 늘었다. 같은 기간 점포당 대출금도 1930억원에서 3609억원으로 87% 증가했다. 

생산성 지표인 점포당 예수금와 점포당 대출금은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을 각각 점포 수로 나눈 값이다.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이 증가하고, 점포 수가 감소할수록 점포당 생산성이 높아진다. 

기업은행은 타은행과 달리 점포 수를 늘려온 만큼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의 증가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점포당 생산성 확대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은 점포당 예수금 증가율과 점포당 대출금 증가율에서 다른 은행에 뒤쳐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점포당 예수금 증가율(170%)에선 씨티은행(410%), 신한은행(214.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점포당 대출금 증가율(87%)은 씨티은행(344.5%), 신한은행(140.9%), 국민은행(87.3%)에 이너 네 번째였다.

▲ 자료=기업은행
총 예수금·총 대출금 증가율 '최고'…점포당 생산성 제고 '견인' 

12년간 연속해서 증가한 총 예수금과 총 대출금이 점포당 생산성 제고를 견인했다.

기업은행은 2009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총 예수금 증가율은 200.2%(48조3124억원→145조150억원), 총 대출금 증가율은 107.8%(103조8340억원→215조8182억원)다. 

이는 총 예수금 증가율과 총 대출금 증가율 모두에서 6개 은행 가운데 최고치다. 기업은행은 2009년 상반기 이후 매년 상반기 평균적으로 총 예수금은 10.7%, 총 대출금은 6.9% 증가해왔다.

이 같은 생산성 제고는 국가경제 위기 상황 때마다 금융지원에 앞장 선 결과라는 게 기업은행의 설명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지원했던 중소기업 등 당시 유입된 고개이 경제 안정 이후 충성고객으로 자리하면서 기업은행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 대부분이 대출 공급을 줄이며 시중 대출자금 규모가 13조8000억원 가량 줄어든 가운데서도 대출 규모를 6000억원 가량 늘린 전례가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은행권 전체 대출자금 규모가 9000억원 감소했으나, 기업은행은 5조2000억원 늘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도 혁신금융을 통한 지속가능 성장기반 마련과 체계적인 건전성 관리로 내실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외환은행 통합 이슈가 있던 하나은행과 2008년 당시 독립 출범을 하지 않은 농협은행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