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국내 상륙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6월 기준 전 세계 사용자가 2억9900만명, 유료 구독자는 1억3800만명에 달하며 전체 시장 점유율 30%를 확보한 공룡 플랫폼이다. 2008년 스웨덴에서 설립된 회사며 시장의 트렌드를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꾸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대한 글로벌 음원과 뛰어난 큐레이션 서비스를 바탕으로 무장한 스포티파이가 지각변동에 들어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나아가 넷플릭스'류'와 비슷한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을 가동할 가능성이 높은 스포티파이의 국내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 출처=갈무리

본격 채비
스포티파이의 한국 지사인 스포티파이코리아가 지난 1일 회사 자본금을 9억원에서 58억원으로 늘리는 한편 국내외 사내이사 2인과 감사 1인을 신규 선임했다. 피터 그란델리우스 본사 법무총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한국 상륙전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스포티파이는 8월 인스타그램에 공식계정을 개설하며 본격적인 마케팅 전략에 돌입한 상태다.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낸 상황에서 국내 음원 저작권 단체와의 막판 조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K팝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스포티파이의 협상력이 상당한 가운데, 회사측은 음원 저작권 단체와 협상에 나서며 국내 음원 플랫폼과는 전혀 새로운 협상에 나서는 중이다.

창작자 몫이 65%, 플랫폼이 35%를 가져가는 가운데 스포티파이는 음원 가격을 국내 업체들에 비해 낮게 제공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갈무리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혼전양상'
스포티파이를 통해 방탄소년단 및 블랙핑크가 전용 이벤트를 계획하고, 아티스트들은 스포티파이를 중심으로 팬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최강자인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시장과 연결되어 있으며, 방대한 외부 음원을 국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도 가지고 있다.

스포티파이라는 거대 플랫폼 상륙을 맞이하는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의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은 그 경계는 다소 모호하지만 ICT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대형 음반사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하거나, 통신사와의 제휴를 통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

지형은 유동적이다. 멜론이 여전히 37.9%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지니가 24.7%, 플로가 17.4%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강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멜론의 하락세가 심상치않고 지니 및 플로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멜론의 월간활성이용자수는 617만명으로 올해 초와 비교하면 50만명 이상 이탈했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1020 세대가 일부 이탈한 점과 이를 흡수한 유튜브뮤직 등 다른 플랫폼의 성장, 그리고 실시간 차트 폐지 후폭풍이며 이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멜론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1020 세대가 일부 이탈해 유튜브뮤직 등으로 옮겨간 장면이 뼈 아프다. 1분기 대비 2분기 약 30%의 2030 세대가 이탈한 가운데 유튜브뮤직이 이를 적극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유튜브 뮤직의 국내 이용자수는 120만명으로 추산되며 1020대 비중이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실시간 차트 폐지는 공공적 의미를 가지지만, 실시간 차트를 유지하는 지니뮤직 8월 순이용자가 340만명으로 늘어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멜론의 아성에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플로가 통신사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여전히 성장하는 가운데, 네이버 바이브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기존 멤버십 가격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공개하는 선구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3월 이용자가 듣는 아티스트와 음악에 음원 사용료를 지급하는 정산 방식(VPS)을 도입하는 등 의미있는 행보를 다수 보여주고 있다.

이태훈 네이버 뮤직 비즈니스 리더는 “이번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변경은 아티스트를 위한 바이브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개선을 통해 아티스트와 팬, 서비스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들을 계속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시간 차트는 폐지했으나 멜론 수준의 타격은 없는 가운데 최근 모회사인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이어 SM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든든한 우군 역할도 수행하는 것도 바이브의 믿는 구석이다.

다만 멜론의 잠재력을 폄하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체적인 역량에 이어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협력서 오는 시너지를 비롯해 조만간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멤버십 프로그램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 출처=바이브

춘추전국 맞이하나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이 3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 3위 사업자가 1위를 빠르게 추격하는 한편 후발주자인 4위 네이버 바이브가 비상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프리미엄과 연동되는 유튜브뮤직이 전격 유료화로 개편됐으나 그 성장세가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완전히 독립된 음원 플랫폼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유튜브뮤직이 바로 스포티파이의 롤모델이 될 전망이다. 기기에 의존하며 한정된 음웍만 확보한 애플뮤직이 의미있는 점유율 확대에 실패한 가운데, 하드웨어 기기 중심의 유튜브뮤직이 보여주는 범용 생태계가 바로 스포티파이의 핵심 타깃이 될 전망이다.

특히 풍부한 글로벌 음원과,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파이프 라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에 진출해 단기간에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OTT 공룡 넷플릭스와 비슷하다는 평가다. 물론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저작권 업계와 협상하며 '단가 후려치기'를 하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보여주는 콘텐츠 시너지 전략은 보기 어렵겠지만 최소한 글로벌 파이프 라인 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과 비교해 상당한 비교우위를 가진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원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한다면, 지각변동에 들어간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계에 또 한 번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스포티파이가 어떤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글로벌 플랫폼과 강력한 협상력, 콘텐츠 큐레이션으로 무장한 이색적인 방식은 충분히 국내 이용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스포티파이의 공급상황에 따라 합종연횡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IPTV의 케이블 인수가 빨라진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 전격 등판해도 당장 의미있는 파급력을 보여주기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도 상당한 시장 장악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스마트 스피커 등 이미 국내 제조사의 인공지능 기기를 가진 이들이 스포티파이로 대거 이동한 요인도 낮기 때문이다. 유튜브뮤직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바로 구글 안드로이드 하드웨어 라인업과의 긴밀한 연결인 반면, 스포티파이는 기계적인 수준의 연결만 있을 전망이다. 나아가 통신사 요금제 약정 등을 고려하면 스포티파이로의 대이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