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 바이트댄스의 숏폼 콘텐츠 기반 SMS인 틱톡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섰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으며 사실상 북미 시장 퇴출위기에 놓인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에 이어 이번에는 오라클까지 인수 가능성을 내비치며 전선이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도 틱톡의 현지 사업부를 자국 기업이 인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현 상황에서는 MS가 틱톡의 전체 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이 역시 MS와 틱톡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어렵다는 회의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틱톡 인수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가장 가까운, MS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올해 1월 미중 무역합의 당시만 해도 조심스러운 화해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 사태가 터지며 정국이 출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에 이어 바이트댄스의 틱톡이 미국의 강력한 압박을 받고 있다. 당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중국 바이트탠스의 틱톡과 텐센트의 위챗을 사실상 퇴출시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90일 이내에 틱톡의 미국 내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라는 것이 골자다. 

틱톡과 자국 기업의 거래를 차단하는 한편, 전선을 넓혀 중국 텐센트의 위챗까지 정조준한 분위기다. 해당 서비스들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증거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틱톡이 개인정보에 해당되는 12자리 고유 식별번호 '맥 주소'를 모아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바이트댄스로 보냈으며, 이는 개인의 서비스 약관 동의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바이트댄스와 중국 공산당의 유착을 의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설득력이 더해질 전망이다.

틱톡에 대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재 MS는 틱톡의 북미 사업 등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9월 15일까지 계약을 위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으로 상황은 다시 복잡해질 전망이다. 만약 MS가 틱톡 인수에 실패할 경우 미국에서 틱톡은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유로 MS도 틱톡 전체 사업부 인수를 위해 속도전에 나서는 분위기다.

▲ 출처=틱톡

MS 내부상황도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의 전체 사업부 인수를 고려하는 가운데 MS와 틱톡의 시너지를 찾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실제로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8월 4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재직자 1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MS가 틱톡을 인수하면 틱톡이 더 잘 될 것이라 보십니까? (Do you think TikTok’s product would do better if owned by Microsoft?)” 질문한 가운데 응답자의 59%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MS의 틱톡 운영이 잘 이뤄질 것이라 대답한 비중도 시스코 직원은 71%에 이르렀으나 막상 MS 직원의 55%만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블라인드

블라인드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재직자들은 MS의 SNS 경험이 없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틱톡은 스카이프 2.0이 될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했다 실패한 서비스들의 전례를 밟을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MS 재직자는 ‘틱톡 엔터프라이즈 버전 출시 임박’이라며 자조적인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링크드인이라는 SNS를 운영하고 있으나, 숏폼 콘텐츠의 전혀 다른 플랫폼 성격을 가진 틱톡을 MS가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틱톡 인수가 마이크로소프트 사업에 득이 될 거라고 보십니까?(Do you think Microsoft's overall business would benefit from acquiring TikTok?)”라는 질문에 MS 직원들의 답변 비중은 ‘그렇다(53%)’, ‘아니다(47%)’로 나눴으며 한 직원은 ‘회사의 틱톡 인수 논의가 걱정된다. 사용자층은 매력적이지만 틱톡엔 유해한 콘텐츠가 너무 많다. 콘텐츠 관리에 너무 많은 회사 자본이 투입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댓글을 남겼다. 

한편 MS 직원들도 경영진들이 틱톡 인수에 나설것이라 예상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블라인드가 MS 직원들에게 “회사가 틱톡을 인수한다고 했을 때 놀라셨습니까? (Were you surprised to hear about Microsoft's interest in TikTok?)” 라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변이 무려 78%였다. 

▲ 출처=블라인드

트위터도 참전
MS가 틱톡 전체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나서는 상황에서, 원조 SNS인 트위터도 등판했다. 트위터가 틱톡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실버레이크파트너스가 트위터와 함께 틱톡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다. MS가 틱톡의 전체 사업부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라면, 트위터는 미국 사업만 인수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가 등판하며 틱톡 인수전의 판이 커지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MS가 틱톡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MS의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 수준에 이르고 1360억달러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트위터는 291조달러 시가총액, 78억달러 수준의 현금성 자산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버레이크파트너스가 트위터의 편에 서도 MS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지 못하는 트위터가 틱톡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트위터의 덩치가 작기 때문에 인수합병 당시 규제 기관의 반독점 규제에서는 자유롭더라도, 미국 정부의 전반적인 반중국 기조를 고려하면 틱톡의 모든 사업부를 원하는 MS의 제안이 더욱 매력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 출처=오라클

오라클까지?
MS와 트위터가 틱톡 전체 및 일부 사업부 인수를 위해 협상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오라클이 등판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오라클도 틱톡 인수전에 참여한다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B2B 기업인 오라클이 틱톡 인수에 나선다는 점도 놀랍지만, 틱톡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미국 정부가 오라클의 틱톡 인수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은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BBC방송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오라클의 틱톡 인수 가능성을 두고 “오라클은 좋은 회사며, 틱톡을 감당할 인수자가 될 것”이라 말했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자다.

심지어 일본도 틱톡 일부 사업부 인수에 나설 방침이다. 로이터는 19일(현지시간) 일본 외무성 나카야먀 노리히로 정무관이 틱톡의 일본 사업부 인수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보도했다. 각 나라별로 서버를 나누고 있는 틱톡의 특수한 경영방식이 일종의 분할매각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